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을 일당 2만원으로 동원해 친청와대 집회를 열었던 사실이 드러나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전경련은 어버이연합 차명계좌로 3년간 5억3000만원의 돈을 입금했고 그 전후로 집회가 열렸다. 실체도 없는 보수단체들이 ‘북한인권’ 목적 사업을 한다면서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탔던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보수단체들의 자금을 정부가 대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MBC 대주주 방문진이 ‘북한 주민 한국방송 시청확대 지원 사업’을 위한 안건을 다수결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돈은 보수성향 단체들에게 갈 확률이 높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7일 성명을 내어 “여당추천 방문진 이사들이 지난 회의에서 ‘북한주민의 한국 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을 2016년도 사업추가 안건으로 제출했다”며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 추진이다.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 방문진, 북한주민 시청확대 지원사업 “시급해”)

방문진 ⓒ미디어스

언론노조는 “이들은 안건 제출 사유로 ‘북한 주민의 방송 청취 확대를 통한 자유민주 가치의 확산 및 민족동질성 회복’을 내걸었다”며 “하지만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1억 원의 추가 경정 예산을 쓰자고 한다. 더 의아한 것은 이들이 지원 대상도 명확히 하지 않고 ‘방송사, 사회단체, 탈북단체 등’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 1억 원은 동원집회에 참여했던 어버이연합이나 탈북단체들에 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문제는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 “시급하다”면서 28일(내일) 다수결 강행처리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방문진 회의에서 이인철 이사는 “방송콘텐츠 시청확대는 방문진의 당연한 공적책무이자 법적 의무”라면서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 사업은)시급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신중론을 펴자 차기 회의에서 의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북한주민들의 인권 개선은 민족통일과 한반도평화실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그렇지만 이것이 방문진의 시급한 사업이자 외면할 수 없는 공적 책무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을 인용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언론노조는 사례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2010년 12월 6일 인권위는 ‘북한주민정보접근권 부여 권고 결정’에서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및 방송통신위원장은 모든 매체를 통하여…(중략)…북한주민의 정보접근권 내지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인권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는 얘기다.

언론노조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유관부처인 통일부와 국방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계획을 갖고 있는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범정부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행할지 우선 논의해야 하고, 정치권 및 사회적 논의 또한 거쳐야 한다”며 “이렇듯 과정과 근거는 쏙 빠진 채 추가사업으로 긴급 발의된 북한주민 방송 시청 지원 사업은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방송콘텐츠를 담은 USB메모리를 헬륨풍선에 담아 북으로 보내는 일을 지원하자는 것인지, 대북선전 콘텐츠를 만들 집단을 지원하자는 것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그냥 공모를 받아보고 판단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가뜩이나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과 탈북단체 동원이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어버이연합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는 와중에 보수단체, 탈북단체를 지원 대상으로 상정한 듯한 방문진의 실체 불명 지원 사업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며 “‘MBC백종문 녹취록’을 통해 방문진이 특정 보수매체의 청탁을 이기지 못하고 광고를 지원했다는 증언도 공개된 바 있지 않는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노조는 여당 추천 이사들을 향해 “방문진이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공적 책무는 무엇인지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공영방송 MBC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야한다는 얘기다. ‘어버이연합게이트’를 MBC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심도 있게 다루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비판이기도 했다. 이들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제발 우리 국민의 ‘알 권리’에 먼저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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