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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떼먹은 PD, ‘니가 다 일을 망쳤다’더라”[인터뷰] 방송작가 6년차 A씨, 사비 들여 소송만 2건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5.01 18:38

“너무 화가 나더라”

부당한 대우, 이제는 더 이상 참지 않는다.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일한 지 6년째인 A씨는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다. 불안한 노동과 저임금, 그런데 임금도 떼어먹기 일쑤였다. 체불임금 200여 만 원을 받기 위해 2개의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떼인 임금 받기 위해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유령회사인 듯한 업체에 소장을 보내는 데에만 5개월이 걸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할까도 했지만 그동안 들인 시간이 아까워 멈출 수도 없었다. 그렇게 1심 법원은 최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그를 고용했던 PD로부터 “네가 일을 다 망쳐놨다”는 원망을 들어야 했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나, 일을 했고 그에 대한 돈을 받으려던 것뿐인데…’. 언론노조를 찾은 이유였다.

1일 대학로에서 열리는 메이데이 집회에 참석한 A씨를 만나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집회는 TV에서만 보던 A씨는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는 노동개악 반대 목소리도, 그런 집회를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켜달라는 반올림 등 각 단체들의 부수들을 보는 것도 모든 것들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A씨는 “어릴 때에는 TV를 통해 집회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저러나’ 싶었다”며 “하지만 소수의 입장으로 불미스러운 일들 겪으며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따지고 보면, 이들(노동자들)이 말하는 것이 다수를 대변하는 입장인데 소수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저임금에 화가 났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작가 일을 해왔다는 A씨였다. 그는 “처음 소개를 받아 방송작가 일을 시작하면서 7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며 “임금도 임금이었지만 업무 분위기도 문제였다. 프리랜서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탓이다. 그러다보니 서로 날카로워지고 가시 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일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서 부당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는 ‘어쩌겠느냐’라는 이야기하는 사람밖에 없었다”며 “그러다보니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불미스러운 일들(임금체불)을 겪으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단체가 없을까’ 생각하던 때 한 홈페이지를 통해 언론노조에서 방송작가 실태조사 등을 한다고 해서 연락을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디어스

A씨가 언론노조를 통해 가장 바라는 것은 방송작가들의 노동이 ‘노동’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2건의 임금체불이 있었는데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노동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며 “그러다보니 혼자 임금체불을 받겠다며 소송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무엇보다 프리랜서 방송작가들의 노동 또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근로자로 인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방송작가들 사이에서의 계급 또한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막내작가가 무슨 작가야’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그런 분들이 이해된다”고 말한다. 그는 “그 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해서 그 자리에까지 올라갔겠느냐”며 “그들이 볼 때에는 우리들이 ‘조무래기’ 같은 애들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분들조차 우리의 노동을 노동으로 봐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구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인식을 조금만 바꾸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A씨와의 일문일답이다.

"막내 작가로 처음 손에 뒨 월급 70만원"

미디어스 권순택 기자(이하 미디어스) : 일단 본인 소개부터 해달라.

방송작가 A씨(이하 A) : 총경력 6년차인 방송작가다.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은 한 월간지였고 그곳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방송작가로 넘어오게 됐다. 사회 경험을 쌓고자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지만 월급이 적어서 회의감을 느꼈다. 그 때가 2011년이었다. 그러다 한 IT기업 홈쇼핑 채널에서 인맥 없이 찾아가 일을 시작했다. 현재는 홈쇼핑 채널과 함께 한 지역채널에서 교양프로그램 관련 일을 프리랜서로 하고 있다.

미디어스 : 당시 얼마의 임금을 받았나.

A : 당시 평균이 80만원이었는데, 제가 받은 월급은 그것도 안 되는 70만원이었다. 한 채널 시사프로그램이었는데, 서브작가를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그를 ‘막내작가’라고 부른다.

미디어스 : 홈쇼핑채널에 작가가 필요한가. 선뜻 어떤 일을 하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A : 제가 일했던 곳은 처음 생긴 곳이다 보니 막내였지만 대본을 다 맡아 작업했다. 제품을 판매하기 앞서 MD와 PD와 업체와 미팅을 갖는다. 그러다보면 해당 제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하는지가 나타난다. 회의를 통해 어떻게 판매할지 구상을 써서 PD에 주면 그것을 통해 촬영이 진행된다. 물론, 편집도 하고. 처음에는 PD가 없어서 그 역할도 대신했었다.

미디어스 : 홈쇼핑채널의 경우 ‘과장광고’가 문제로 지목되기도 한다. 기업으로부터 그런 요구도 받나? 궁금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도 있는데….

A : 홈쇼핑채널 회사 내 심의팀이 없을 때에는 심의규정을 일일이 찾아보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지금은 자체 심의팀이 생겨 대본도 어느 정도 걸러져 수정되곤 한다. 제재 많이 걸렸다. 그런데, 업체와 이견이 크다. 업체는 ‘이런 게 왜 안되느냐’는 등 심의규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심의규정 때문에 (특정 수위 이상의 표현 등은)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업체 쪽에서 우겨 의견이 상충될 때 조금 버겁기도 하고 힘이 든다. (웃음)

미디어스 : 그렇다면 언론노조에 어떤 계기로 결합하게 됐는지….

A : 막내작가로 일하면서 70만원을 받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이런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면 ‘세상이 그런 걸 어쩌겠나’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런 얘기를 반복해 듣다보니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언론노조에서 방송작가 관련 노동 및 인권 실태조사를 하니 도와달라는 글을 보게 됐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단체는 없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래서 그 글을 보고 곧바로 연락을 취해서 만났다. 적은 임금도 문제이지만 방송작가들은 업무분위기도 문제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프리랜서이다보니 서로 일하면서 날카로울 때가 많다. 가시 방석에 앉아 일을 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인권이나 복지는 당연히 안 지켜졌다.

