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동아>가 한판 붙었다. <신동아>와 <월간조선>의 미네르바 진위 여부에 대한 설전에 대한 기사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신동아는 2월호에서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으로 이뤄진 그룹”이며 “검찰이 미네르바로 지목한 박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의 인터뷰 글을 실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월간조선은 박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의 인터뷰를 통해 “월간지 기고 미네르바는 가짜”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러한 신동아와 월간조선의 대립으로 현재 언론사들은 그야말로 신난 표정이다. 둘 중에 한 언론사는 오보를 내고 있는 것이니 어서 미네르바의 정체가 드러나 누구 말이 맞는지 따져보자는 태세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사들의 관심이 오히려 ‘독’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과 동아일보 사옥 ⓒ미디어스
이제 미네르바 사건의 본질은 없어지고 껍데기만 남았다. 생각해보면 ‘미네르바’에 대한 기사에서 ‘본질’을 짚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미네르바’는 그저 각 매체들의 기사 ‘대상’일 뿐 매 국면마다 매체들의 주목했던 지점은 그 ‘본질’이 아니었다.

다음 아고라에서 미네르바가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던 시기를 첫 번째 국면이라고 한다면 그 시기 인쇄매체 누구도 미네르바와 미네르바 현상을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네르바가 ‘집중되는 관심에 부담을 느낀다’며 절필선언을 하고 난 이후 매체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미네르바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개입이 있을 후에 인용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국면인 미네르바의 체포와 구속 이후, 언론에서는 온갖 개인신상을 까발리는 형식의 기사들이 난무했다. ‘30대’, ‘무직’, ‘전문대’, ‘실명’, ‘사는집’ 등이 공개됐고 동생과 친구들·담당 교수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체포한 미네르바는 ‘어떤’ 사람인가였다. 이제 세 번째 국면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국면 역시 ‘신동아 대 월간조선’ 누구의 말이 맞냐에 가있다.

미네르바 첫 번째 국면 - 미네르바 신드롬

<경향신문>은 작년 9월 18일자 11면에서 “아고라 경제논객 ‘미네르바’ 누구냐”라는 기사를 통해 “필명 ‘미네르바’인 네티즌이 이달 초부터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미국 리먼 브라더스 부실 사태를 예측한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라며 “폭발적인 관심에 부담을 느낀 미네르바는 18일 아고라를 떠났다”라고 전했다. <한겨레> 역시 작년 10월 24일 “경제학자 뺨치는 ‘인터넷 논객’”이라며 지면상에 처음 소개했다.

그에 비해 <동아일보>에서는 11월 5일자 신문 B03면 “재야의 경제 고수? 미확인 루머 진원지?”라는 기사를 통해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논객은 요즘의 글로벌 경제위기 양상을 일부 예견한 인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급부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재야의 논객들은 과감한 분석과 종목 추천, 경제 현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무기로 투자자들에게 접근한다”며 “문제는 이들의 영향력에 걸맞은 감독이나 검증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또한 “특히 기획재정부는 이들이 일반인의 정부 정책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이들에게 정책 방향을 설명하거나 자료를 제공하는 등 소통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에게 미네르바는 미확인 루머 진원지였다.

<조선일보> 역시 11월29일이 되어서야 Weekly Biz에서 “미네르바, 넌 누구냐?” 기사를 통해 “물론 그(미네르바)가 일찌감치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화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고, 환율 변동 등 경제 예측을 대체로 잘 짚어오긴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름과 신분을 숨긴 사이버 필자가 ‘경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현상은 결코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이후에도 “‘익명의 역권위’에 기댄 미네르바, 커튼 열고 나와야”라는 기사를 실어 익명에 대해 비판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 2번은 정확히 맞는다”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의 기고 글을 싣기도 했다.

