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은 참 놀라웠다. 여당이 제 1당 자리를 빼앗겼다는 결과 외에도 선거 전 발표되었던 여론조사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내려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현상이 있었다. 선거방송에 버젓한 지상파, 종편 개표방송보다 일개 팟캐스트 방송이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세상은 참으로 놀랍게 변하고 있다.

그것은 그대로 여론조사에 대해서 고민과 의심 없이 발표해왔던 언론들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음 카카오톡과 손잡은 SBS의 팟캐스트 방송 <여야본색>은 <마리텔>의 MBC의 뒷목을 잡게 했을 것이다. SBS는 이번 총선을 맞아 카카오톡과 함께 이색적인 선거방송을 준비했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다.

SBS-카카오 팟캐스트 방송 <여야본색>

그 새롭고 흥미로웠던 방송은 바로 약 8시간 동안 진행된 SBS 팟캐스트 방송 <여야본색>이었다. 여당입장을 짚어보는 여본과 야당의 입장에서 선거를 톺아보는 야본으로 이원방송을 진행했는데, 선과 결과와 마찬가지로 야본이 압도적인 시청률을 보였다. 나꼼수의 깔대기 정봉주 전 의원이 등장했던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팟캐스트 방송이 주로 젊은 층이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여당방보다는 야당방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는 없었지만, 방송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균형을 맞춰야 했기에 여당방을 개설할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자연 야방을 주로 시청하게 됐는데, 과연 깔대기 정봉주의 전 의원의 입담은 여전했다. 또한 최강욱 변호사, 주영진 기자 그리고 김선재 아나운서 등을 포진시킨 기존 팟방이 구현할 수 없는 구성도 흥미로웠다.

SBS-카카오 팟캐스트 방송 <여야본색>

다만, 제작발표회에서 말한 것처럼 다분히 강도를 약하게 조절한 것이 <나꼼수>와 다른 점이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기존 선거방송과 다른 파격적인 진행 방식과 내용으로 8시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또한 팟방답게 중간 중간 먹방까지 곁들이며 기존방송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유롭고 재밌는 토크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흥미를 끈 것은 깔대기 정봉주 전 의원의 거침없는 선거 해석이었다. 그것은 이른바 선거방송의 예능화라고 해고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선거방송의 예능화라고 해서 너무 가벼운 것은 아닐까 걱정할 이유는 없다. 선거 아니 정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예능처럼 가볍고, 쉽고, 재미있는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SBS의 팟방 <여야본색>의 성공은 한마디로 무방비로 있던 MBC를 기습한 SBS의 쾌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MBC는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망라해 유일하게 인터넷 개인방송의 포맷을 프로그램화한 방송사이다. 그 실험적 시도는 성과까지 좋아 2015년 MBC 예능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SBS-카카오 팟캐스트 방송 <여야본색>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선거방송에서 그만 SBS에 빼앗기고 말았다. 이 참신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한 아이디어는 <마리텔>을 하고 있는 MBC에서 먼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MBC는 평소 하던 대로의 선거방송만을 준비했을 뿐이고, 무주공산의 팟캐스트 방송은 SBS가 차지하고 말았다.

결과도 그랬지만 선거라는 국가 중대사에 팟캐스트 방송을 하겠다는 유연한 발상을 할 수 있었던 과정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번 <여야본색>으로 인해 이제 다음 선거부터는 본 방송은 물론 모바일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경쟁도 치열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야본색>은 진보와 보수의 대표논객이라 할 수 있는 정봉주 전 의원과 전원책 변호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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