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월 2일)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국회의원의 만남은 언론의 관심사였다. 지난 주말 TV토론에서 이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표와) 알려진 만큼 서먹하지 않다”는 발언과 달리, 박 전 대표는 이번 회동에서 “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통령의 ‘법안처리 시급’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해 ‘서먹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이 ‘쟁점법안 전쟁’을 앞둔 2월 국회의 정세 변화 관측에 주요하기 때문일까. 오늘(2월 3일)치 신문들은 이번 회동과 관련, 각자의 기대(?)를 담은 듯한 기사를 쏟아냈다.

▲ 조선일보 2월 3일치 1면 기사
<조선일보>는 둘의 관계개선을 애타게 바라는 눈치다. 3일치 1면에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에게 한과를 건네는 사진기사를 실은 데 이어 4면 기사 ‘이 대통령 “경제위기 해결, 당정의 무한책임”에서 “두 사람은 작년 5월 이후 8개월 만에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웃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선의 같은 기사는 이어 박근혜 전 대표의 2월국회 발언과 관련 “해석에 따라서는 박 전 대표가 2월 임시국회에서 당 지도부가 우선적으로 처리하려는 쟁점법안들에 제동을 걸었다고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 주류나 ‘친박(親朴)’ 비주류측 모두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이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경제상황이 좋지도 않은데 2월 국회를 앞두고 당내 분열상을 보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윤선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오찬이 끝난 뒤 창밖을 보면서 2분 이상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분위기가 나빴으면 그랬겠느냐’고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이 두 사람의 관계 개선을 강하게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조선은 사설 ‘이명박·박근혜, 먼저 주는 쪽이 받는다’에서 “박 전 대표가 이런 자세를 보이는 한 60명을 넘는다는 여당 내 친박 의원들이 이번 국회에서도 쟁점 법안 처리를 팔짱을 낀 채 남의 일 보듯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차를 헛바퀴를 돌리며 맞게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지금 박 전 대표에게 정치 비평가 같은 모습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영향력에 비례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처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박 대표를 나무라기도 했다. 아무래도 조선은 신문의 지상파방송 진출 허용이 포함된 미디어법안 등 2월국회에서의 쟁점법안 처리가 급한 것 같다.

<중앙일보>도 조선과 비슷한 입장일까. 같은날 1면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악수 사진을 실은 후 5면 머릿기사 ‘박 전 대표에 생일 케이크…“사랑하는 박근혜” 합창’을 통해 “오찬장도 청와대 내에서 가장 운치가 좋다는 상춘재였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조차 이날 ‘여기(에 와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한 곳이다”면서 “여러모로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신경 쓴 자리였던 셈이다. 이런 만큼 이 대통령은 내내 당청화합에 대해 강조했다”고 이 대통령의 노력(?)을 보도했다.

▲ 중앙일보 2월 3일치 5면 기사
이어 중앙은 같은 면 하단기사 ‘MB·박근혜 ‘쟁점법안처리’ 미묘한 입장 차’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물론 친이·친박 그룹의 계파갈등이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는 것은 섣부르다”며 “박 전 대표의 언급이 아직 원론적 수준이고 모처럼 만난 이 대통령과의 회동 분위기 자체는 좋았다는 게 중론이다”고 갈등관계에 대한 우려를 축소해 전달했다.

또 중앙은 이날 사설에서 “정치권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아무리 급한 경제 살리기 법안도 처리되지 않는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 위원중진의원 초청 오찬에서 여당 중진들이 진언한 내용도 사실은 같은 맥락이다. 여의도 정치를 끌어 안는 것이 청와대의 정치다. 피할 수 없는 대통령의 업무다”며 ‘법안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공감대 형성’ 발언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을 ‘2월 여당독주 저지’의 큰 변수로 다루고 있다. 3일치 1면 기사 ‘박근혜 “쟁점법안 공감대 형성부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일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법안 처리 ‘속도전’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섰다”고 발언을 전하면서 6면 기사 ‘‘MB악법’ 속도전 급제동’에서 “박 전 대표가 법안 강행 처리에 부정적인 뜻을 분명하게 밝힘에 따라, 한나라당으로서는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2월 3일치 6면 기사
이어 해당 기사는 이 대통령과 박 대표의 어색한 사진을 함께 실으면서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큰 방송법, 떼법 방지법 등 쟁점법안 등은 당내 3분의1가량의 세를 지닌 박근혜계의 협조를 구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청와대 안에는 박 전 대표가 2월 임시국회를 비롯한 향후 국정운영에서 적극적인 협력까지는 아니어도, ‘수동적 협조’ 자세를 보이리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날 한겨레는 사설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회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선, 그 어느때보다 다수 국민의 동의 아래 정책을 펴나가는 게 긴요하다. 지금 유럽과 남미에서 확산되는 반정부 시위를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며 박 대표의 발언을 “맞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연말을 한 번 되돌아보라. 격렬한 충돌을 불러온 단초는, 100개 가까운 쟁점법안을 12월 말까지 무조건 통과시켜야한다는 정부여당의 잘못된 집착이었다”면서 “한나라당의 일방 처리에도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 그런데도 ‘2월엔 무조건 통과시켜야한다’고 처리시한을 못박으면, 국회는 또다시 극한 대립과 투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쟁점법안들을 충분히 야당과 토론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박근혜 전 대표의 이명박 대통령의 커다란 시각차에 주목했다. 경향은 이날 5면 머릿기사 ‘MB“당정 화합을” 朴“사회 통합을”’에서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의 농담이 오갔지만 박 전 대표는 희미하게 웃는 정도였다고 한다”고 오찬간담회 분위기를 전하면서 “결국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당정 화합을 위해 마련된 이날 모임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오히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거리와 시각차만 다시 드러냈다”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는 간극을 좁히기는커녕 2월 국회에서 오히려 틈이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고 2월 국회 정세를 전망하는 보도를 했다.

또 이날 경향은 사설 ‘박근혜 전 대표의 고언을 새겨야 할 이유’에서 정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속도전을 비판했다. 해당 사설은 “문제는 한나라당의 태도다. 박희태 대표는 오찬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부터 즉시 동시다발적으로 각 상임위에서 야당과 접촉하라’며 속도전을 거듭 다그쳤다”면서 “사회적 논란이 많은 미디어법과 마스크법, 금산분리 완화법은 물론 국회폭력방지특별법 등 새로운 쟁점법안도 포함시켰다. ‘용산참사’ 대책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 사설은 “대화와 타협이 있는 곳이라면 장외투쟁은 명분도, 설 자리도 없다”면서 “여권은 야당의 장외투쟁을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 야당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하기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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