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5월 중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KBS 조직개편안을 두고 내부가 시끄럽다. K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양대 노조는 각각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고, 경영·기자·방송기술인·PD협회 등 직능단체에서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노사 입장이 가장 갈리는 것은 2가지다. 상업화 기조와 내부 의견 수렴 여부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21일 현재 KBS의 조직도

KBS의 이번 조직개편안은 1실(전략기획실) 6본부(방송사업·미래사업·운영·보도·제작·네트워크본부) 3센터(라디오·제작기술·영상제작센터) 1사업부(드라마사업부) 체제다. 방송사업본부, 미래사업본부, 드라마사업부 등 이름에서부터 ‘사업’을 앞세운 부서가 3개나 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투입과 산출 분석을 용이하게 하고,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경쟁 체제의 도입이라는 미명 아래 ‘공영방송 KBS’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KBS는 조직개편의 목표가 ‘수익 극대화’라기보다 ‘비효율 제거’라고 강조했다. KBS는 “전 국민이 부담하는 준조세적 성격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기존 직종별 조직에 내재된 한계를 극복하고 직무에 따른 업무 프로세스의 재설계를 통해 비효율을 걷어내는 것은 시청자 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KBS의 당연한 사명”이라며 “사업이라는 명칭만으로 공영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공영방송 또한 엄연히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BS는 2011~2014년까지의 만성적인 영업적자로 본연의 사업인 ‘방송’만으로는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종편의 급성장, 케이블 채널의 경쟁력 강화 등으로 지상파 광고시장이 자꾸만 줄어들었고 KBS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생존을 위한 변화’를 꾀했다는 설명이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소통하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양대 노조뿐 아니라 각 협회에서도 빠짐없이 나왔다. 노조, 직능단체를 비롯해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조직개편 키를 쥐고 있는 혁신추진단(단장 정철웅)을 비롯해 소수만 조직개편의 주요 내용을 공유했고, 19일 노조 설명회 전까지 어떤 논의의 자리도 없었다. KBS가 이사회 의결을 목표로 한 시기가 오는 27일인데, 9일 전인 18일에야 임원 설명회를 했고 19일 양대 노조 설명회를 거쳐 20일에 이사회 첫 보고를 했다. 자연히 ‘졸속’, ‘밀실’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KBS는 “조직개편은 기존 조직의 문제점 해결과 잘못된 관행(업무 프로세스)을 바로잡기 위한 경영진의 철학과 전략적 판단을 토대로 추진하는 것이다. 당연히 하향식(Top-down)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모든 직원들이 동의하거나 만족할 수 있는 조직개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14일 꾸린 혁신추진단에 각 직무별로 전문성이 높은 직원을 충원해 개편안을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각 본부 산하 부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밀실 개편’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KBS는 건설적 비판 및 현실성 있는 대안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고, 앞으로도 조직개편과 관련해 구성원들의 ‘이해를 넓히는’ 자리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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