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일)치 조선일보에 등장한 MBC 간부노조는 지난달 중순까지 ‘MBC 선임자 노조’였다가 최근 ‘MBC 공정방송노동조합(위원장 정수채)’으로 명칭을 바꿨다. MBC 부장급 이상으로 구성된 ‘공정방송노조’, 왠지 낯익은 이름이지 않은가.

‘MBC선임자노조’는 지난 2007년 11월27일 서울 영등포구청에 노조 설립을 신고해 탄생했다. 그로부터 한 달 전쯤인 2007년 10월30일 KBS 부장급 이상 관리직 직원들로 구성된 ‘KBS공정방송노조(공동위원장 윤명식)’가 출범했다.

KBS공정방송노조 윤명식 위원장과의 연관 검색어는 ‘강동순 녹취록’이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동순 녹취록’은 2006년 11월9일, 강동순 당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한나라당 추천 위원), 유승민 한나라당 국회의원, 윤명식 KBS 심의위원 등이 어느 일식 식당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언론을 어떻게 장악할 것인지’ 등의 대화를 주고받은 것이 드러난 사건이다.

“우리는 한 배”,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도와야 한다”, “한 배가 아니라 우리 일이다”, “도와준다는 거는 남의 일이라는 얘기”라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오간 ‘강동순 녹취록’은 당시 파문을 일으키며 정치권과 언론계를 발칵 뒤집어놨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이런 ‘그들만의 회동’이 별로 드러나지 않아서인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윤명식씨는 “공정방송노조가 (한나라당이) 정권을 찾아오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당시 KBS로부터 정직 6개월 조치를 받았고, 한국방송PD협회에서 제명당했다. 이후 그는 50여명의 간부들을 모아 ‘KBS공정방송노조’를 만들어 ‘정연주 사장 퇴진’을 열심히 요구하며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2007년 말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당선됐다. 정권이 바뀌자, 그때 그 ‘강동순 녹취록’의 예언(?)대로 2008년부터 대한민국 방송가는 격동의 세월을 보냈고, 임기가 많이 남아있던 정연주 KBS사장은 결국 해임됐다.

후임 사장으로 들어선 이병순 KBS 사장은 우선 정연주 전 사장이 2004년에 없앴던 국 단위 조직을 부활시켰다. 이후 지난해 12월29일 단행된 KBS 국·실장급 인사에서, ‘강동순 녹취록’에 등장했던 윤명식 KBS공정방송노조 위원장은 편성본부 외주제작국장으로 임명됐다.

다시 ‘MBC공정방송노조’를 돌아보자. 그들은 지난 2007년 12월6일 ‘MBC선임자노조’ 설립 선언문에서 “이제 선임사원들은 우리의 권익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는 우리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힌 이후, 뜨문뜨문 성명 발표 등의 활동을 조용히(?) 벌여왓다.

▲ 2월 5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
지난해 1월 새사장 공모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가 “정치권에 몸담은 인사는 반대한다”고 나서자 선임자노조는 “노조의 특정인물 반대는 오히려 특정인 밀기”라며 “선임 사원들을 개혁의 희생양으로 삼았던 경영진들은 최문순 사장과 함께 동반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해 8월 말 조선일보 등이 맹공격하던 ‘비리PD’와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연예계 비리에 연루된 PD 퇴출과 연예 프로그램의 제작비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의 과거 활동에 비해, 지난 4일 ‘KBS공정방송노조’와 같은 명칭인 ‘MBC공정방송노조’로 이름을 바꾸어 개최한 ‘기자회견’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5일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2면을 차지한 이날 기자회견 자료에 따르면 자체 설문에서 전체 조합원 118명 중 81명의 46%가 ‘현재 MBC는 불공정하다’고 평가했고, MBC의 ‘민영 방송화’를 선택한다는 응답이 49%, ‘공영 방송’이 40%였다고 한다. 놀랍게도 한나라당의 미디어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내용들이다.

이번 기회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MBC공정방송노조’와 ‘MBC’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까. ‘KBS공정방송노조’와 ‘KBS’의 경우처럼, MBC에도 방송사 안팎의 정·관계에서 ‘한 배 탄 사람들’이 모여들어 방송장악을 이루어낼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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