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끝난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에서 ‘승자의 저주’는 없었다. 경매는 고작 이틀, 8라운드만에 끝이 났다. 이동통신3사는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시장원리에 따라 합리적 가격에 낙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동통신사들이 LTE와 방송통신결합상품으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와중에 이통3사 모두 승리자가 됐다는 데 있다.

2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5월 2일 속개된 2일차 주파수경매에서 최종 낙찰자가 결정돼 경매가 종료됐다”며 “4월 29일 경매 1일차 마지막 라운드인 7라운드와 5월 2일 2일차 첫 번째 라운드인 8라운드에서 연속으로 5개 블록 모두 입찰자가 없었다”고 전했다. 경매 결과, 2.6GHz 대역 40MHz 폭과 20MHz 폭은 각각 9500억원과 3277억원을 써낸 SK텔레콤에 넘어갔다. KT는 1.8GHz 대역의 20MHz 폭을 최저경쟁가격인 4513억원에 낙찰 받았다. LG유플러스는 2.1GHz 대역의 20MHz 폭을 3816억원에 가져갔다. 700MHz 대역은 입찰자가 아예 없어 유찰됐다.

▲주파수할당 블록별 낙찰가 및 낙찰자 (자료=미래창조과학부.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모두 만족한 결과다. 우선 2.6GHz 대역 40MHz 폭만 빼고 나머지 대역은 모두 정부가 정한 최저경쟁가격이 그대로 최종낙찰가가 됐다. 2.6GHz 대역에서도 최종낙찰가는 최저경쟁가격(6553억원)보다 3천억원 가까이 올라 SK텔레콤이 큰 돈을 쓴 것처럼 보이지만, 이 대역의 사용기간은 10년이고 SK텔레콤은 1MHz당 가장 적은 낙찰가격(5년 기준, SK텔레콤 106억원, KT 113억원, LG유플러스 19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SK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애초 이번 경매의 낙찰가 총액이 3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낙찰가의 총합은 2조1106억원에 그쳤다. 대다수 언론은 이번 주파수 경매가 흥행에 실패하고, 사업자들은 ‘윈윈’(win-win)했다고 평가했다. 사업자들 역시 경매 종료 직후 “1MHz당 가장 적은 낙찰가격으로 주파수를 확보해 투자의 효율성 확보”(SK텔레콤), “시장원리에 따른 합리적인 경매”(KT), “각 사업자가 필요로 했던 주파수를 적정한 가격에 확보”(LG유플러스)와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동통신3사는 조 단위 실탄을 준비한 바 있다. 2015년 말 기준 SK텔레콤의 이익잉여금은 13조4186원(연결기준 15조76억원)인데 이중 처분하지 않고 남겨둔 돈이 1조215억원(연결기준 2조6105억원)이다. KT의 이익잉여금 8조4469억원(연결기준 9조593억원) 중 미처분 이익잉여금으로 2조9266억원(연결기준)3조5390억원을 남겼다. LG유플러스의 이익잉여금은 1조657억원(연결기준 1조358억원)인데 이중 8880억원이 미처분 이익잉여금이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경매에 응했고 과거 경매처럼 출혈경쟁을 하지 않았다. 주파수 경매가 최초 도입된 2011년 이통3사의 최종낙찰가 총액은 1조7015억원이었고, 2013년 경매 때는 2조4289억원이었다. 그래서 ‘승자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통3사가 ‘모두 만족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도 이런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경매 결과는 이통사에게 호기이다. LTE 가입비율이 80% 이상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부터 사물인터넷까지 이동통신사가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결합할 서비스는 많다. 2G와 3G 시대에 비해 가입자당 매출(ARPU)은 크게 늘었다. 가입비와 사업자간 접속료를 뺀 LG유플러스의 ARPU는 2010년 2만6796원에서 2015년 3만6333원으로 만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무선가입자는 902만2천명에서 1194만9천명으로 2백만 가까이 늘었다.

