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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정부로부터 자유롭다고요?[기자수첩]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언론자유’
김수정 기자 | 승인 2016.05.02 19:29

“현재 한국 언론은 정부로부터 꽤 높은 수준으로 자유롭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상명아트홀에서 아시아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이진숙 대전MBC 사장은 현재 한국 언론자유 정도에 대해 묻는 외신의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는 “정부로부터 꽤 높은 수준으로 자유롭다”는 그의 발언을 촬영해 유튜브 등에 공유했고, 1일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이 기사화한 이후 널리 확산됐다. (링크)

사실 촬영 영상의 대부분은 현재 한국 언론은 ‘기업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에 언론사의 ‘생존’이 최우선 과제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허영섭 이데일리 논설위원은 “기업에 대해서 얼마만큼 자유롭게 비판을 하고 쓸 수 있는지가 지금 한국 기자들에게 지금 현재 닥친 가장 큰 문제인지도 모르겠다”면서 “언론의 자유보다는 언론사가 생존할 수 있느냐가 어떻게 보면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이진숙 대전MBC 사장 역시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언론사 생존이다. 큰 방송사들은 기업으로부터의 후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같은 큰 회사에서 수백만 달러를 지원받는데, 만약 삼성에서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다면 삼성은 후원금을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숙 대전MBC 사장이 아시아기자협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의 언론자유 정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길바닥 저널리스트 영상 캡처)

실제로 많은 언론이 기업의 후원, 협찬, 광고 없이는 원활한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의 재원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점점 더 경직되고 있는 언론 현실을 그대로 전한다고 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이후 이른바 주류 언론, 특히 신문보다 정파성이 덜 부각됐던 ‘방송’이 정부·청와대·대통령이 민감해할 만한 이슈를 다루기 꺼려하거나 알아서 축소·늑장보도를 하는 행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애써 무시한 처사이기도 하다.

언론자유지수 급락, 해고자 줄 잇는데도 언론이 ‘자유롭다’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지난달 28일 미국의 국제 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6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은 총 199개국 중 66위를 차지해 올해도 ‘부분적 언론 자유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언론자유지수를 살펴보면 2013년 31점, 2014년 32점, 지난해와 올해는 33점이었다. 언론자유지수는 0점에 가까울수록 자유롭다는 의미다. 최근 5년 간 언론자유 정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국경 없는 기자회의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 수치를 보아도 한국의 언론자유가 얼마나 움츠러들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180개 국가 중 70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2002년 이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정부는 비판을 점점 더 참지 못하고, 이미 양극화되어 있는 미디어에 간섭해 언론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언론장악’은 이명박 정부에서 현 박근혜 정부로까지 이어지는 주요 기조 중 하나다. 정부여당의 이해를 대변하고 볼륨을 키우는 역할을 자임한 종편 4사가 2011년 동시 개국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맞서려고 했던 언론과 언론인들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KBS, MBC, YTN,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에 ‘낙하산 사장’들이 내려오는 것을 반대했던 이들은 희생양이 됐다.

이명박 정부 원년이었던 2008년 10월, YTN에서는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6명의 기자들이 일시해직됐고 수십여명이 징계를 받았다. 회사에 ‘싫은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언론인이 해고되는 ‘이례적인 일’이 이명박 정부 이후 반복됐다. 이 ‘기록’이 정부의 언론통제 시도 강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이진숙 대전MBC 사장은 ‘정부로부터의 언론자유’에 후한 점수를 주었지만, 정작 MBC에서는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고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해고자가 줄줄이 발생했다. 2012년 6명의 해고자가 발생했고, 2013년, 2015년에도 해고자가 나왔다. 195일 동안 장기파업을 했다는 책임으로 회사에서 쫓겨났던 과거와 달리, MBC는 2차례의 해고를 통해 보다 가벼운 사유로도 사람을 자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이상호 기자는 대선이었던 2012년 12월 18일 MBC가 북한 김정남(김정일의 장남) 인터뷰를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폭로했다는 이유로, 권성민 PD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엠병신 PD입니다’라는 반성조의 글을 올린 것과 비제작부서 전보 후 예능국 복귀를 바라는 이른바 ‘유배툰’을 그렸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파업 당시의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지난달 30일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가 벌어졌던 지난 7년을 담았다. 낙하산 사장 부임-투쟁-해고-소송…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언론인들을 비추는 이 영화야말로 한국 언론이 어디쯤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기도 한 해직기자들은 말한다. 언론인뿐 아니라 사회의 관심이 있어야 “언론자유를 획득할 수 있”고,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 되는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그런데 이명박 정부 이후 꾸준히 ‘체질 변화’가 이루어진 MBC의 사측 입장을 대변했던 이는 “한국 언론은 정부로부터 꽤 높은 수준으로 자유롭다”고 한다.

회사에 저항하는 구성원들에게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불이익을 주고, 공개비난 및 전임자 복귀 명령 등 각종 방해방해 등으로 노조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수뇌부와 경영진 입맛에 맞는 보도가 나가며, 이를 비판하는 언론에게 소송으로 재갈을 물리는 것도 ‘자유’라면 ‘자유’일지도 모르겠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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