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슈퍼히어로 무비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의 적과의 갈등보다도 평화를 수호하는 방식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슈퍼히어로간의 갈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3월에 선을 보인 DC코믹스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첫 선을 보이면서 마블의 어벤져스에 반격을 선포했다. 그리고 마블은 4월 (미국은 5월 개봉예정)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화답했다.

자연스레 두 영화를 비교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마블의 한판승으로 귀결될 듯싶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이미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서 보는 내내 두통이 찾아올 듯한 느낌이 지배했던 '저스티스의 시작'은 스토리텔링의 치밀함마저 결여되면서 다음 영화에 대한 설렘보다는 앞으로 벌려놓은 판을 어떻게 수습하려나 하는 걱정만 안겨주었다.

마블을 따라잡기 위해 우선 판부터 벌려보려는 DC의 초조함이 영화에 그대로 투영된 듯 보인다. 그런 상대에게 마블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그리고 판을 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A부터 Z까지 제대로 알려준다.

'시빌 워'는 스토리와 구성의 치밀함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렇기에 캐릭터들의 행동에 자연스레 당위성이 부여된다. 관객들은 배트맨과 슈퍼맨이 왜 싸우는지에 대해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던,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스틸 이미지

또한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유머코드로 잠시 쉴 틈과 여유를 제공한다. 그런 역할은 앤트맨과 스파이더맨이 충실하게 수행한다. 심지어는 윈터솔져도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액션씬은 한꺼번에 많은 캐릭터들이 몰려서 피곤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각 캐릭터들의 특성을 절묘하게 포착하여 흥미진진하게 시선을 집중시킨다. 캐릭터간의 갈등부터 화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다다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짧지 않은 런닝타임이지만 지루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관객의 입장에선 '저스티스 리그'보다 '어벤져스'에 대한 기대감을 더 키울 수밖에 없게 됐다. 태생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잘 보듬고 키우는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DC코믹스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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