특히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이용자들의 자발적 아나바다로 통신비가 조금 내려가는 양상이지만 오히려 유료부가서비스와 결합상품은 다양해지고 이에 대한 지출은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1분기부터 2016년 1분기까지 2년 간 SK텔레콤의 마케팅비용 및 투자지출 규모는 분명히 줄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16년 1분기 SK텔레콤의 마케팅비는 7170억원으로 전년동기 15.3% 줄었고, 투자지출은 3190억원으로 전년동기 780억원에서 75.5% 급감했다. 반면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은 안정적이다. 2016년 1분기 이통3사의 영입이익은 약 8909억원(잠정치)이다.

그들에게 LTE는 이미 안정적인 수익구조다. 문제는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경쟁해서 통신비를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저경쟁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낙찰가의 높고 낮음이 통신비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 오히려 그들은 “주파수 대가 때문에 통신비를 못 내린다”는 볼멘소리를 해댔다. 그러다 이제는 경매에서조차 경쟁은 없는 상황이 됐다. 이동통신시장의 독과점은 공고해지고 통신재벌의 담합은 끈끈해질 것이다. 3사 모두가 땅짚고 헤엄치는 ‘승자들’이 됐기 때문이다.

(사진=미디어스)

다음은 SK텔레콤의 입장 자료

- SK텔레콤은 이번 주파수 경매를 통해 2.6GHz 광대역 및 협대역 주파수, 총 60MHz 폭의 가장 많은 주파수를 확보함

- 특히, 1MHz당 가장 적은 낙찰가격(5년 기준, SKT 106억, KT 113억, LG U+ 191억)으로 주파수를 확보하여 투자의 효율성을 확보했음

- 특히, 2.6GHz 대역은 글로벌 생태계가 넓은 핵심 주파수로, 이미 단말이 많이 보급되어 있어 기존 고객까지 추가 광대역 혜택이 가능하며, 용량 부담도 조기에 해소가 가능하여 향후 더욱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임

- 금번 확보한 주파수는 SK텔레콤의 미디어 플랫폼 사업 등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초석이 될 것

다음은 KT의 입장 자료

KT는 이번 경매가 시장원리에 따른 합리적인 경매라고 판단하며, 국민편익 증대 및 투자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함

KT는 이번 경매에서 주력 광대역망인 1.8GHz 인접대역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초광대역 전국망 LTE를 즉시 제공 가능함

1.8GHz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LTE 주파수로 기존 1.8㎓ 인프라에 초광대역 LTE를 바로 적용가능하고 안정적인 품질제공으로 고객 체감품질 향상이 기대됨

KT 고객들은 쓰던폰 그대로 신규 1.8GHz 대역에서 즉시 이용 가능하며, 이번에 확보한 주파수는 KT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GiGA LTE, GiGA IoT 등 더욱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것임

다음은 LG유플러스의 입장자료

LG유플러스는 이번 경매를 통해 2.1GHz 광대역 주파수를 최저가에 확보하게 되어 최고의 속도와 서비스로 일등 LTE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함.

이번에 할당받은 2.1GHz 주파수는 기존에 보유한 동일 대역 주파수 20MHz폭과 묶어 올해 말부터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2.6GHz 광대역과 함께 최대 375Mbps속도의 듀얼 광대역(2.1GHz+2.6GHz) 3밴드 CA 서비스가 가능해짐.

아울러 LG유플러스는 4x4미모(MIMO), 256쾀(QAM) 등 차세대 LTE 기술을 적용하여 기가급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방침임.

이 같은 초광대역 서비스를 통해 LG유플러스가 그 동안 제공해왔던 고화질의 모바일 UHD, VR은 물론 IoT서비스 품질과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임.

한편 LG유플러스는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주파수 정책을 통해 각 사업자가 이번 경매에서 필요로 했던 주파수를 적정한 가격에 확보했으며 통신산업 투자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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