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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언론에 대한 유권자들의 꾸짖음[기자수첩] 북풍몰이·국회심판론 ‘보도’, 통하지 않았다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4.14 18:54

4·13총선 결과는 ‘여소야대’다. ‘정치1번지’ 종로의 결과는 이변으로 손꼽힌다. 대권 주자로 급부상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꺾고 당선된 정세균 당선자의 과거 트윗 게시글이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KBS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 45.8%, 제가 28.5%로 보도되었습니다. 이 숫자를 꼭 기억해 주십시오.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증명보이겠습니다”라는 내용이다. 꼭 이것 뿐만이 아니더라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보도는 선거기간 내내 널을 뛰었다. ‘빗나간 선거 여론조사’를 손보자는 해법이 나오지만 더 시급한 것은 ‘보도’에 대한 유권자들 태도의 변화 분석이 아닐까 싶다.

4·13총선 끝나고 회자되고 있는 정세균 당선자 트윗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조선일보는 15일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오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다> 사설을 통해 “이 결과에 대한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진박이라는 사람들이 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국회 심판을 외치다가 스스로 심판당할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조는 조금씩 차이만 있을 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경향신문, 한겨레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특히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빠져있다는 점을 문제 삼을 필요가 있다.

오세훈 띄우기 그리고 북풍몰이에 나섰던 언론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언론들의 ‘편향’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총선보도감시연대 등은 조선일보가 어느 언론매체보다 ‘오세훈 띄우기’에 앞장섰다고 지적한 바 있다. 뚜껑이 열리기도 전부터 조선일보는 오세훈 후보의 당선을 확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여권 대선후보’로서 총선은 ‘시험대’일 뿐이며 본 무대는 대선이라는 식의 논리를 지속적으로 부각시켰다. (▷관련기사 : 선거 앞두고 ‘오세훈 띄우기’ 나선 조선일보)

주목해야할 부분은 ‘오세훈 띄우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있다. 여권 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부동의 대권 후보 1위 지지율을 보이면서 친박계는 꾸준히 ‘대안론’을 제기해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등장한 건 이런 맥락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양자’로 비유되며 여권 내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 조선일보 등 언론매체는 이를 뒷받침 했다. 영화 <내부자들>의 이강희 논설위원(백윤식 분)을 떠올리게 한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현실정치에 개입하고 그 이익을 공유하는 스핀닥터(spin doctor;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의 홍보전문가)를 자처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TV조선 뉴스쇼 판 화면 캡처

4·13총선을 앞두고 KBS는 ‘북풍몰이’에 앞장섰다. KBS는 하루 평균 6건(3월 8일부터 10일까지)의 북한의 위협 관련 보도를 내보낼 정도로 과함을 보이면서 총선보도감시연대로부터 ‘나쁜방송’으로 뽑히기도 했다. KBS는 3월 7일부터 17일까지 열흘 간 북한 위협 소식을 5번이나 톱 보도로 올렸다.

KBS의 북풍몰이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더욱 심해졌다. 북한 해외 식당에서 종업원 13명이 집단 이탈한 사건이 벌어지자, KBS는 4월 8일~10일 3일 간 18건의 리포트를 배치했다. 같은 기간 타 지상파 2사 보도(MBC 7건, SBS 6건)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내부 구성원들로부터도 ‘너무하다’는 비난이 쏟아질 정도였다.

무엇보다 북한 해외 식당의 집단 이탈은 청와대의 ‘선거개입’ 논란이 벌어졌던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겨레는 <‘집단 탈북 긴급발표’ 청와대가 지시했다> 기사를 통해 정부가 해당 사건을 발표한 것이 매우 이례적이며 그 배경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통일부는 탈북민과 북쪽에 남은 가족 등의 신변안전을 위해 탈북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온 관례 등을 들어 공개 반대 의견을 냈으나 묵살됐다는 거다. 그렇지만 KBS 보도에서는 ‘청와대 개입’ 논란은 다뤄지지 않았고, “(공개 기자회견은)당사자들의 신변안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청와대의 입장만 그대로 들어갔다. (▷관련기사 : ‘집단 탈북 바람몰이’에 장단 맞춘 KBS)

이중잣대 ‘여론조사’로 유권자 혼란케 한 언론

총선을 앞둔 널뛰기 ‘여론조사’ 비판에서도 방송사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서두에 언급한 KBS 여론조사 보도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23일 KBS는 연합뉴스와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메인뉴스를 통해 내보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5.8%로 정세균 의원(28.5%)을 17%p 넘게 앞섰다”는 거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7개 선거구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각 500명>를 표본으로 하고 있어 지적을 받을 여지를 갖고 있다. 규모가 제법 큰 2개 언론사의 공동 여론조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표본이 더 확보됐어야 했다.

