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톡투유>가 벌써 일 년을 넘겼다. 얼마나 갈까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지만 무사히 일 년을 넘기고 있고, 폭발적인 인기는 아니더라도 꾸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힐링캠프> 폐지 이후 김제동을 방송으로 대할 유일한 통로라는 점에서 늘 보면서도 왠지 애틋해지는 것이 <톡투유>인데, 그렇지만 정작 방송을 보면서는 시종 웃게 된다는 것은 함정이다.

이번 <톡투유>가 찾은 곳은 경인교대였다. 교육대학이라는 것은 살짝 미묘한 의미를 갖고 있다. 남을 가르치기 위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점 때문이다. 처음에는 녹화장소가 교대라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감지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방송 말미에 가서 불현듯 가슴을 크게 때리는 김제동의 말에 웃고 지나쳤던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이번 주 주제의 깊은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

학교가 너무 늦게 끝나서 힘들다는 고3 여학생 두 명과 인터뷰를 한 김제동은 게스트 김희원과 패널들에게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요청했다. 그러자 최진기 강사는 그런 말 대신에 “이제 며칠 안 남았잖아요”라고 했다. 중간에 어떤 말이 있었을 것이지만 편집된 것 같았고 대신 김제동의 말로 대신했다.

김제동은 “정당한 슬픔이나 고통을 회피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죠. 학교는 아이들이 행복한 게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주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아이들이 사는 곳이니까. 그리고 사회는 아이들이 자라서 사는 곳이고. 그 둘을 지켜야 되는 것이고. 그리고 지금 살아있는 아이들을 허투루 보지 말자. 그래 지금 이렇게 있으면 됐다” 숨도 쉬지 않고 말을 토해냈다.

물론 이 말도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 어떤 부분은 편집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방송된 내용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다지 길지 않은 김제동의 말 안에 세월호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

정당한 슬픔이나 고통을 회피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은 누군가에 대한 경고와 분노의 뜻으로 이해가 됐다. 녹화일이 12일이었으니 이때는 총선결과를 모른 상태였다. 그리고 모든 빗나간 여론조사로 도배된 총선예측이 지배하던 때였다. 그대로였다면 세월호 특조위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6월 조사활동을 마감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 <톡투유> 녹화일은 4월 12일이었다. 학교가 주제고, 녹화장소도 교육대학이고 하니 이래저라 세월호 이야기가 한번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가만히 모든 조건들을 살펴보면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말하기 위해 애를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김제동과 조금은 특별한 <톡투유> 방청객들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

김제동이 이 말을 한 계기도 강원도에서 온 고3 학생 둘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둘의 팔에는 노란 세월호 팔찌가 보였다. 그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또 이번만도 역시 아니다. <톡투유>를 보다보면 방청객들에게서 세월호 팔찌나 리본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다. 예능이든 교양이든 방송에서 세월호를 의미하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지난 2년을 되돌아본다면 <톡투유>는 정말 특별한 방송이다. 이만한 봄 특집은 없다고 하고 싶을 정도다.

또한 “지금 살아있는 아이들을 허투루 보지 말자”면서 어른들에게 실천적인 제안을 함과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지금 이렇게 있으면 됐다”라는 말로 끝낸 김제동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한때 김제동은 어록으로 유명했다. 이번 <톡투유>에서 김제동의 말과 진심은 그 어록 가장 첫 장에 올려도 좋을 감동의 메시지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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