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산 넘어 산’, ‘발목’, ‘삐끗’, ‘흔들’.

위 단어들은 어제 오늘 신문들이 뽑아낸 미 오바마 정부에 대한 꼬리표들이다. 최근 오바마 정부에 의해 고위직에 내정됐다가 탈루 의혹으로 3명이 낙마했고, 한국의 언론들은 이 문제를 오바마 정부 전체에 대한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그것도 아주 냉혹하게.

▲ 2월 5일자 세계일보 13면 기사

오바마 정부, 인사청문회 전에 스스로 사퇴한 인사들

제일 먼저 낙마의 길을 걸은 이는 상무장관 직에 내정됐다가 사퇴한 빌 리처드슨. 그가 낙마하게 된 사유는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 의한 것이었다. 내용은, 캘리포니아주의 한 회사가 뉴멕시코주지사였던 빌 리처드슨을 지지하는 정치행동위원회에 헌금을 한 뒤 뉴멕시코주에서 이뤄지는 사업의 계약권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빌 리처드슨은 지난달 4일 성명을 통해 “(자신으로 인해) 장관 인준절차가 지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상무장관 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 대해서 “향후 나에 대한 조사에서 내가 모든 부문에서 위법 사실 없이 적절히 행동했음을 보여줄 것”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제는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

오바마 행정부에 내정됐다 두 번째로 낙마한 인사는 ‘최고 성과관리 책임자(Chief Perfomance Officer)’로 지목된 낸시 킬퍼. 그는 이번 인사에서 새롭게 신설된 CPO로 지목됐지만 1995년 고용했던 가정부와 관련 납부해야 할 1년6개월가량이 실업보상세 298달러를 미납했다가 10년 뒤인 지난 2005년에서야 이자를 포함한 967달러를 납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퇴했다. 298달러를 원화로 바꿔보면? 돼지셈으로 30만원 조금 넘을 것 같다.

마지막 낙마의 고배를 마신 이는 보건장관 내정자였던 톰 대슐이다. 톰 대슐 지명자는 2005~2007년 세금 중 14만 달러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가 장관 내정 직후 납부한 사실이 들통 나면서 비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하면서 “의회와 국민의 완전한 신뢰 없이는 국가 의료 개혁을 추진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나는 그럴 만한 지도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톰 대슐은 오바마 대통령의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물론 예외의 인물이 있기도 하다.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는 세금을 불성실하게 신고해 논란이 컸지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했다.

그렇게 오바마 행정부 내정자 3인이 물러났다. 그들은 인사청문회 전에 모두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사퇴로만 끝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CNN 등 5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내 자신이 절망스럽다. 내 책임이다”라며 대국민 사과를 단행했다. 이는 단순한 ‘유감이다’ 정도의 인사치레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 사퇴 요구에도 인사청문회까지 간 인사들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행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정책과 많은 부분에서 비교된다. 대체적으로 본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이명박 정부가 새로운 인사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인사개각 역시 TK(대구경북)지역 편중과 고소영·강부자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것이 1차적으로 국민들이 문제 삼고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최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들에 대한 2차적인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자는 이중 소득 공제 의혹을 받고 있는 중이다. 행안부는 이와 관련해 “이 내정자 부부가 매년 연말정산 신고시 부양가족에 대해 이중 공제되지 않도록 주의했으나 일부 들쭉날쭉하게 이중 공제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중 공제분 152만원에 대해서 오늘(5일) 납부했다”고 말했다. 의혹의 주인공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아직 날짜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인사문제와 관련해 도마에 오른 또 다른 이는 윤증현 재정부장관 후보자이다. 윤증현 내정자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연간 6억원의 거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윤증현 내정자는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자녀 명의의 8억8천만 원 상당의 서울 삼청동 주택 구입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해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했다는 의혹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부인이 지난해 8월 경기도 양평군의 땅을 매입한 것과 관련해서 실질적으로 경작의 목적이었는지에 대한 해명도 필요한 상황이다. 의혹의 주인공 윤증현 재정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바로 오늘 6일에 진행된다.

현인택 통일부장관 후보자 역시 각종 부정의혹이 넘치는 상황이다. 그는 ‘부친으로부터 편법 재산 증여’ 의혹, ‘소득신고 누락 및 탈루’ 의혹, ‘이중국적 자녀의 강남 소재 아파트 구입을 위한 위장전입’ 의혹, ‘논문 중복게재 논란 및 은폐’ 의혹까지 받고 있다. 민주당이 각종 부정의혹 종합백화점이라고 부르며 반대하는 것은 그만한 자격(?)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의혹의 주인공 현인택 통일부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역시 바로 오늘 진행된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개각 관련 후보자들의 문제는 이것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 앞서 설명한 인사들은 탈세 및 탈루에 주되게 관련이 있는 후보자들이다. 그러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는 전혀 다른 지점인 업무추진 능력과 관련된 문제에 봉착해 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용산 철거지역 강제진압에 최종 승인한 인사다. 그리고 현재 행정안전부 장관인 원세훈 후보자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함은 물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인사에 대해서 역시 신중하게 다가가야 한다.

오바마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진정한 차이 이렇게 드러나나

오바마 정부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비교는 된다. 이러한 비교는 한국 언론들의 반응에서도 나타났다. 세 명의 인사에 대한 후보자 철회가 되자마자 ‘정권 초기부터 심각한 정치적 상처를 받았다’며 오바마 정부 자체를 흔들어대던 한국 언론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한 모습이다.

오바마 정부에 대해 한국 언론이 주되게 문제 삼은 것은 후보자들의 탈루 문제가 아닌 오바마 정부의 지명과 철회에 관한 것이다. 그 초점은 철저히 오바마 정부로 모아지고 있고,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오바마의 능력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몇몇 언론들의 시각은 이명박 정부의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인사개각 인사청문회 결과에 대한 견적은 바로 나온다. 의혹의 후보자들을 사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혹이 있고 설사 그것이 맞다 하더라도 그대로 이끌어가는 것이 ‘지도자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낙마한 세 사람의 비리 의혹은 이명박 정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내정자들의 그것에 견줘보면 대체로 ‘귀여운’ 수준이다. 그런데도 오바마 미 대통령이 “내가 일을 망쳤다. 내 잘못이다(I screwed up. I messed up)”라고 사과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이명박 정부의 항복이 아니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진실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