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미디어법의 최종 목표 지점에 대해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미디어법 관련 논쟁이 장기전에 접어들자 경제 불황을 빌미로 일자리 창출 운운하며 쉽게 대중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거대 여당은, 정책 목표의 실현 가능성 부재를 이유로 난타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이자 해당 법안의 핵심 발의자인 정병국 의원 스스로가 최근 방송학회 토론회에서 경제 효과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실토하였다는 점이다. 이로써 불필요한 논쟁 하나는 접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눈 가리고 아웅’하며 다시 들고 나올 것이 뻔하다 해도 말이다.

남은 쟁점은 ‘시장을 보완하기 위한 공공영역을 어떻게 획정할 것인가’와 ‘다매체 다채널 상황에서 여론 다양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있다. 특히 이중 공공영역 획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공영방송법이 제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공영방송법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공공영역을 KBS와 EBS 등을 중심으로 구획하는 국가기간방송법의 골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나라당이 목놓아 외치는 수 천개의 채널이 존재하는 다매체 다채널 상황을 고려할 때 전혀 걸맞지 않은 접근이다. KTV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집권정당의 아쉬움을 드러낸다면 모를까 너무나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한나라당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공공영역의 핵심에 정치권의 필요가 아닌 국민의 필요가 놓여져야 한다는 점이다. 즉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매체 환경 속에서 국가는 국민 누구나 무료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 수단을 제공하고 이를 안정화시켜 정보 격차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국가의 책무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하겠다.

민우회는 2006년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2008년만 해도 각종 설문조사와 공개토론회를 통해 ‘다매체 다채널 상황에서 보편적 서비스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노인, 장애인, 이주 여성 등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취약한 사회계층에 대해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실시하였다. 또 세 차례의 토론회를 거쳐 취약계층과 관련사업자의 의견을 나누었다. 이는 전적으로 시청자, 이용자의 관점에서 다매체 다채널 상황에 따른 기본적 서비스의 범위를 찾아보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 결과 국내 취약계층의 대부분은 유료가 아닌 무료방송을 통해 정보를 취하고, 오락을 대신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즉 지상파 방송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료방송을 가입하고 있는 경우 지상파방송과 함께 종교채널을 주로 시청하고 있었는데, 이는 그만큼 고단한 일상을 드러내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누구를 중심으로 체계화해야 하는가, 시장에 맡길 수 없는 공공영역을 어디까지 획정할 것인가를 가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어야 한다.

토론회를 통해서도 많은 것들이 논의되었다. 공통적으로 확인된 것은 ‘공공서비스’든 ‘기본서비스’든 ‘보편적 서비스’든 용어는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 정보 수단으로서 무료방송서비스를 공공영역으로 구획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며, 그 바탕 위에서 기타 유료 방송 신문 통신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자유로운 시장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적 서비스를 지상파방송으로 보는 것은 지상파방송이 전국형 무료 서비스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지상파방송의 권리만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지상파방송사에 난시청 해소 의무를 부과하고 전 국민 도달 책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난시청 해소 부과 의무는 과거와 같이 형식적인 것이 아닌 위성 임대, SO, RO, IPTV 등 유료방송을 통한 간접 전달까지를 모두 포함한 것이어야 한다. 직접 도달을 시키든 도달이 불가능한 지역의 대체 수단을 마련하든, 그 모든 것이 지상파방송의 책무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 고품질의 다양한 콘텐츠 제공 의무가 동반되는 것은 기본이라 하겠다.

상황이 이렇다 해도 지상파방송에 대해 깊은 유감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에게 지상파방송 전체를 공공영역으로 획정하는 논의를 시작하자고 하는 것은 무리다. 이제야말로 시민사회가 직접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다수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일지라도, 의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정당일지라도 다양한 국민, 특히 취약계층의 기본적인 정보 권리를 위협하는 일은 곤란한 만큼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시민사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제 변화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무엇이 기본적인 서비스로 획정되어야 하는지를 본격 의제화해야 한다. 모두의 관심을 기대한다.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98년 발족, 성평등한 사회를 향해 미디어 속의 세상을 바꾸어 갑니다! 또 다매체 다채널 환경 속에서 보편적 서비스의 공고화와 다양한 문화의 창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바른 시선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