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한겨레를 상대로 제기한 5천만원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한겨레는 3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6일 내렸다.

“BBK는 이명박 후보의 회사”라는 김경준씨의 인터뷰를 보도한 한겨레(2007년 8월 17일)를 상대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김씨의 허위주장을 확인없이 보도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12월 대선을 수개월 남겨뒀던 이명박 후보는 한겨레가 추가로 BBK 보도를 할 경우 건당 5천만원, 최대 50억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었으나 실제 집행하지는 않았다.

▲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소송을 제기했던 2007년 8월 17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이후 재판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BBK 사건 관련 민사소송을 담당하는 재판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진행상황을 문의하고, 기자를 사칭해 재판을 참관하다 판사에게 적발되는 등 ‘사찰’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번 판결에 대해 “곧바로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6일 “원고인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와 광운대 강연 동영상 등을 통해 최소한 4차례 이상 공개적으로 자신이 비비케이를 설립했다고 공언했음에도, 같은 주장을 편 김경준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한 한겨레신문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린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더구나 우리는 현직 대통령이 원고로 참가하고 있는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담당 판사에게 전화를 거는 등 법원 사찰에 가까운 과거의 구태가 재연된 사실을 주목하며, 정치권력에 의한 비판언론 보복에 제동을 걸어야 할 사법부의 잣대가 흔들린 데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한겨레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지부 역시 ‘이제 법원마저 독재정권의 눈치를 보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6일 발표하며 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유력 대통령 후보와 관련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당사자를 인터뷰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다. 이번 판결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적 인물에 관한 언론 보도에 대해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된다’라고 판시한 기존 대법원의 판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재판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법부마저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치권력에 부화뇌동한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종언을 고하고 말 것이다. 상급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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