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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업무 1순위가 ‘북한인권’인가?[기자수첩] ‘진짜’ 북한인권을 생각한다는 건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4.29 21:12

이제는 북한방송문화진흥회라고 불러야할까.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이 제 할 일은 다 제쳐두고 1억 원이 집행되는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을 밀어붙일 태세다. MBC에서 해고되고 징계받고 비제작 부서로 인사발령 받은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는 시급하지 않느냐는 물음이 제기됐지만 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북한의 실상을 안다면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안 된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의 말대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심각하다. 이를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방문진에서 이런 ‘수준 이하’의 논의가 되는 것이 오히려 더 슬프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쩔 수 없다.

여당 추천 이사들이 2주에 한번 꼬박꼬박 율촌빌딩에 앉아 회의를 하는 것은 방문진 이사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방문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관이다. 방문진의 설립근거가 된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조(목적) 또한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5조(업무) 제1호는 ‘방송문화의 발전과 향상을 위한 연구 및 학술사업’이다. 그리고 ‘MBC의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2호), ‘방송문화진흥자금의 운용·관리’(3호), ‘그 밖의 공익 목적의 사업’(4호) 순이다. 이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미디어스

방문진에서 해야 할 일 1순위가 ‘북한인권’인가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 방문진 또한 그 업무에 있어서 중요도가 있다. 방문진이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야할 업무는 MBC의 관리감독의 일이라는 얘기다. 현재 MBC는 어떤 상황인가. △MBC녹취록 사태, △무단협에 따른 노조 파업, △MBC 이상호 기자 인사위 회부, △법원의 해고 및 징계 등 부당 판결, △직종폐지, △시사기자 채용, △지역MBC 공동상무제 배치와 독립성 훼손, △선거방송 편향 및 어버이연합게이트 침묵 등 편향 보도 등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이 같은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소극적이고 침묵했다.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여당 추천이사들은 ‘술 먹고 한 헛소리’로 규정했다. MBC녹취록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방문진의 역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방문진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키는 논리였다. 그래서 해당 안건은 보고 차 방문진에 들른 백종문 본부장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됐을 뿐이다. 검찰이 권력자들에 ‘서면질의’를 해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자리에서 백종문 본부장은 “업무상 간 자리는 맞지만 사적인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식사는 MBC법인카드로 계산했음을 시인했다. 최소한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에 대한 회수’ 여부에 대해 논의해야했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은 “지겹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영주 이사장은 “앞으로 이 안건(MBC녹취록 관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월권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 후, 해당 안건은 방문진에서 어떠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고 있다.

26일 MBC공대위가 주최한 '<공영방송 MBC 장악 음모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의 당사자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미디어스

MBC 무단협 사태에 따른 노사 간 갈등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7일 야당 추천 이사들은 무단협 상태를 해소하고 노사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문진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 당시 ‘북한인권이 시급하다’는 이인철 이사는 “방문진이 개입하겠다는 것이냐”며 “여기에서 다룰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MBC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런 방향성 등에 대해 방문진 내에서 조율이 되면서 같이 가야할 문제”라고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권혁철 이사는 “파업을 했다면 모를까, 여기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문제의 안건을 제안한 김광동 이사는 “이 건으로 30분 째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며 논의 자체를 중단시켰다.

MBC녹취록에 등장하듯 최승호·박성제 기자에 대한 “증거없는 해고” 또한 큰 논란 중 하나다. 법원에서는 계속해서 “부당하다”고 선고하고 있다. 하지만 MBC는 아랑곳하지 않고 항소·상고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해고사태’만의 문제도 아니다. MBC에서 발생한 징계와 보복인사 논란을 빚었던 사안들이 법원을 통해 대다수 ‘무효’로 선고됐다. MBC가 한겨레 등 미디어지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소송들도 꽤 된다. MBC에는 이 같은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10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들어가는 비용도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이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이 “보고도 들을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MBC가 경력직으로 ‘시사기자’를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유능한 기자·PD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내면서 보복인사 논란이 벌어진 사업장이 MBC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는 그들은 제작현장에 재배치하기보다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시사기자’를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또한 방문진의 역할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과연, 이 같은 MBC 내 사안들이 시급하지 않다고 할 수 있나. 무엇보다 한국주민들의 시청권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손봐야할 당면한 과제들이다. 방문진을 무시하는 듯한 MBC의 행보들 또한 시급히 고쳐야할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방문진법>에 의해 보더라도 해당 사안들이 방문진의 목적과 일반 업무에 부합한다.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은 어디까지나 ‘그 밖의’ 특수목적 사업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인철 이사의 “북한의 실상을 안다면 그렇게(MBC노사 갈등 해결부터) 이야기하시면 안 된다”는 말은 방문진 회의장에서 할 말이 아니다.

