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고대영 사장 취임 후 처음으로 시행되는 ‘조직개편’의 핵심 키워드는 ‘수익 극대화’였다. KBS는 편성과 광고 영업 등을 담당하는 방송사업본부를 선임본부로 두고, 드라마사업부를 별도의 조직으로 두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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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고대영 사장 취임 후인 지난해 말부터 혁신추진단(단장 정철웅) 주도로 조직개편을 준비해 왔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이번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사업 중심 조직으로의 변화’다. 기존의 편성본부가 사라지고 편성 및 광고 영업 등을 맡는 방송사업본부가 선임본부로 자리했다. 또한 드라마사업부가 별도의 조직으로 격상됐다.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수익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셈이다.

반면 기술 조직은 조각이 났다. 기술본부는 지상파 송신망 구축·운영 업무만 남겨진 채 네트워크본부로 이름이 바뀐다. TV송출부는 방송사업본부로, 인프라 구축·관리 기능과 기술연구소는 미래사업본부로, 건설인프라주간은 운영본부로 옮겨진다. 제작기술센터는 당초 제작인프라본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무산됐다.

자연히 기술 직군은 반발하고 있다. KBS방송기술인협회는 19일 성명을 통해 “한 사람의 장기가 전국 팔도로 팔려나가듯 기술 조직은 수요자들에게 뿔뿔이 팔려간다”며 “이것이 수개월 간 고민한 사업 중심 조직개편인가? 지상파 방송 사업자 역할의 중심 부서인 기술 본부를 한낱 송신망 운용 부서로 축소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조직개편안을 통해 회사가 1400여 방송기술인들의 기여도를 그동안 얼마나 평가 절하하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몇몇 힘 있는 자의 밀실 논의를 통한 이번 조직개편에서 사업이라는 미명아래 책임감 있게 묵묵히 일하는 현장직원들의 미래를 고민했는지 되묻고 싶다”며 “차라리 입맛대로 부려먹고 장기적인 아웃소싱을 염두한 조직 개편이라고 솔직히 말하라”고 일갈했다.

또한 구성원들은 ‘공영방송’ KBS가 상업성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하게 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지나친 상업화 기조가 보여 우려스럽다. 모든 조직개편 방향이, ‘공영성’을 지킬 수 있는 장치 없이 설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직개편을 준비하는 동안 구성원들과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것 역시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KBS의 다른 관계자는 “너무 밀실에서 개편하는 게 아니냐 하는 문제제기가 계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논의를 피했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관계자도 “완전 밀실이었다. 그간 직원 누구와도 의견수렴 없었다”고 전했다.

KBS가 4개월 가까이 준비한 조직개편안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알리는 자리는 오늘(19일) KBS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양대 노조 설명회가 처음이다. 하지만 KBS는 ‘조직개편안 시행’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장 내일(20일) KBS이사회에 첫 보고를 하고, 26일 간담회에서 두 번째 보고를 거쳐 27일 이사회 의결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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