MBC 또한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5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 보도와 관련해 언론노조 김동원 정책위원은 “역대 여론조사 보도 중 최악의 보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MBC는 응답자들로 하여금 “누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라고 질문한 후 그에 대한 응답률을 ‘당선가능성’으로 포장해 보도했다. 질문과 그에 대한 보도의 간극은 너무나도 컸다. MBC 여론조사 보도는 ‘이중잣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오차범위 내 새누리당 후보가 3.7%p 높은 여론조사를 보도하면 MBC는 “앞섰다”고 보도했다. 반면, 같은 오차범위 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7.1%p 높았을 때에는 “접전”이라고 보도했다. 오차범위 내 특정 후보가 다소 높게 나타나더라도 “앞섰다”, “우위”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사실을 MBC가 몰랐을리 없다.(▷관련기사 :MBC, 오차범위 내 새누리 후보에만 “앞섰다” 보도)

MBC는 4·13 총선 지역 중 ‘서울 은평 갑’지역구에 특히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MBC는 <보수 정당 약세 서울 ‘은평갑’, 뉴라이트 대 세월호변호사> 리포트를 통해 “은평 갑은 수색, 응암, 녹번동 등 경기도와 인접한 선거구로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라며 “1988년 이후 7차례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승리한 건 단 두 번. 새누리당은 뉴라이트 운동을 이끌었던 최홍재 후보가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한 최홍재 후보는 이 지역에 22년간 거주한 만큼 누구보다 지역 사정에 밝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후보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은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한 이미경 의원 대신 세월호 유가족 변호사로 알려진 박주민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야당 소속 현역의원이 휘어잡던 지역이지만 낙후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해 상대인 최홍재 후보 띄우기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MBC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 관련 ‘피로도’를 높이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런 점에서 박주민 후보에 붙은 ‘세월호변호사’라는 호명은 이런 보도에서 불리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다.

MBC '뉴스데스크' 11일자 보도

MBC의 ‘은평 갑’에 대한 보도는 중립적이지 못했다. 서울 첫 야권단일화 후보가 배출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국민의당 김신호 후보와의 여론조사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후보가 야권단일화 후보로 선출됐다. 해당 지역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MBC는 정작 이 중요한 사실에는 눈을 감았다. 대신 다음 날인 11일 <새누리 “과반의석 절실” 접전지 지지층 결집 나서> 리포트를 통해 “서울 은평갑 최홍재 후보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에 반발해 금식 유세에 돌입했다”며 최홍재 후보의 “단일화를 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싱크만을 내보냈다. 누가 봐도 최홍재 후보 편향 보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최홍재 후보는 여당추천으로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 이사를 지낸 인물이라는 점이다. MBC가 유독 해당 지역에 관심을 보인 까닭인지도 모를 대목이다.

4·13총선 결과는 언론에 대한 유권자들이 심판이다

어디 이 뿐인가. KBS를 비롯한 MBC·SBS는 그동안 △국회 심판론 강조, △노동개혁법 등 박근혜 정부 앵무새 역할, △한일 위안부 협정 논란 물타기, △사드 배치 옹호 및 핵무장론 앞장, △새누리당 공천파동 축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친노패권’ 강조, △윤상현 의원 ‘막말’ 논란 가리기, △새누리당 탈당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과도한 폄훼,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개입 무비판 등 거의 모든 사안에서 친여편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렇듯 4·13총선에서 방송사들이 사실상 ‘선수’로 뛰었다는 사실은 숨길 수 없다. 이는 이전 선거에서 방송뉴스들은 선거결과를 보고 보수정권을 두둔하거나 옹호하기는 했으나, 앞장서 플레이어로 뛰는 모습을 이 정도까지 보여주진 않았다.

이쯤에서 4·13 총선과 관련해 국내 ‘정치’와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있는 외신들의 4·13총선 평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영국 BBC 그리고 일본 NHK 등은 공통적으로 △북핵·탈북 등 북풍몰이 영향 실패, △박근혜 대통령 ‘불통’ 등 통치스타일 심판, △청년실업·가계부채·노동개혁 등 경제정책 실패 등으로 비판하고 있다. 4·13 총선은 박근혜 정부가 앞장선 ‘북풍몰이’, ‘국회심판론’이 먹히지 않았다고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평가를 언론에 대입해본다면 어떨까?

지난 9월 23일 KBS '뉴스9' 보도 캡처

KBS ‘북풍몰이’ 보도 등 앞선 여권편향 보도들이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영향력’ 1위 그리고 ‘뉴스시청률’ 1위 KBS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결과일 수 있다. 어디 KBS 뿐인가. 공영방송 MBC와 SBS 그리고 보수 신문들과 종편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번 4·13총선 결과야 말로 유권자들에게 양치기가 된 언론의 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4·13 총선 결과는 언론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에 대해 제대로 제동 걸지 못한 ‘제4부’ 권력에 대한 심판이다. 4·13 총선 결과를 놓고 단순히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 정국 문제만 따질 때가 아니다. 지금이야 말로 어느 때보다 자성하고 스스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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