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MB정권 자원외교 비리의 주축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까지 받았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쪽지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의리와 신뢰 속에서 (박근혜) 정권 창출에 참여했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지 하루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성완종 전 회장은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소위 ‘친박 실세’ 8인의 이름이 적힌 ‘성완종 리스트’를 남겼다. 가히 박근혜 정부를 뒤흔들 ‘게이트급’ 사건이었다.

꼭 1년 만에 다시 한 번 ‘게이트’가 터졌다. 소위 ‘보수단체’의 집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어버이’를 자처하는 어버이연합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1일 시사저널은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비난 집회를 열 때 알바를 고용했다고 단독보도했다. 오래 전부터 떠돌던 ‘일당 알바설’을 사실로 확인한 것이다.

이후, JTBC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어버이연합의 활동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을, 시사저널은 ‘보수 집회’가 청와대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전경련~어버이연합~청와대의 수상한 고리는 지금도 조금씩 파헤쳐지고 있다. 미디어스는 시사저널의 첫 보도가 나온 11일부터 오늘(27일)까지 주요 보도를 모아 ‘어버이연합 게이트’ 타임라인을 구성해 보았다.

4월 11일 : 어버이연합 ‘알바 동원’ 사실 밝혀져

4월 11일~4월 20일 어버이연합 게이트 타임라인

시사저널은 11일 <[단독]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링크) 기사를 통해 어버이연합이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세월호 반대 집회를 39번 여는 동안, 알바 1259명이 동원됐다고 단독보도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어버이연합 집회 회계장부를 보면,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어버이연합이 참여한 집회 102번 중 39번이 세월호 반대 집회였고, 알바비로 1인당 2만원씩 총 2518만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집회에 고용된 알바는 탈북자였고 집회 한 차례 당 평균 50~80명 정도가 나왔다. 세월호 참사 1달을 앞두고 있었던 2014년 5월 10일 서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세월호 선동 세력 규탄 집회’에는 193명이나 동원되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세월호 반대 집회 알바 모집은 현재 어버이연합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추선희 사무총장이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추 사무총장 아래에는 탈북자를 모집하고 일당을 지급하는 ‘총책’이, 그 밑에는 탈북자들이 모여 있는 지역(인천·광명·송파·가양·양천·상계·중계 등)을 관리하는 지부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4월 11일 시사저널 보도

4월 18일 : 보수 집회 자금 출처는 재향경우회와 유령회사

시사저널은 18일 <[단독] 보수집회 알바비, 경우회·유령회사가 댔다>(링크)로 자금 출처를 확인했다. 어버이연합과 함께 보수 집회 참가를 활발히 해 온 탈북난민인권연합의 계좌거래 내역에는 재향경우회가 총 1700만원을 ‘집회 참가 인건비’로 입금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법인 등록을 거치지 않아 유령회사로 추정되는 사단법인 ○○○○ 역시 2014년 5월 말, 2014년 9월 초 2차례 총 2600만원을 어버이연합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은 같은 날 <[단독] 어버이연합, '비박' 김무성 규탄 집회에도 알바 동원>(링크)에서 어버이연합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산케이신문 규탄 집회와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지지 및 KBS 왜곡보도 집회 등을 벌인 사실을 밝혔다. 시사저널은 “어버이연합은 박근혜 정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시민단체임에도 정치적 논리에 묻혀 박근혜 정부의 홍위병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4월 19일 : 어버이연합 뒤엔 ‘전경련’이

JTBC <뉴스룸>은 19일 <[단독] 전경련, 어버이연합에 거액 입금 의혹…확인해보니>(링크) 리포트를 통해 전경련이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4달 동안 1억 2000만원을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입금했다고 보도했다. JTBC는 한 기독교 선교복지재단 계좌 입출금 내역을 확보,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과 탈북단체 대표 김모씨에게 각각 1750만원, 2900만원이 송금된 사실을 밝혔다. 기업금융거래망 펌뱅킹을 사용한 거래여서 사칭이 쉽지 않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지만, 전경련은 송금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전했다.

또한 JTBC는 <[단독] 전경련에 송금 여부 물으니 "확인해줄 수 없다" 답변만>(링크) 리포트에서 △실제 선교재단은 수년 전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고 △어버이연합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주에게 입금한 내역이 있으며 △탈북자 동원을 담당하는 탈북어머니회 김모 회장에게 2달 간 2900만원이 입금된 점 등을 근거로 선교재단 계좌를 어버이연합 차명계좌로 추정했다. 재단 관계자는 추 사무총장이 현금카드를 소유하고 통장을 관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4월 19일 JTBC <뉴스룸> 보도

4월 20일 : 청와대, 어버이연합 집회 ‘지시’… 커지는 의혹

어버이연합의 ‘알바 동원’이 ‘설’이 아닌 ‘사실’이었다는 것을 처음 보도한 시사저널은 20일 <[단독] 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링크) 기사로 다시 한 번 특종을 터뜨렸다. 집회 지시 윗선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보도는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파장도 적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어버이연합 핵심관계자 증언을 통해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허현준 행정관(당시 기사에는 ㅎ행정관으로 표기)이 어버이연합에 올 초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지지 집회를 지시한 사실을 밝혔다.

