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5일, 나는 이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2009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주최한 이 상은 한마디로 돈 받고 주는 상이다.

그런데 그만 깜박하고 말았다. 시상식은 오전에 열렸을 텐데 내가 기억해낸 시간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점점 떨어지는 기억력을 탓하며, 한국경제에 전화를 걸었다. 언제, 어디서 열렸는지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상매매 기사를 써왔던 나로선 그들이 제대로 된 해명(?)을 할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사실 해명할 것도 없었다. 자신들이 게재한 시상대회 홍보책자에 나와있는 내용인데, “우린 돈 안 받았어!”라고 정색할 수도 없을 터. 아무리 관행임을 강변한다 해도 본질이 달라질 리 만무하다.(관련 기사: 한국경제 ‘상주고 돈받기’ 무려 18건 , ‘돈받고 상주는’ 대회 시상식 직접 가보니… )

참고로 말하자면 ‘2009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은 대기업의 경우 2천만원을 내야 하고, 중소기업은 1200만원을 내야 한다. 한국경제 홍보책자를 보면 “최종심사에서 수상된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 한해 2009년 1월9일까지 입금”하라고 돼있다. 이 상은 작년에도 대기업 2천만원, 중소기업 1200만원이었다. 올해 선정된 이들은 다음과 같다. 이번에도 역시 20곳 중 절반가량이 대상을 받았다.

▲ 한국경제 알림·이벤트 사이트(event.hankyung.com)에 나와있던‘2009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 홍보비 캡쳐
광주광역시 박광태 시장, (주)케이핍, 한국조폐공사, 서울특별시 SH공사, (상)상오포레스콘크리트, 장암엘에스(주), 의성흑마늘영농조합법인, 그랜드코리아레저(주), 광주광역시, (주)대산기업, 건영식품(주), (주)리코시스, 대일특수강(주), (주)신성플랜트, (주)큐로컴, (주)에스피텍, (주)유로코스텍, (주)농협고려인삼, 웅진식품(주), 스탈휌스개발(주)

한국경제 대외협력부에 전화를 하니, <미디어스>를 잘 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스 곽상아 기자라고 합니다. 오늘 ‘2009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 시상식이 열리는 날로 알고 있는데,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아, 네… 미디어스 잘 아는데…”

“혹시 시상식은 끝났나요? 어디서 열린 거죠?”

“회사 내부에서…”

“언제 열린 거예요?”

“저희 부장님과 통화하셔야 할 것 같은데…”

“언제 열렸는지만 확인하려고 하는데요.”

▲ 한국경제는 5일 B1면부터 8면까지 ‘2009 기술혁신경영대상’에 선정된 기업, 지자체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왜 이번엔 호텔이 아닌 회사 내부에서 열렸는지 궁금했으나 직원은 한사코 부장과 통화하라고만 한다. 굳이 부장까지 갈 필요도 없는데, 하는 수 없이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속과 이름을 밝히자 부장이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싸늘해진다. 언제 열렸냐는 나의 질문에 “그만하시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만하시죠.”

“오늘 회사 내부에서 열렸다고 들었는데 몇시인가요?”

“상대를 안하려고 그랬는데… 당신이 알 필요가 없다. 물 광고도 아니고 기자증을 내줄 때 허가를 할 필요가 있다. 소설 그만써라.”

“(<미디어스> 기사가) 소설이라면, 홍보비를 받지 않았다는 것인가? 말해달라.”

“모든 걸 정확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추정을 해서 소설을 쓰면 되나. 업체한테 물어봐라.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기자로서 육하원칙에 맞게 써야 한다. 나도 기자였는데, 당신은 기자로 생각도 안 한다.”

“육하원칙에 맞게 쓸 테니 언제 했는지 알려달라. 회사 내부에서 연 이유는 무엇인가? 말해달라.”

“더이상 전화하지 마라.”

그동안 부장은 쌓인 게 많았던지 한국경제 상매매에 관한 <미디어스> 기사를 ‘소설’이라고 칭하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지난번 2500만원짜리 ‘2009 고객감동경영대상’에서 “총 21개의 기업·기관 또는 개인 수상으로 대략 5억25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도했는데, 이 추정치가 크게 빗나가기라도 한 걸까?

하긴, 한국전문기자클럽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와 한국일보가 주최한 ‘대한민국 존경받는 CEO대상’도 1500만원(부가세 별도)이 기준 가격이었지만, 서천군·홍성군·태백시·양평군·성동구 정도만 1500만원을 냈을 뿐 나머지 지자체들이 흥정을 거쳐 낸 돈은 천차만별이었다고 하니,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고되는 경제위기 상황이라 ‘협상’이 잘 안됐을 수도 있겠다. 그도 아니면 ‘오보’라고 소송이라도 하든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야바위짓이나 일삼는 언론의 행태가 매우 우려스럽다. 시민들이 언론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이유는 ‘사회 정의 실현’ ‘진실 추구’ 라는 언론의 본래 소명 때문이지 실제 언론사의 수준을 감안해서가 아니지 않나. 기자 출신이라는 부장도 한때는 언론인으로서 사명감 비슷한 무엇이라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한국경제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다. 언론계에서 굳게 형성돼있는 ‘침묵의 카르텔’로 인해서, <미디어스> 혼자 상매매 기사를 아무리 쓴다 해도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알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300만~900만원을 내야 하는 제7회 신품질상 시상식(한국경제·신품질포럼 주최)은 오는 5월 중순, 제7회 신품질 컨벤션이 개최될 때 열린다고 한다. 그땐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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