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터트린 2루타는 4-4 상황에서 균형을 미네소타로 옮기는 값진 타구였다. 박병호의 이 역전 적시타로 인해 미네소타는 개막전 이후 지속된 9연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다. 이대호가 10회 말 대타 끝내기 홈런으로 시애틀의 연패를 끊었듯, 박병호 역시 홈구장에서 팬들에게 첫 승을 안겨주었다.

박병호 2루타, 미네소타 트윈스 지독한 9연패 끊어냈다

박병호가 아니었다면 미네소타 트윈스는 10연패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8회 말 박병호가 쳐낸 2루타는 지독한 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한 방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박병호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현지 언론에게도 한 방 먹인 박병호는 그런 존재다.

시애틀 매리너스가 5연패에 빠졌을 때 그들을 구원해준 인물도 이대호였다. 홈에서마저 스윕을 당할 처지에 빠진 팀을 위해 묵묵하게 기다리던 이대호는 10회 말 대타로 나서 좌완으로 156km를 쉽게 던지는 텍사스의 불펜 에이스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으로 홈팬들에게 첫 승을 안겼다.

오늘 박병호의 초반은 그렇게 좋지는 못했다. 에인절스의 선발인 게릿 리차즈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슬라이더와 속구를 섞어 던지는 게릿의 투구에 2회 첫 타석에서 박병호는 루킹 삼진을 당했다. 수 싸움에서 밀린 박병호에게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패턴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박병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병호의 루킹 삼진은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만들어내는 이유가 되었다. 첫 타석에서 게릿의 노림수에 당했던 박병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는 달랐다. 낮게 휘어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더는 속지 않았고 나쁜 공에 손이 가지 않는 박병호는 그렇게 볼넷을 골라냈다.

삼진에 이어 볼넷을 얻어낸 박병호가 6회 좋은 기회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선취점을 내주고 또 추격해야 하는 처지에 빠진 미네소타가 간만에 극적인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6회 기대만큼 활약을 못하고 있던 사노가 간만에 동점 2루타를 치고 나서 2루에서 포효를 하는 장면은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사노의 동점타에 이어 4번 타자로 나선 트레버 플루프가 다시 2루타로 사노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2-1 역전에 성공했다. 2사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나선 박병호에게 절실한 것은 짧은 안타라도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병호의 타구는 유격수 앞으로 향했고, 미네소타는 6회 역전을 시켰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문제는 이렇게 힘들게 역전에 성공하자마자 미네소타가 곧바로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잘 던지던 토미를 상대로 전설적인 강타자인 앨버트 푸홀스가 동점 홈런을 만들어내더니, 콜 칼훈이 역전 투런 홈런을 쳐내며 곧바로 2-4로 역전을 해버렸다.

6회 역전을 하자마자 7회 역전을 내준 상황은 무너지기 좋은 순서다. 보통 기가 꺾이고 무기력하게 대량 실점을 하며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1승이 간절했다. 어떻게든 연패를 끊어야만 하는 미네소타의 불펜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미국프로야구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가 1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데뷔 2호 2루타를 때려 4-4 균형을 깨고 팀을 9연패 수렁에서 구하는 승리의 주역이 됐다. 사진은 박병호(왼쪽)가 5회에 볼넷으로 출루한 뒤 상대팀의 폭투에 재빨리 2루를 밟고 있는 모습. (미네소타 AP=연합뉴스)

7회 역전을 내주자마자 트윈스는 말 공격에서 에두아르도 누네스가 1타점 적시타로 추격에 나서고 팀의 핵심 선수인 마우어가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다시 균형을 맞췄다. 지난 아홉 번의 경기와 달리 오늘 경기만은 결코 내줄 수 없다는 간절함이 미네소타 트윈스 선수들 사이에는 강렬하게 일고 있었다.

그 간절함의 결정판은 바로 박병호의 몫이었다. 8회 말 1사 1루 상황에서 에인절스의 불펜 투수인 페르난도 살라스와 풀 카운트 대결을 벌인 박병호는 실투가 아니까 생각되는 가운데 공을 놓치지 않고 2루타로 만들어냈다. 좌익수 크레이그 젠틀리가 한 차례 공을 놓치는 행운까지 더해진 이 상황에 플루프가 1루에서 홈까지 사력을 다해 달리는 모습은 간절함의 극치였다.

어떻게든 오늘 경기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그 간절함이 프루프의 질주에 담겨 있었다. 역전에 성공한 후 벤치에서 미네소타 트윈스 선수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이 역전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하게 다가왔는지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미네소타의 케빈 젭슨은 투아웃 후 대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길고 길었던 9연패를 끊어내며 미네소타 트윈스 구장은 환호성으로 넘쳐날 수 있었다. 그 함성의 주인공은 바로 박병호였다. 박병호의 8회말 극적인 역전 2루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런 환호를 만끽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박병호가 먼저 홈런을 치고 이대호가 홈런을 치더니, 이대호가 끝내기로 팀을 구하자 뒤이어 박병호가 끝내기 안타로 9연패를 끊어냈다. 한국 선수들에게 기회만 공평하게 주어진다면 언제든 최고의 실력으로 응답할 수 있음을 이 두 선수는 잘 보여주고 있다. 지독할 정도의 연패를 끊은 미네소타 트윈스는 이젠 박병호와 함께 날아오를 일만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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