중앙일보의 경우는 더 늦은 12월4일자 “3월 위기설, 실체 없이 부풀려져”에서 3월 위기설이 “이런 식이라면 한국은 연말 혹은 내년 3월을 못 버티고 일본 자본에 편입되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한 미네르바 역시 한몫했다고 비판하고 있을 뿐이다.

미네르바 두 번째 국면 - 미네르바 연행 및 구속

미네르바 신드롬이 한창일 때 침묵하던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미네르바가 연행되고 나서부터 ‘미네르바’ 관련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미네르바의 주요 ‘예언’과 결과”, “‘미네르바’체포…인터넷 허위 사실 유포 혐의”, “검찰이 밝힌 ‘미네르바’ 박00씨”, “허무맹랑한 주장, 기득권 비난한 글 많아”, “집 밖 거의 안 나온 얌전한 청년”으로 각각 기사화했다.

중앙일보는 “오빠, 몇 달 간 집에서 온종일 인터넷에 글 써”, “검찰, ‘돌팔이 의사에 당한 꼴”, “경제전망 쓰랬더니 A4 두 장에 전문용어 술술”, “실체 드러난 ‘경제 대통령’ 가짜에 놀아난 대한민국”, “사이버 공간의 신뢰 위기가 ‘일그러진 인터넷 영웅’ 만들었다”, “미네르바 대선 때 MB퇴진 운동 단체 회원 가입해 활동”, “친구들, 정치·경제 같은 사회문제 논한 적 없어”로 각각 전달했다.

동아일보도 “거침없는 분석…한때 ‘경제 대통령’ 불려”, “‘금융위기 스타’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익명 행각’ 마감”, “워터게이트…다이애나비 죽음…현대인은 왜 음모론에 솔깃하나”, “집에 경제학 서적 없어…글 짜깁기 연습 많이 한 듯”, “‘일제시대’, ‘머슴살이’, ‘늙은이’ 운운 증권사서 일한 듯한 느낌 주기도”, “‘경제 스승’, ‘서민지성’ 치켜세웠던 지식인들…”, “미네르바 이웃들 ‘외출 거의 안하고 택배상자만 수북”, “31세 골방도사 경제대통령 누가 만들었나”라고 했다.

그 제목들만 모아놓고 보더라도 무엇에 관심 가지는지 알 수 있다. 조선일보에 의해 체포된 미네르바는 실명이 공개됐다. 체포된 미네르바의 개인신상에 어느 매체보다 주목한 것은 중앙일보였다. 미네르바가 어디에 사는지, MB퇴진 운동 단체 회원 가입해 활동했다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또한 봉사활동 간 동생과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화해서 인터뷰 진위논란을 겪기도 했다. 동아일보 역시 ‘음모론’, ‘익명 행각’이라고 치부해버렸다.

미네르바 세 번째 국면 - 신동아 VS 월간조선

먼저 문제제기한 매체는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1월12일자 4면 “‘미네르바’ 신동아 기고문의 정체는?”는 기사를 통해 “시사월간지 ‘신동아’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게재된 글에 대해 구속된 박00씨가 신동아에 기고한 사실이 없다며 전면 부인함에 따라, 글이 게재된 경위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기사에서 신동아 송문홍 편집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작년 12월호에 기고한 미네르바 보도의 배경과 경위에 대해서는 2월호 지면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드디어 신동아 2월호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리고 월간조선 2호도 발행됐다. 신동아는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 박00은 우리와 무관”이라고 했고 월간조선은 “월간지 기고 미네르바는 가짜”라고 했다. 이에 언론들은 이 둘의 공방전에 꽂혔다.

‘미네르바’는 ‘인터넷 논객’이다. 그런 그가 미네르바라는 ‘익명’이 아닌 박모씨이건 K씨를 포함한 그룹이건 ‘실명’이 오가는 순간 ‘미네르바’는 사라진다. 이것이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명박 정부와 검찰, 그리고 언론사들의 ‘실패’한 척도를 나타내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신동아와 월간조선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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