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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조직개편 논란으로 ‘시끌’… 왜?양대 노조, “비전 말살”-“공영방송 포기” 혹평
김수정 기자 | 승인 2016.04.20 20:09

오는 27일 KBS이사회 통과를 목표로 신속히 추진되고 있는 ‘조직개편’ 때문에 KBS 내부가 시끄럽다. 지난해 11월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4~5개월 간 준비한 조직개편의 내용과 절차에 모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양대 노조와 각 직능단체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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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추진단(단장 정철웅)이 지휘한 KBS 조직개편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다. ‘사업 중심’, ‘업무 프로세스 중심’으로의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1실(전략기획실) 6본부(방송사업·미래사업·운영·보도·제작·네트워크본부) 3센터(라디오·제작기술·영상제작센터) 1사업부(드라마사업부) 체제를 기본으로 한다. KBS는 “공영방송을 운영함에 있어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장 직속기구인 전략기획실은 말 그대로 회사 차원의 ‘전략’과 ‘기획’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방송사업본부, 미래사업본부 등 이름에서부터 ‘사업’을 드러내고 있는 부서가 6개 본부 가운데 2개나 되고, 드라마사업부를 별도의 조직으로 둔 것을 보면 KBS의 조직개편 목표가 ‘수익성 확대’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기자협회보 보도(링크)에 따르면 KBS는 올해 1~2월 광고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7% 줄어들어, 매출하락폭이 같은 기간 지상파 3사(평균 24%) 중 가장 컸다. 이처럼 최근 좋지 못한 경영상황이 조직개편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업본부는 ‘편성’과 프로그램 제작 예산을 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제작투자담당’이라는 투자 개념이다. 기존 글로벌센터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미래사업본부 역시 덩치가 크다. 연구, 신사업 기획, 콘텐츠 판매, 제작인프라 구축 및 관리 등 여러 기능을 맡는다.

KBS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기술본부를 네트워크본부로, 시청자본부를 운영본부로, TV본부를 제작본부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부서 내부 구조의 변화 폭은 상이했다. 가장 축소된 조직은 네트워크본부다. 네트워크본부는 기술기획 기능이 사라진 채 부서원 30여명 수준의 지상파 송신망 운영부서만 남아 기존의 기술본부는 해체됐다. 기술본부 산하였던 TV송출부는 방송사업본부로, 인프라 구축·관리 기능과 기술연구소는 미래사업본부로, 건설인프라주간은 운영본부로 갈라졌다. 기술부서인 네트워크본부와 제작기술센터는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게 된 셈이다.

제작본부는 ‘프로덕션 체제’로 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KBS는 총 9개의 프로덕션 체제를 통해 제작본부를 ‘살아 움직이는 조직’으로 두어, 만들고 없애는 것을 보다 유연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드라마·기획제작·교양문화·예능국 등 각 국이 예산을 프로그램별로 조율해 배정했다면, 개편 후에는 각 프로덕션이 예산 배정 권한을 가진 방송사업본부에서 예산을 따내야 한다.

보도본부 산하 부서도 뿔뿔이 흩어졌다. 보도영상국은 영상제작센터로, <시사기획 창>, <취재파일 K> 등을 만드는 시사제작국은 제작본부로 옮겨갔다. 주목할 것은 ‘탐사보도팀’의 이동이다. 시사제작국 산하였던 탐사보도팀은 신설되는 보도기획부 소속이 됐다. 보도기획부는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뉴스 부문 혁신 변화’를 담당하는 부서다.

“중단해야”, “전면 재검토”… 양대 노조, 조직개편안에 반발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점은 ‘밀실 개편’과 ‘공영성 후퇴’ 2가지다. KBS는 18일 임원 설명회, 19일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양대 노조 설명회를 거쳐 KBS이사회에 2차례 보고 후 당장 27일에 이사회 의결을 목표로 하는 일정을 짰다. 수개월 간 준비한 조직개편안을 단 2주 만에 시행하려고 하는 셈이다. 또한 ‘사업 중심 조직’을 조직개편 키워드로 내걸고 사업 부서를 대폭 확대시킨 것은 방송법에 명시된 ‘공영방송’ KBS로서의 공영성을 후퇴시키는 방향이라는 혹평이 나왔다.