‘어버이연합-전경련’ 고리를 처음 보도한 JTBC 역시 후속보도를 이어갔다. <[단독] '전경련 뒷돈' 파문 확산…드러나는 '자금의 흐름'>(링크)에서 전경련이 어버이연합뿐 아니라 탈북어버이연합, 나라사랑실천운동 등 보수단체 관계자들과 어버이연합 관련 소식을 자주 보도한 뉴데일리 온종림 기자에게도 돈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탈북자 일당 정산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주요 이슈 때마다 친정부 성향 발언을 해 왔던 인물에게도 돈을 입금한 것이 드러났다.

JTBC는 <"무관하다"는 어버이연합…돈은 '사무실' 인근서 인출>(링크) 리포트에서, 선교재단 근처가 아니라 어버이연합 사무실 1분 거리에서 수차례 출금된 기록을 통해 ‘전경련이 송금한 계좌는 우리와 무관하다’는 어버이연합의 해명을 뒤집었다. <어버이연합인지는 몰랐다?…전경련의 '이상한 해명'>(링크)에서는 저소득층 및 장애인 지원 사업을 주로 해왔던 전경련이 전례 없이 종교단체(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지원했고, 돈이 송금된 후 어버이연합이 바로 행동에 나선 정황이 뚜렷하다며 ‘일상적 기부였다’는 전경련 해명의 허술함을 꼬집었다.

4월 21일 : 수세 몰린 어버이연합-청와대, 대응 나섰지만

4월 21일~4월 26일 어버이연합 게이트 타임라인

어버이연합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건물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어 그간 나온 시사저널 보도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오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어버이연합과 탈북자 단체는) 애국정신으로 집회에 참가하는 것’이고, ‘진보 세력은 집회에 참가하면 일당 5만원’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 역시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어버이연합 집회 기획 지시자로 지목되는 허현준 행정관은 21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민·형사상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날 JTBC는 <[단독] '전경련 뒷돈' 일파만파…또 다른 '우회 통로' 의혹>(링크)에서 어버이연합 차명계좌로 지목된 선교재단 거래가 끊긴 지 한 달 만에 설립된 사단법인 비전코리아가 어버이연합 자금의 우회 통로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등기이사들조차 무슨 단체인지 모르고, 사무실 전화도 등록되지 않았으며, 어버이연합 사무실과 같은 주소를 쓰고, 등기상 대표 역시 탈북어버이연합 대표 김모씨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실체 없는 비전코리아에 행정자치부가 올 초 3500만원의 지원금을 배정한 사실(링크),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당시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입증하는 자료를 탈북자 단체 관계자가 수집했고 이때 드는 돈을 어버이연합이 지원했다는 사실(링크)도 JTBC 보도로 드러났다.

4월 22일 : 질문 없이 끝난 어버이연합 기자회견, 청와대의 ‘집회 지시’ 재확인돼

어버이연합은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전경련과 어버이연합 관계자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전경련 배후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고 지원금 상당수는 어르신 복지를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는데, ‘어버이연합’이라고 하면 지원을 못 받을까봐 복지재단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며 차명계좌 사용 사실은 인정했다. 이는 금융실명제 관련 법령 위반 사항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버이연합은 “좌편향된 언론들은 보수단체들만 공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버이연합은 일방적 주장만 하고 정작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 관련기사 : 어버이연합 5일 만에 “전경련에 죄송”)

4월 22일 어버이연합 기자회견 당시 모습

전날 허현준 행정관이 정정보도 청구,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압박’했지만 시사저널은 <[단독]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 열라고 문자 보냈다”>(링크) 기사로 다시 한 번 청와대의 ‘집회 지시’를 확인했다. 시사저널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발언을 통해 허 행정관이 △집회를 요구했고 △시사저널 기사 나가기 전 “총장님이 나셔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JTBC는 <뉴스룸>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을 단독 인터뷰(링크)했다. 추 사무총장은 집회와 관련해 ‘지시’가 아니라 ‘협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4월 25일 : 어버이연합에 3년 간 5억 지원한 전경련

어버이연합과 전경련의 ‘수상한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든 JTBC는 25일 <[단독] 전경련, 어버이연합에 4억 추가 지원 드러나>(링크)에서 전경련이 2012년 초부터 2014년 전반기까지 4억여원을 어버이연합에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초부터 2014년 말까지 전경련 명의로 어버이연합에 입금된 돈이 5억 2300만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전경련은 계속 침묵을 지켰다.

4월 26일 : 박근혜 대통령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받았다”

한겨레는 26일 새벽, <[단독] 기업·정부 후원 받으려…어버이연합, ‘위장단체’ 활용 의혹>(링크) 기사에서 어버이연합이 가까운 단체들과 실체가 불분명한 선교재단 등을 동원해 대기업에게 후원을 받아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2013년 CJ가 후원한 <탈북청소년 초청 희망나눔 행사>를 진행했고, 2010년에는 ‘희망나눔’이라는 봉사단체를 별도 등록해 서울시로부터 1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밖에도 한겨레는 어버이연합 회장을 지낸 인사가 대표로 있는 단체가 어버이연합과 행사를 같이 했다는 점을 밝혔다.

4월 26일 박근혜 대통령과 46개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 (사진=청와대)

같은 날 JTBC도 <[단독] 통일부, 지원금 없다더니…'비전코리아 보조금' 들통>(링크)에서 행정자치부뿐 아니라 통일부 역시 어버이연합 자금 우회 통로로 보이는 비전코리아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허가는 했지만 자금을 지원한 적은 없다’는 통일부 설명과 달리 비전코리아는 지난해 4400만원을 통일부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날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대해 “시민단체가 하는 것을 대통령이 이렇다 저렇다 하고 평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집회 열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를 분명히 받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