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연장 10회 2사 1루 상황에 대타로 나섰다. 상대 투수는 좌완 불펜 에이스로 불같은 강속구를 가진 제이크 디크먼이었다. 이미 상대를 했지만 그를 넘지 못했던 이대호.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강속구를 앞세워 이대호를 압박하던 제이크도 빅보이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이대호 극적인 연장 끝내기 홈런, 5연패 중인 시애틀 홈구장에서 첫 승 이끌다

이대호의 극적인 홈런은 많은 것들을 만들어냈다. 5연패에 빠져있던 시애틀은 힘겹게 연패를 끊었다. 시애틀 홈구장에서 이어진 3연전 중 두 번의 경기를 망친 그들은 뒤늦게 홈구장에서 첫 승을 할 수 있었다. 이대호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시애틀 구단도 더는 빅보이를 의심할 수 없게 하는 한 방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선발로 출전하지 못하고 계속 대기하던 선수가 극적인 홈런을 치는 것이 쉽지 않다. 타격도 감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감을 계속 유지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대호의 오늘 끝내기 홈런은 극적이면서도 대단하게 다가온다.

연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없었던 시애틀이었다. 1-1 상황에서 카노가 5회 말 홈런으로 균형을 무너트리며 연패 탈출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8회 텍사스는 의외의 타자인 드쉴즈가 동점 홈런을 쳐내며 경기의 추는 다시 어느 쪽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텍사스 레인저스와 메이저리그 홈 경기 연장 10회말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2-2로 맞선 2사 1루에서 애덤 린드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서 좌완 제이크 디크맨의 시속 156㎞짜리 직구를 통타해 왼쪽 담을 넘어가는 끝내기 투런 아치를 그렸다. (시애틀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그렇게 10회 연장까지 이어진 양 팀의 공격은 시애틀이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1사 상황에서 크루스의 강한 타구를 텍사스 2루수 오도어의 발을 맞고 외야로 흘러가며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후속 타자가 내야 땅볼로 기회를 잡지 못하며 2사가 된 상황에서 이대호는 린든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좌투수에 유독 약한 린든을 대신해 영입된 이대호라는 점에서 당연한 수순이었다. 시애틀 벤치에서는 이대호가 득점을 올리지 못한다 해도 지는 것이 아닌, 다음 이닝에 다시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대호 대타 카드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한국과 일본 야구를 평정한 최고의 타자. 그런 이대호가 굴욕적인 메이저리그 입성을 했다. 일본리그 MVP에 빛나는 이대호가 홀대를 받으며 실력 검증을 해야만 했고, 그렇게 그는 메이저 25인 로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주전이 아닌 백업 멤버로 여전히 굴욕적인 상황에 놓여 있던 이대호는 묵묵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이대호가 몸 쪽 빠른 공에 약점이 있다고 생각한 제이크 디크먼은 빠른 공으로 빅보이를 압박했다. 투낫싱 상황에서 몸 쪽으로 꺾이는 변화구를 던진다면 삼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제이크는 다시 한 번 빠른 공으로 승부했다. 조금 높은 그 공을 이대호가 놓칠 이유가 없다.

시애틀 매리너스 한국인 루키 이대호(등번호 10)가 14일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서 2-2로 맞선 10회말 대타로 등장해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시애틀 AP=연합뉴스)

시원하고 확신에 찬 이대호의 스윙은 그렇게 시애틀 마리너스의 5연패를 끊게 했고, 홈구장에서 첫 승을 올릴 수 있게 해주었다. 모든 편견 속에서도 묵묵하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이대호는 그렇게 시애틀의 영웅이 되었다. 린든이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이대호가 주전으로 나서지 못한 상황은 여전히 그들이 빅보이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다섯 타석 만에 홈런이 나온 후 뭔가 변화가 일 것 같기는 했지만, 중요한 순간 대타로 나서 해결하지 못한 이대호는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렇게 그 어떤 말들에도 휘둘리지 않고 묵묵하게 기회를 노린 이대호는 그렇게 시애틀 홈구장의 수많은 시애틀 팬들 앞에서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확실하게 출전할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국이나 일본에서처럼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팀의 연패를 끊고 극적인 승리를 가져온 이대호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모든 편견을 화끈하게 무너트린 빅보이의 존재감은 그렇게 강력한 한 방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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