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오래 전 실제 일어났던 어린이집 쓰레기죽 사건을 다뤘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시청자를 분노케도 하고, 짜증나게도 했다. 어린아이들에게 차마 사람이 먹지 못할 불량 식재료를 사용하는 원장에 분노케 했고, 그 부정을 알고도 원장에게 협조하거나 침묵하는 사람들은 시청자를 짜증나게 했다.

몇 개의 어린이집을 가진 원장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개도 먹지 않을, 썩고 불량한 식재료들을 먹였다. 과거 실제 사건의 원장이 한 것처럼 그것들을 끓여 죽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무사할 리가 없다. 그것을 고발하려고 하자 교사는 부당해고협박에 이어 아동학대라는 누명을 쓰고 검찰에 고발됐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그런데 그런 내막을 뻔히 알고 있는 동료교사는 침묵했다. 그래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고, 자신만 찍혀서 취업이 막힌다는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늦게까지 마트에서 일해야 하는 아이의 엄마는 동료교사의 침묵보다 더 절박하다. 원장의 뜻대로 따르지 않으면 늦게까지 아이를 맡아줄 곳이 없고, 그렇게 되면 아이들 교육할 수도 없고 생계도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사정이 있다고 그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아니 악해 보이기도 한다.

과연 저런 사람들을 도와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심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 해답은 또 다른 드라마 <송곳>에서 미리 알려줬다. 구고신은 “시시한 약자들을 위해 더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이라고 했고, 이수인은 “질 수 있는 만큼의 짐만 지라”는 말을 했다. 약자는 말 그대로 약자다. 그래서 많고 무거운 짐을 지지 못한다. 시시하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조들호는 그런 약자들의 침묵을 답답해 하지만 결코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대신 법정에서 외쳤다.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침묵을 하면 모두 함께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함께 겪었습니다.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조들호가 말한 의미를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재난을 입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설마 자신에게 이런 고통이 찾아올 줄 몰랐다고 말한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그런 고통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여전히 약자들의 고통과 억울함은 그들만의 몫이 된다. 세상은 피해자가 아닌 사람들이 피해자와 똑같은 고통과 분노를 공유해야 좋아질 수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얼마 전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문제가 커다란 사회이슈가 된 바 있다. 가뜩이나 아이들 키우기가 힘든 부모들에게는 악몽 같은 사건이었다. 그래서 쓰레기죽 에피소드가 더욱 섬뜩하게 다가선다. 그런데 실제 있었던 사건인 어린이집 쓰레기죽 사건은 아주 오래 된 것이 아니다. 또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감시의 눈이 소홀해지면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이 쓰레기죽 사건일 것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재벌과 검찰의 검은 커넥션을 향해 달려가다가 느닷없이 이 어린이 문제를 건드린 것은 사실 좀 의외였다. 그렇지만 이 에피소드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의 밀도를 키운다면 사회를 어둡게 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에 도전하는 조들호에 좀 더 밀착된 감정을 가질 수 있다면 영리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사회근간을 흔드는 거대한 부정의 뿌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작은 일이라도 누군가는 보고 듣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기 위한 설계였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베테랑도 아닌 ‘동네변호사’인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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