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유일의 매체비평 프로그램 KBS <미디어 인사이드>가 결국 폐지됐다. 25일부터 시행되는 TV 부분조정 결과, <미디어 인사이드>는 17일 방송을 끝으로 시청자들 곁을 떠났다. 비슷한 유형의 대체 프로그램 방송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종방한 KBS <미디어 인사이드>

‘선택과 집중’, KBS 측이 밝힌 <미디어 인사이드> 폐지 이유다. KBS 측은 18일 “TV 부분조정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며 “매체비평 프로그램도 <TV비평 시청자데스크>, <미디어 인사이드>, <뉴스 옴부즈맨> 3개가 있다. <미디어 인사이드> 종영 역시 비슷한 특성의 프로그램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차원이다. 우리 뉴스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뉴스 옴부즈맨>으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미디어 인사이드>는 17일 방송 클로징 멘트를 통해 ‘종방’ 소식을 알렸다. 진행자인 정필모 KBS 보도위원은 “<미디어 인사이드>가 봄 개편에 따라 오늘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저희 제작진은 13년 전 시작된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맥을 이어오면서 시청자 여러분이 미디어를 잘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그동안 관심을 갖고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짧은 인사를 전했다.

<미디어 인사이드> 제작진은 지난 7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폐지 논의가 이미 한 달 여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실무 제작진은 공식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들은 바가 없었다’며 “공영성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니만큼 (폐지를)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4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 방송 저널리즘의 위기와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현주소> 세미나에서도 언론학자들은 공영방송의 ‘상호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가지는 의미를 되짚으며, KBS의 폐지 움직임을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KBS 측은 지난주까지 ‘아직 TV 부분조정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미디어 인사이드> 제작진 역시 지난 14일까지 ‘아직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도 ‘존치’를 요구하며 오는 22일로 예정된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사측의 <미디어 인사이드> 일방 폐지’를 안건으로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지상파 유일의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회생시키고자 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KBS는 끝내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

<미디어 인사이드>는 2003년 <미디어포커스>로 시작해 이후 <미디어 비평>을 거쳐 현재의 프로그램명으로 13년 동안 방송됐던 매체비평 프로그램이다. 뉴스를 보도하고 있는 12개 채널(KBS 1TV, KBS 2TV, MBC, SBS, EBS1, 채널A, JTBC, MBN, TV조선, YTN, 연합뉴스TV, SBS CNBC) 중 시청자들의 궁금증 해소나 불만 제기가 아닌, 언론을 아우르는 상호 비평이 가능한 프로그램은 <미디어 인사이드>가 유일했다.

KBS가 저널리즘을 활발하게 꽃피웠던 시기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미디어포커스>는 이명박 정부 원년이었던 지난 2008년부터 위기를 맞았다. 사측은 당시에도 <미디어포커스>의 일방 폐지를 주장했으며, <미디어포커스>와 KBS 탐사보도팀 탄생에 기여했던 김용진 기자(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대표)를 지역총국으로 발령해 ‘보복 인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제작진의 내부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에 <미디어포커스>는 <미디어비평>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채 가까스로 폐지를 면했다. 이후 한 번의 개명을 더 거쳐 현재의 프로그램명을 갖게 되었으나, 폐지 움직임이 시작된 지 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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