어버이연합게이트 터진 마당에…방문진이 삐라 날리는 거 지원한다?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의 내용도 문제다. 한국방송 시청확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여당 추천 이사들이 제출한 안건을 보면, 분명하게 “방송전파와 CD, USB 등 저장매체를 통한 드라마, 음악, 뉴스 등 한국 방송 콘텐츠 북한 주민들에 수용”이라고 적시돼 왔다. 굳이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의 “일반인들은 MBC가 풍선·삐라 날리는 거냐고 반응한다”는 발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풍선·삐라 날리기’를 떠오르게 한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 또한 반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제동을 건 바 있다. 그 같은 사업을 방문진이 나서서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북관계의 경색에 따른 타 부처와도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다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주장 또한 합리적으로 들린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이인철·권혁철 이사의 ‘표결’ 주장에도 당장의 처리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해당 안건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소위원회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야 추천 2대1로 구성된다는 점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결국, 여당 추천 이사들의 손에 해당 안건의 논의 기간과 처리시점 등이 맡겨졌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방문진은 경영평가소위원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가 빠진 상황에서 경영평가위원 구성을 처리하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

4월 22일 어버이연합 기자회견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시기적인 문제 또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어버이연합게이트’가 일파만파 번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에 달랑 2만원의 일당을 주고 친청와대 집회에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다. 어버이연합에 전경련(5억2300만원)은 물론 SK하이닉스(1000만원)와 CJ(5000만원)가 지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특정 계좌번호 내역 그것도 특정 기간(2012년초~2014년 말)에 벌어진 일이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어버이연합이 벧엘선교재단 뿐 아니라, 비전코리아, 희망나눔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재계와 통일부 등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받고자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는 ‘배후가 누구냐’는 점이다. 이미 청와대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의 이름이 등장했다. 어버이연합에 한일 위안부 협상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어버이연합 측은 “협의가 있었다”고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청와대와 일상적으로 협의를 해 시위를 했다는 얘기다. 국정원 이름도 등장했다. 국정원이 사실상 보수·우파단체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판 재판 기록을 보면, 국정원이 2011년 6월부터 7개의 보수단체들을 접촉했고 이들로 하여금 친정부 관련 집회를 개최하거나 정부정책을 옹호하는 신문광고 등이 나갔다는 얘기다. JTBC는 서울시간첩조작 사건에서 어버이연합이 국정원을 도왔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방문진에서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깊은 관련이 있다. 어버이연합 동원집회는 크게 보면 한국사회 내에서 민주주의 훼손의 문제이다. 그리고 작게 보면 보수성향 단체들의 불투명·도덕성 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방문진이 해당 사업을 추진했을 때 그 1억 원이 어디로 갈 것인가. 김광동 이사는 이미 “북한주민 시청확대를 위한 사업을 해오는 단체들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결국, 보수성향의 단체들이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에 어버이연합게이트가 터진 이 마당에 해당 사업은 폐기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진짜 북한 인권을 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여당 추천 이사들은 해당 사업이 ‘정치 문제를 떠나 인권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인권문제라는 데 반대할 이유가 무엇이겠나. 하지만 한번쯤 그 인권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그런 점에서 문제는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북한주민이 한국방송의 콘텐츠를 소지하고 있는 이유만으로 처벌받는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유기철·이완기 이사의 발언은 그렇기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으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대북 전달 살포는 북한 인근에 살고 있는 한국민들의 삶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인권’을 도구로 한국사회 내 영향력을 얻어 이득을 보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런 것들 모두를 ‘인권’의 문제로 용인할 수는 없다.

북한이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하면 남북관계는 파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주차장에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풍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북한인권’을 이야기해온 단체들의 행동들 또한 뒤돌아볼 문제다. 광화문 등 북한인권의 실상을 알린다면서 전시돼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사진(정치범수용소 등)을 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소름끼치는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하루 빨리 탈출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진 속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북한 내 반인권 실상을 알리겠다고 하면서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아닐까. 북한의 반인권 상황을 알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과연, 한국사회에서 전시되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또한 고려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인철 이사의 발언을 다시 한 번 뜯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MBC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 주장에 “한국인들이 누리는 인권 수준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비교할 수 없다”며 “평양 일부 핵심계층만이 국민 지위가 주어지고 나머지는 사실 인간 대우를 받지 못한다. (북한 인권을 이야기하면)항상 나오는 말이 국내 인권부터 챙기라는 것인데, 비교할 수 없다. 북한인권의 실상을 안다면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국사회가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우월감이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바로 ‘인권’을 이야기할 때 항상 경계해야할 지점이라는 것이 인권활동가들의 생각이다. 그런 우월감이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들 등 사회적 약자들을 역으로 차별하는 현상을 낳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이 일당 2만원에 친청와대 집회에 동원됐다는 근래의 상황은 그래서 다시 한 번 ‘인권’을 고민하게 만든다. 왜 탈북자들에게 주어진 돈은 2만원이었을까. 그 또한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을 그 정도 돈이면 부릴 수 있다는 우월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장애인이니까, 비정규직이니까, 청소년이니까, 여성이니까 동일노동에도 차별적 임금을 지급해도 된다는 그런 인식 말이다. 그런 ‘우월성’을 버리지 못한 채 북한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야 말로 반인권적 접근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방문진에서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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