미디어스 : (그 때 뒤에서 메이데이 본행사가 시작됐다) 어떤가. 이런 자리에 자주 와봤나?

A : 처음이다. TV에서 보던 것들을 보니 신기하다.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언론노조를 통해 참석하게 됐다. 어릴 때에는 TV를 통해 집회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저러나’ 싶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머리가 조금 더 자라고 소수의 입장이 되다보니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도 겪으며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들이 말하는 것들이 다수의 입장인데 소수의 취급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입장 차는 어디나 있기 마련인데 아쉽다. 오늘 같은 날들도 여기 보이듯 차량이 통제됐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처럼 쉬는 날 놀러 나왔는데 차가 막히니 싫어하실 것도 같다. 무관심에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해의 눈빛으로 볼 텐데. 아버지가 80년대 운동권을 했던 적이 있어서 무용담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 그 이야기처럼 단결된 마음이 덜해서 안타깝다.

미디어스 : 그렇다면 아버지께 언론노조에서 같이 활동했다는 얘기를 했나. 응원 해주시던가?

A : 이야기 못했다. (웃음)

미디어스 : 부모세대가 겪은 일을 자녀는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클까? 이야기가 옆으로(웃음). 앞서 이야기할 때 방송작가 일을 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겪었나?

"임금체불로 사비 털어 소송만 2건 진행중…큰 돈 아니지만 노동 값"

A : 임금체불로 사비를 털어 소송만 2건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한 건은 ‘이행권고’ 결정이 나왔다. 피고 측에서 항소를 하지 않아 승소 판결이 났다. 그게 3일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안 주려고 한다. 해당 PD는 ‘청구이의의 소(집행정지)’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니 승소했다고 협박할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제가 잘못했단다. 그래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물었는데, 뚜렷한 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 되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니가 다 망쳤다’라면서 인격모독을 일삼았다. 그 전에는 꼬박꼬박 ‘작가’로 대접해줬는데, 임금체불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니 곧바로 ‘당신’이 돼 버렸다. 하하하.

미디어스 : 방송사가 아닌 PD가 프리랜서 작가를 구한 그런 형식으로 일을 한 셈이었나 보다. 또 다른 소송 건은 무엇인가?

A : 알바식으로 했던 것이다. (생활하는데)돈이 더 필요해서 그랬다. 원고를 작업해서 넘겨줬는데, 그쪽에서는 ‘해당 원고를 쓰지 않을 것이니 줄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원고를)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걸 증거삼아 신고했다. 5월 중 재판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알고봤더니, 유령회사더라. 주소를 계속 옮겨다녔다. 주소도 상호도 다 거짓말이었다. 사업자 등록만 해놓고….

미디어스 : 그렇게 해서 떼인 돈이 얼마인가?

A : 200만원 정도 된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 돈은 아니기도 하다.

ⓒ미디어스

미디어스 : 스스로 큰 돈은 아니기도 하다면서 소송까지 건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A : 저도 많지 않으니, 포기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체불이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쌓이니 화가 났다. 스스로 호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블로그에서 어떤 분이 임금체불을 당해 소송을 걸었다는 수기성 글을 보게 됐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 유령회사(?)와 같은 사람의 경우, 계속 주소지를 옮겨다니면서 소장을 보내는데 5개월이나 걸리기도 했다. 진짜 마음 고생 많았다. 소장은 계속 반송되고 그러니까 때려칠까도 생각하다가 공들이 시간이 아까워 끝까지 가기로 했다.

미디어스 : 그래도 소송까지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A : 너무 화가 나더라. 나도 적극적인 사람이 아닌데, 그 블로그 글 하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어쨌든 일을 한 것에 대해서 정당한 임금 아닌가. 그 돈이 40만원이건, 50만원이건 떼이는 건 안된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미디어스 : 언론노조와 결합하게 됐는데, 어떤 것들이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 가장 중요한 건 인식인 것 같다. 생각 자체가 굳어져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나. 막내작가 임금 확실히 적다. 그리고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 것들이 우선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됐으면 좋겠다. 근로자로 인정이 됐으면 하는 것이다. 프리랜서라고 한다면 노동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줄 게 없다는 거다.

"막내작가는 작가가 아니다?…이해는 가지만 조금만 인식을 바꿔주셨으면"

미디어스 : 방송작가 내에서도 계급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막내작가는 작가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A :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이해는 된다. 그 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입봉을 하고 그랬겠나. 그 분들이 볼 때에 막내작가들은 ‘조무래기 같은 애들’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의 노력을 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같이 글을 쓰는 그 분들조차 인정해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다. 조금만 인식을 바꿔주시면 좋을 것 같다. 위에 계신 분들도 막내작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위에 계시면서 같이 대안을 생각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스 : 최종 꿈은 무엇인가.

A :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다. 사실 드라마를 써 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오디오 드라마를 집필한 적도 있다. 어쨌든 작가라고 하는 건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제가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다보니 글로 표현하는 게 작가라고 하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면서 카타르시스를 표출하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다. 구성작가 또한 매력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다 같이 협업으로 무언가 만들어간다는 게 그것이다. 방송일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겠나. 협업. 올해는 힘들 것 같고 내년에는 다시 드라마 작가에 도전해볼 생각이다.(끝)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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