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3월 16일, 베트남 밀라이 마을에서 벌어진 잔인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 번역돼 출간됐다. 저자는 ‘탐사보도의 전설’이라 불리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시모어 M. 허시.

밀라이 학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8만㎞가 넘는 비행을 하고, 전직 미군 병사들과 50차례 이상 인터뷰를 한 허시는 <세상을 바꾼 탐사보도/ 밀라이 학살과 그 후유증에 관한 보고>(저자 시모어 M. 허시, 번역 김석 KBS 기자, 세종연구원)에서 전투와 학살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사건을 둘러싼 미국의 정치권과 군부의 숨가쁜 은폐공작을 고발했다.

당시 30대 초반의 무명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였던 허시는 밀라이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이 보도는 오늘날까지도 미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탐사저널리즘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김석 KBS기자는 본지의 ‘김석의 미디어 책읽기’ 칼럼에서 “4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밀라이 학살 사건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은 베트남전에서 명백한 가해자였던 우리의 과오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며 “좀더 나은 미래는 과거에 대한 진정어린 반성에서 오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 미국의 저널리스트 시모어 M. 허시.

저자인 시모어 허시는 번역 출간된 한국판 ‘밀라이학살과 그 후유증에 관한 보고’ 추천의 글에서 “진실이라는 것은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배워야 하는 역사는 항상 존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용진 KBS 기자(전 탐사보도팀장)은 이 책에 대해 “막 움트고 있는 한국 탐사보도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하나의 원천이자 영감이 되고, 또 어처구니없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유도 모른 채 죽어나가는 수많은 희생자를 그저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집단적 의식마비 현상에 하나의 각성제가 되길 바란다”며 “한 저널리스트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떤 일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를 허시만큼 잘 보여준 기자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석 KBS 기자는 2004년 8월부터 2006년까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포커스>에서 활동했으며, 2008년 1월부터 <미디어스>에 ‘미디어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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