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되도록 지지율이 20% 안팎을 벗어날 줄 모른다. 역대정권의 말기증상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친 소 수입에 저항한 촛불시위가 함축한 의미는 간단하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고 함께 가라는 함성이다. 그런데 국민과 싸우는 모습을 거듭 연출하며 민심이반을 부추긴다. 이것은 순리의 정치가 아니라 역리(逆理)의 정치다.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지 않았다. 광우병 위험이 없는 쇠고기를 수입하라는 것이었다. 일본처럼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그것도 위험부위를 빼고 말이다. 그런데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무차별적으로 수입의 문을 열어 국민의 분노를 샀다. 백만의 촛불이 뛰어 나와 밤거리를 밝혔건만 그 뜻을 모르는 모양이다. 전경의 힘으로 촛불을 껐다고 믿으니 국민과 부닥치는 일만 벌인다.

한반도 대운하만 해도 그렇다. “한다”, “안 한다”를 이 입, 저 입이 바꿔가며 되풀이했다. 어느 쪽 말도 틀리게 만들었다.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할 판이니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해서 기어코 삽질을 시작했다. 대운하가 아니라고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믿을지 모르겠다. 강바닥을 파낸다고 일자리가 생긴다니 이 또한 헛소리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아수라장이었다. 한나라당이 100여개의 법안을 내놓자마자 당장 국회를 통과시킨다며 난리를 피웠다. 입법전쟁이라며 군사작전을 펴듯이 밀어붙였다. 일반국민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조차 내용을 잘 모르는데 말이다. 급기야 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도 연말까지는 통과시킨다며 기세를 올렸다. 여론의 직격탄을 맞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모든 법은 국민의 경제·사회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민은 그 내용을 충분히 알 권리를 가졌기 때문에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민적 논의를 거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 소관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않은 법안들을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한꺼번에 직권상정해서 일괄통과시킨다고 소란을 떨었던 것이다. 1980년 전두환 일당의 국보위나 할 짓을 말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니 정당하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그 이전에 절차도 정당해야 한다.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것을 위해서는 공청회, 토론회, 설명회를 통해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그 다음 소관 상임위의 법안심사에서 그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무더기, 날치기 통과는 다수당의 독재다. 이것은 의회쿠데타나 다를 바 없다.

용산참사도 같은 맥락에서 일어났다. 철거민 농성장에는 인화물질이 반입되어 발화위험이 있었다. 그들은 생존권 차원에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다 마지막 수단에 의존한 것이다. 공권력을 투입하기 이전에 대화를 통한 설득이 선행되었어야 한다. 또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조치도 필수적이다. 이런 노력도 없이 초전박살을 외치며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과잉진압의 결과는 참혹하게도 6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집권세력은 억울한 주검을 두고도 도심테러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강변한다. 테러라니? 그들은 정부요인을 납치하거나 살해한 것이 아니다. 국가보안시설을 점거하거나 파괴한 것도, 비행기를 납치하거나 선박을 억류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테러진압조직인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진압작전을 폈으니 예고된 불상사를 자초했다.

집권세력 눈에 국민이 보이지 않으니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 4·19혁명, 6월항쟁은 국민을 억압하던 공포통치가 불렸다. 권력중독에 빠져 국민을 바보로 알고 힘으로 짓누른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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