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자 조중동 지면에서는 놀라운 ‘우연의 일치’가 발견된다. 제2롯데월드 공청회, IMF 성장률 전망, 국회예산처 보고서. 이 3가지는 사안의 중요성으로 인해 타신문들이 오늘자 지면에서 하나같이 주요하게 보도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들 이슈에 대해서는 아예 다루지 않거나 하나같이 축소해서 보도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확률이 너무 떨어진다. 혹 이들은 똑같은 속사정 때문에 이들 이슈를 동시에 ‘선택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닐까? 이날치 지면을 통해 새롭게 확인된 이들 신문의 정체성은 ‘방송 진출을 욕망하는 친정권 부동산 부자 신문’이었다.

◇ ‘외압 논란’ 제2롯데월드 공청회, 이번에도 ‘침묵’

이들의 선택적 배제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3일 열린 제2롯데월드 공청회에 대한 보도태도다. 사실 ‘보도태도’라고 할 것도 없다. 아예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 4일자 한겨레 5면
그동안 조중동은 안전성 문제, 정경유착, 재벌 특혜 논란 등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논란을 거의 조명하지 않고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 등 대규모 개발사업의 ‘빗장’을 열어준 결과로 작년 6월 이후 7개월 동안 하락해온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이달 들어 연속 0.05%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식으로 ‘부동산 문제’에만 천착해 보도해왔다.

조중동이 제2롯데월드 신축 의견을 밝히기로 했던 이들이 여럿 불참해 ‘국방부의 외압 논란’이 불거진 3일 공청회에 대해서도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은, 태도의 일관성 차원에서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반면 경향은 4일자 4면에서 공청회에 대해 “국방부와 롯데는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대부분 우려를 표시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며 “1000억원을 롯데가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용했다면 국방부가 거지냐”(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 “확인 결과 동편 활주로를 3도 변경해도 제2롯데월드로부터 1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국방부 주장과 달리 최소안전 이격거리(1852m)를 확보할 수 없는 것으로 나왔다. 국방부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의 의견을 전했다.

한겨레는 4일자 5면에서 “국회 국방위가 3일 연 제2롯데월드 공청회에서 신축 반대 의견을 밝히기로 했던 예비역 공군 장성들이 여럿 불참해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며 “반대쪽 진술인의 돌연한 불참으로 이날 공청회는 찬성 의견 진술인은 5명이지만 반대 의견 진술인은 3명이라는 불균형 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은 경향, 한겨레 외에도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이 주요하게 보도했다.

타 신문들에 비해 건설사 광고가 많아 ‘부동산 신문’으로까지 불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중동의 침묵이 딱히 이상할 건 없겠다. 더구나 조중동 사주들 자신이 ‘부동산 부자’가 아닌가. 2007년 KBS <미디어포커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흑석동 자택은 주택공시가격 86억3천만원,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과 아들 김재호 대표이사가 사는 가회동 고택은 23억2천만원,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한남동 저택은 17억3천만원에 이른다고 하니까. 다만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이들의 이러한 보도가 사회에 미칠 해악이 우려스러울 뿐이다.

◇ IMF의 한국 경제전망 ‘올해 -4%’ 보다 ‘내년 +4%’ 강조

국제통화기금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한다고 3일 밝혔다. ‘747’ 공약으로 당선됐던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장 목표치를 3%로 한참 낮추어 잡았건만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4일자 지면에서 한겨레, 경향,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 종합일간지들은 이를 1면에서 주요하게 보도하며 올해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 보도를 쏟아냈다. 한겨레와 경향은 곤혹스러워하는 정부 반응을 내보내며 SBS 원탁토론과 국정워크숍에서 “올해는 어렵지만 내년에는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 4일자 경향신문 3면
한겨레는 3면 <‘올 마이너스 성장’ 현실엔 눈감고 “대통령도 내년 회복 전망” 자화자찬>에서 “청와대 경제부문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제통화기금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4.0%를 제쳐놓고 내년 성장률 4.2%만 강조했다. 성장률 통계를 낸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980년(-1.5%)과 98년(-6.9%) 두 번뿐”이라며 “이 대통령의 ‘내년 빠른 회복’ 발언은 ‘국제통화기금의 전망치’를 근거로 내세우면서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 전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국내 연구기관, 경기침체 축소에 바빴나>에서 국내연구기관과 IMF 전망에 큰 격차가 나는 이유에 대해 “국내연구기관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낙관적인 수치를 내놓아 국내외 기관간 전망치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3면 <-4%서 +4.2%로…2년간 ‘제자리 걸음’>에서 “올해 마이너스 4.0%를 기록하고 내년 4.2% 성장한다면 사실상 2년간 국내 경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다. IMF의 전망은 내년 4.2%보다 올해 마이너스 4.0%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봐야 한다”는 한은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조중동은 IMF가 전망한 올해 경제 성장률보다 “내년에 회복된다”에 방점을 찍는 등 IMF의 성장률 전망치를 축소해 보도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4일 B1면 왼쪽 하단 <“한국 경제회복, G20중 최고”>라는 1단 기사에서 “한국경제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돼 내년에는 견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임을 보도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각각 8면 <글로벌 불황 직격탄 맞지만 경제회복 속도 가장 빠를것>, E2면 <IMF “한국, 올 4분기부터 회복”>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인 -4% 보다 “4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에 방점을 찍었다.

타신문들이 IMF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주요하게 보도·분석하는 가운데 유독 조중동만 ‘올해 -4%’보다 ‘내년 4.2%’를 강조하며 별일 아니라는 듯 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 살리기’ 하나로 당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에게, ‘-4%’라는 숫자가 미칠 여파를 우려했기 때문일까. 단언하긴 어렵지만 이들이 그동안 보여왔던 친정부적 보도를 볼때 “동의하기 어렵다. IMF의 전망만큼 경기 후퇴의 골이 깊지는 않을 것” “인정한다기보다, IMF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공적 기관이기 떄문에 중요 참고자료로 삼겠다”며 IMF 전망을 애써 부정하려는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국회 예산처 발표 비보도, 그들은 방송을 꿈꾼다

정부 여당의 ‘미디어법 통과되면 방송분야에서만 당장 2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의 논리에 직격탄을 가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예산처가 “언론법의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3일 내놓은 것이다. 국회예산처는 정부여당에게 주요 논리를 제공했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대해 “방송시장 규모가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2만여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 갖는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겨레와 경향이 각각 2면 톱, 1면 톱으로 이 사실을 전하는 가운데 조중동은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신문·대기업의 방송 진출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나라당 미디어 관련 법안에 있어서 그들은 제3자가 아니라 당사자라는 것을.

4일은, 조중동이 3가지 주요 이슈에 대해 동시에 선택적 배제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 한국언론사의 소사(小史) 한 페이지를 기록한 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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