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주의 BEST : 시작은 시끄러웠으나 끝은 창대했다!
KBS <나를 돌아봐> (4월 29일 방송)

시작은 비록 시끄러웠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 조영남-김수미의 사퇴 선언으로 시작해 최민수의 폭행 논란 등 방영 직후 끝없는 잡음과 하차로 시끄러웠던 <나를 돌아봐>는 송해의 구순잔치로 막을 내렸다. 송해는 <나를 돌아봐>를 수렁에서 건져 올린 구세주였고, 그렇기에 송해의 구순잔치는 <나를 돌아봐>가 가장 잘 선택한 피날레 무대였다.

1955년 창공 악극단으로 가수 데뷔한 송해는 60년 동안 드라마 5편과 라디오 프로그램 4개, TV 프로그램 14개 이상 진행했다. 출연한 광고만 해도 약 16편, 출연 영화만 총 14편, 받은 트로피만 17개. 그야말로 대부,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전국노래자랑>을 ‘장기 집권’한 MC답게 축하 게스트도 화려했다. 모두가 그의 아들딸임을 자처했다. 이애란은 “지금의 이애란을 있게 해 준 분”이라며 오늘부터 송해를 아버지라고 부르겠다고 말했고, 오승근은 스스로를 “송 진사댁 셋째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4월 29일 방송된 KBS <나를 돌아봐>

우연의 일치겠지만, 이 날 게스트는 나이에 관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노래고, 이애란의 ‘백세 인생’은 아직 세상을 떠나기엔 젊은 나이라는 노래다. 말 그대로,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청춘처럼 살 수 있다는 선언과도 같은 노래들. 그리고 송해는 실제로 노래 속 인생을 살고 있었다. 구순이 되도록 여전히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구순을 앞둔 시점에서 남성 잡지 표지 모델까지 도전했다.

나는 과연 구순이 될 때까지 저렇게 열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 나이만 젊을 뿐 송해만큼의 열정은 없는 것이 아닐까. 여전히 위트 있고, 여전히 목소리가 쩌렁쩌렁한 송해를 보며 든 생각이었다. 그래서 송해의 구순잔치는 단순한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아니라, 프로그램 제목처럼 모두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주의 WORST : 왜 <반달친구> 시청률은 1%도 안됐을까?
JTBC <반달친구> (4월 23일 방송)

JTBC <반달친구>는 아이돌 그룹 위너가 무려 보름이라는 스케줄을 통째로 투자한 프로그램이다. 여타의 육아 예능이 격주 혹은 3주에 한 번씩 촬영하는 것을 감안하면, 보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한 것은 나름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달친구> 첫 회의 시청률은 1%도 되지 않았다. 그간 예능 성적이 꽤나 좋았던 JTBC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아이도 많고, 나이도 많았다. 시청률 저조의 원인을 조금 거칠게 지적하자면 그렇다. 최근의 육아 예능은 보통 가족 단위로 구성된다. 적으면 두 명, 많아봐야 다섯 명 정도다. 그러나 <반달친구>는 무려 어른 다섯에 아이 열 명이다. 어른 한 명과 아이 두 명이 짝을 이루는 구도도 아니고, 열다섯 명을 한 곳에 몰아넣고 촬영한다. 게다가 아이들의 평균 연령은 6세. 가장 인기 있는 육아 예능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면, 평균 연령이 돌 즈음부터 만 3세까지다. 물론 이범수의 딸 소을이가 6살이긴 하지만, 이범수 가족 이야기의 중심은 6살 소을이가 아니라 3살 다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육아 예능에 적합한 연령은 최대 3살이다.

왜 3살일까. 본격적으로 말문이 트인데다 호기심까지 폭발하고, 아직까지는 ‘어린이’보다는 ‘아기’ 티가 많이 나는 나이.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육아 판타지를 채워줄 수 있는 마지노선 나이. 그러나 <반달친구>에는 막내가 4살이고, 대부분 6~7살이다. 그러다보니 예능의 성공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베이비’ 특유의 귀여움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아이돌 그룹과 아이들의 동반 성장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는 20~30대인데, 그들은 육아를 예능으로 받아들이지 다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혼이라면 육아의 현실이 와 닿지 않기 때문이고, 기혼이라면 굳이 TV에서까지 육아의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달친구>는 판타지를 싹 걷어내고, 애매한 ‘리얼’을 보여줬다.

4월 23일 방송된 JTBC <반달친구>

물론 아이들의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육아 예능이 실패하는 건 아니다. 그 아이만의 매력을 빨리 끄집어낼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반달친구>는 15명의 출연자가 등장하는 집단 예능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빠와 아들의 ‘케미’를 밀도 있게 담아내는 사이, <반달친구>는 5명의 어른과 10명의 아이들을 ‘관찰’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출연자들의 매력을 발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자 어린이들의 관계를 놓고 ‘꽃들의 전쟁’이니, ‘이 구역의 센 언니’ 같은 인위적인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오히려 날 것의 매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첫 날 아이들은 하원할 때 “쥬쥬샘 같이 차타고 가요”라고 할 만큼 위너와 정이 들었는데, 정작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작진이 15명의 출연자들을 모두 보여주느라 시간에 쫓긴 나머지, 그들만의 교감을 발견하지 못하고 관찰자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키즈카페에 설치된 CCTV를 보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이가온 / TV평론가
웹진 텐아시아와 잡지사 하이컷을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 중. 회사를 퇴사한 후에도 여전히 TV를 놓지 못하고, TV평론으로 밥벌이하는 30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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