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SBS를 통해 중계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뿔났다’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위기, 남북관계 경색, 용산참사 및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등 다양한 토론 주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잘못된 일은 시종일관 남의 탓으로 돌리며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단지 정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어떻게 생각하십니까?'관련 SBS 홈페이지ⓒSBS

위기극복을 위한 새로운 대안 제시가 없었던 원탁대화에 대해 네티즌들이 ‘들을 것이 없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도 반응만큼은 ‘뜨겁다’. 새로운 스타 탄생 등 패널들을 중심으로 뒷얘깃거리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블로거 ‘Krang’는 원탁대화를 3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조국 교수님 멋지다!”였고, 두 번째는 “안티없는 박상원 안티팬클럽 창단 축하!”였으며 마지막은 “이 대통령 참여 토론은 통역 대동 필요 OR 동문서답엔 감점 조치 검토!”였다. 조국 교수가 진정한 승자이며, 탤런트 박상원씨는 이미지 실추, 이명박 대통령은 동문서답이었다는 얘기다.

왕비호가 된 박상원과 스타탄생을 예고한 조국

▲ 조국 교수ⓒ서울대홈페이지
“(4대강 살리기) 대통령께서 말하니 당장 필요하다는 생각. 그러나 국민생각은 대운하와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생태계 파괴를… 4대강 살리기에는 50%의 반대가 있다. 청계천 시절에 시장상인들을 끈질기게 설득하셨는데, 많은 국민들도 설득시켜 달라.”
“주변에는 소비만 조금 줄이겠다는 사람뿐이지 어려워 죽겠다는 사람은 없다. 시장에 가셔서 상인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박상원 교수께서는 미디어 관련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질문에)“네, 많은 곳에서 하고 있으니까요.”<박상원의 말말말>

“(4대강 살리기) 14조원의 막대한 돈을 토목공사에 사용해서 원하는 경제성장률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 대규모 투자는 토목보다는 사람이나 지식으로 향해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건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탈세, 부당내부거래, 업무상 횡령 배임, 총수 비자금 조성 등의 각종 기업범죄를 방조하고 처벌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문제가 남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쌀 협상 시위 과정에서 농민이 사망, 당시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대통령은 사과했고, 경찰청장이 사퇴했다.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해도 정치적 책임을 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나라당은 입장을 바꾸었다. 정부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나라당이 제출한 (미디어)개정법을 보면… 신문사와 대기업이 연합해서 방송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방송사가 대기업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조국의 말말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전 진행자였고 그동안 TV를 통해 비쳐진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이었을까. 네티즌들의 박상원씨에 대한 배신감은 아주 커보였다.

네티즌 ‘windofchange’은 “(박상원씨가 출연한) 인간시장, 여명의눈동자, 모래시계 등 정의로운 역할 선택과 연기 철학에 박수를 보냈지만 오늘로서 당신을 ‘정의의 반대자’로 기억할 것이며 당신의 충실한 안티가 될 것”이라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 박상원씨 ⓒ서울예술대학
‘무소불위’는 “박상원은 조만간 한나라당에 입당하겠구나”라고 전망했다. 그는 박상원씨가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이명박에게 눈도장 받으러 나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박상원씨에도 정치인의 비열함이 묻어있네요”라고 평가했다. 네티즌들은 박상원씨를 두고 “차기 문화부장관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렇게 원탁대화를 마친 박상원씨는 안티 팬을 끌어 모으며 하루 만에 왕비호가 되어 있었다.

조국 교수에 대한 네티즌들의 지지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네티즌 ‘노카에다’는 ‘조국 교수와 난파선의 쥐’라는 제목을 글에서 “‘백성은 물이요, 황제는 배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고 한 조국 교수의 말은 위정자라면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치세의 근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배가 아니라 난파선의 쥐”였다며 “배가 침몰하면 가장 먼저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 바로 쥐새끼들이지요”라고 꼬집었다.

‘청해’는 “교수님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며 “설익은 민주화가 됐다고 해도 여간 어렵지 않은 때에, (대통령) 앞에서 직언을 하시는 교수님 정말 존경합니다”라고 표현했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조국 교수를 ‘양심 있는 지식인’으로 칭송하며 새로운 스타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조국 교수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서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탁대화 내내 동문서답, 한나라당은 뻘짓

이명박 대통령은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3265억이 줄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해결책을 물은 조국 교수에게 “정부의 목표는 기초생활 수급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자가 줄면 좋습니다”라는 앞뒤 맞지 않는 말로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용산 철거시민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것은 너무 이념적이지 않은가 생각한다”라는 패널의 발언에 대해서는 “완전 일방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또한 TK에 집중되는 인사정책을 두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인사정책과 비교하자 “많은 사람들이 미국 정치를 보라는데, 말하는 사람이 미국 수준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실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 ‘김경덕’은 “오늘 토론의 주제가 ‘동문서답이란 무엇인가?’인가?”라며 비꼬았다. 또다른 네티즌은 원탁대화가 아닌 ‘사기극’이라며 어떤 이들은 ‘웃찾사 특집인줄 알았다’며 비판했다.

▲ 다음 아고라에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다음커뮤니케이션

물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모습도 보였다. ‘우도사랑’은 “이명박 대통령의 올바른 시국인식과 대처에 경의를 표합니다”라며 “계속 밀고 가시기 바란다”는 의견을 남겼다. 그러나 그 글에는 오후 2시 현재 시각 찬성 181명, 반대 1595명의 일방적인 의견이 붙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근 현안이 되는 민감한 문제도 거리낌 없이 제기된 허심탄회 자리”였으며 “대통령의 원칙과 철학을 성심껏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대미문의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오랜 시간 깊이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고도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1595명 대신 181명의 여론을 대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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