하지만 노조별, 직종별로 주목하는 지점이 다르고 반응에도 온도차가 있는 편이다. 기술직군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KBS노조의 반발이 가장 크다. 조직개편 노조 설명회 다음날인 20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했고, 같은 날 이현진 위원장은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섰다. 21일부터는 고대영 사장 출근길 피케팅 등 가능한 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투쟁을 벌여 ‘원안(현재 조직개편안) 통과’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KBS노동조합은 20일 오후부터 '최악의 밀실개편 저지를 위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투쟁은 집행부 중심으로 계속될 예정이며, 단식은 이현진 위원장만 한다. ⓒ미디어스

KBS노조는 19일 성명을 통해 이번 조직개편안이 △구성원들의 비전을 말살하고 △비효율의 극치이며 △지역 정책은 포기한 것이고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네트워크본부가 기술기획 기능을 잃음으로써 플랫폼 다변화 및 미래 방송기술 주도의 기회가 박탈됐고, 운영본부로의 재편 역시 경영 직종의 적극적인 업무 의욕과 자존심을 짓밟는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KBS노조는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던 정보인프라부와 정보개발부를 각각 다른 본부로 보낸 것, 제작파트와 송출파트의 협업이 중요한데도 라디오 송출만 따로 떼어내 방송사업본부로 보낸 것을 ‘비효율적인 결정’이라고 꼬집었으며, 정책기획국 산하 지역정책실 폐지를 두고는 “지역 정책을 아예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디어 산업의 핵심 가치사슬인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가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최근의 외부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기획-제작-유통-광고로 이어지는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효율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고 오히려 이들 부서들을 여러 본부에 산재시켜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즉시 조직개편 작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새 노조는 ‘공영성 포기’를 가장 큰 문제로 삼고 있다. 새 노조는 20일 성명에서 “이번 조직개편안은 투입과 산출 분석을 용이하게 하고,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경쟁 체제의 도입이라는 미명 아래 ‘공영방송 KBS’에 대한 포기 선언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노조는 예산과 편성 권한을 동시에 지닌 방송사업본부를 두고 “광고 판매와 수익 증대가 중대 목표인 본부에서 과연 KBS의 공영적, 공익적 가치를 담보할 프로그램들에 대한 든든한 지원커녕 그 존속마저도 어려울 판”이라며 “특히 2TV는 더 이상 앞에 공영방송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민영방송의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조직체계, 업무프로세스를 참고하라고 했더니 아예 공영방송 KBS를 ‘뻥튀기 해놓은 tvN’으로 만들 작정”이라고 혹평했다.

새 노조는 “조합 설명회가 KBS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절차이자 창구인데, 바로 다음날 이사회 설명회를 열고 일주일 뒤 이사회에서 통과시킨다면, 사실상 KBS 구성원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밀실 개편’과 ‘일방 강행’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6개월 동안 내·외부 인사 354명을 인터뷰하는 등 꼼꼼히 취재하고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탄생한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를 예로 들어, 조직개편 의결 권한을 지닌 KBS이사회에 “경영진의 졸속적이고 밀실적인 조직개편 행태를 준엄히 꾸짖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직능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KBS방송기술인협회는 ‘입맛대로 부려먹고 장기적인 아웃소싱을 염두에 둔 조직개편’이라는 점을, KBS PD협회는 ‘상업성을 중시함으로써 공영적인 프로그램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KBS기자협회는 ‘업무 효율과 의욕을 떨어뜨리고 시사 프로그램과 탐사보도팀을 축소시키는 방향’이라는 점을 짚고 나섰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KBS는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문제제기’와 ‘의견 수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일관되게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양대 노조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명회가 사실상 ‘사측의 의견 수렴’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각 협회 역시 사측으로부터 ‘논의의 자리’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20일 오후 KBS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피케팅을 하려 했던 새 노조는 청경들의 저지로 피켓 없이 맨몸으로 항의해야 했다. 같은 날 KBS노조 역시 집행부 투쟁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경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0일 오후, KBS이사회 간담회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조직개편안 전면 재검토 및 이사회의 반려를 요구하는 피케팅을 벌이려고 했으나 청경과의 마찰 끝에 피켓을 뺏겨 '맨몸 시위'를 해야 했다. ⓒ미디어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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