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이르면 5월 중 시행하려고 하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 양대 노조가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등 사내 구성원들 반발이 크다. KBS는 당초 27일 의결을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에 요청했으나, KBS이사회는 지나치게 촉박한 일정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해 일정이 미뤄졌다.

KBS이사회는 지난 20일 간담회를 열어 KBS 경영진으로부터 새 조직개편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때 KBS 경영진은 이사회에 27일 정기 이사회에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청했으나, 이사들은 5월 4일 이후로 의결을 미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22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특보

22일 발행된 새 노조 노보 특보에 따르면 야권 추천 소수이사들은 △창의적 조직의 자율성을 해치는 통제 관리 방식이라는 점 △공영방송만의 공적 가치를 구현하기 힘든 내용이라는 점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고, 여권 추천 다수이사들 가운데 일부 이사들도 사측 요구보다 1주일 미뤄진 5월 4일에 이사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소수이사들은 특히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소수이사는 “KBS의 틀을 크게 바꾸는 것이니만큼 공청회도 열고 여론 수렴을 적극적으로 하라는 것이 (소수이사들의) 입장이다. 예전에 국부제였던 것을 팀제로 바꿀 때도 시간을 들여 엄청나게 논의를 했는데, (이번 조직개편안은) 틀을 ‘사업 체제’로 바꾸는 건데도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이사들도 (조직개편안 의결을) 연기하는 데에는 동의했다. 이사회가 거수기가 아닌 만큼 계속해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내게끔 주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소수이사는 “도저히 (회사가 요구한) 일정상으로는 조직개편 관련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웠다. 다수이사들은 1주일 연기한 시점(5월 4일)에 바로 (의결) 처리하는 게 정해진 것처럼 주장하지만 우리 쪽에서는 그렇게 합의해 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의 주장하는 내용이 타당하다면 (회사가) 그걸 수용해야 하고, 방향이 틀리다면 구성원들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BS는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나 공청회 등 ‘폭넓은 의견 수렴’을 시도하고 있지 않다. 조직개편을 지휘한 혁신추진단(단장 정철웅)은 오늘(25일) 오후 KBS 4개 협회(경영·기자·방송기술인·PD) 대표단과 만남을 가졌으나 ‘형식적인 자리’에 불과했다. 혁신추진단은 대화 상대를 4대 협회로 제한했고, 인원도 각 협회 당 3명으로 규정했다. 면담 자리에 참석한 한 협회 관계자는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구체적인 결과로 나오기가 힘들다. (회사는) 정작 협회가 요구한 공청회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는 답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대 노조의 상황은 더 나쁘다. 사측은 19일 양대 노조에게 각각 약 1시간 30분씩 설명회를 한 이후,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노조와 접촉하지 않았다. 양대 노조는 본부별, 부서별, 전 사원 공청회 및 토론회, 긴급 노사협의회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사회 일정이 연기되긴 했으나, 그간의 상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1주일 남짓한 시간 내에 KBS가 구성원들과 KBS이사회 일부 이사들이 요구하는 ‘소통 노력’을 수행하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KBS의 조직개편안의 내용, 절차, 방식에 중점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쪽은 소수이사들인 만큼, 다수이사들만 의견 일치(여야 7:4)를 보더라도 처리될 가능성도 높다.

KBS는 고대영 사장 취임 후인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혁신추진단 주도로 조직개편안을 준비해 왔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특히 △방송사업본부, 미래사업본부 신설 등 ‘사업 위주’ 체계로의 개편으로 인한 공영성 후퇴 △불통 속 밀실 개편이라는 점에서 사내 반발이 컸다. 이에 KBS노조와 새 노조(링크)는 21일, 22일 차례로 특보를 내어 KBS의 조직개편안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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