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 드라마 전쟁에서 승자가 된 <동네변호사 조들호>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사회적 문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며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등장해, 언제나 가진 자의 편에 서 있는 법을 없는 자들을 위한 법으로 바꿔놓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이니 말이다.

단순한 진리에 대한 갈증;
약자의 편에 선 조들호와 이은조, 그들의 유쾌 통쾌 상쾌한 법정 활극기가 반갑다

월화 드라마 대전에서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선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완승을 거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스타 마케팅을 앞세운 드라마들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고 명확하게 드러났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진리에 대한 갈증이었다. 왜 우리는 열심히 사는데 항상 억울할 수밖에 없을까? 개인의 힘으로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뭉치면 그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고 길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흥미롭다. 힘겨워하는 그들 앞에 등장한 조들호는 법을 잘 아는 변호사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이라는 장치를 가지고 갑질을 하는 이 한심한 현실에서 법으로 무장한 을과 병들의 반란은 흥겨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재벌 2세가 앞장서 세입자들을 몰아내는 현실에서 법은 언제나 갑의 편이다. 갑이 원하는 대로 법은 만들어지고 활용된다는 점에서 크게 이상하지도 않다. 법을 만드는 정치꾼들이 서민들의 편이 아닌 가진 자들의 대변인임을 자임하는 현실 속에서 법은 철저하게 갑을 위해 움직인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정 회장의 양 옆에는 검사장과 거대 로펌 대표가 항상 함께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들인 검사장과 거대 로펌이 하나가 되어 재벌 회장을 돕는 상황은 황당하지만 현실이다. 여기에 판사까지 머리를 조아리는 상황에서 약자가 승리하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나선 조들호는 정 회장의 아들인 마이클 정에 맞서 법으로 승리를 거둔다. 증인으로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았던 상인들이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 승리는 확정되었다. 강자에게 주눅 들었던 그들이 하나가 되어 힘을 합하면 갑의 횡포에도 맞설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니 말이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그들은 승리를 거뒀다. 상인들을 내쫓고 리모델링을 해서 더 큰 수익을 얻으려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뭉치는 것이었다. 을들의 반란은 혼자가 아닌 다수가 되어야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서는 순간 갑질은 움찔할 수밖에는 없다. 갑의 횡포에 당당하게 마주해야만 그들의 잘못에 맞설 수 있음을 조들호는 잘 보여주었다. 아무리 뛰어난 법적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게 부패한 법이다. 우리가 허망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이런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뻔뻔한 이들 때문이니 말이다.

이번 방송에서는 약자의 편에 서서 명도소송에 승리한 조들호의 모습과 이에 분개한 재벌 2세 마이클 정의 횡포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조들호에게 당한 마이클 정은 조폭들을 동원해 그를 납치해 건물 밖에 내걸고 살해 위협을 해왔다. 이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한 조들호로 인해 상황은 반전을 가져온다.

정 회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조들호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 알 수 없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마이클 정을 속이기 위해 나선 자리에 두 개의 녹음기를 준비했듯, 위치 추적기를 단 조들호는 이것으로 인해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검사인 신지욱까지 현장에 출동해 현행범으로 마이클 정이 붙잡히면서 모든 것은 그렇게 끝난 듯했다. 하지만 재벌가의 아들이 현행범으로 잡혀 법적인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법은 가진 자들에게 절대 냉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이클 정은 현직 변호사인 조들호를 살해하려 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풀려난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검사장까지 나서서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는 상황에서 재벌가 아들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 언제나 가진 자들은 승리한다는 공식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물론 결국 정 회장을 몰락으로 이끄는 역할을 조들호가 해줄 것이라 기대되기는 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반가웠다.

정 회장이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서 사죄하는 장면은 우리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가끔 봤던 장면이기도 하다. 카메라 앞에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던 정 회장이 되돌아서는 순간 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서실장에게 사과문 글씨가 너무 작다며 화를 내는 장면에서 그들의 사과가 진심은 존재하지 않는 형식적인 쇼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실제 현실에서도 그들은 이런 모습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대 로펌인 금산에 들어가 행복했던 은조는 조들호와 관련된 사건을 맡게 되면서 심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자신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변호사가 되었지만 금산은 세상에서 가장 돈 많고 악랄한 자들을 변호해주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약탈하는 자들을 보호하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은조는 무모하지만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나왔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은조의 선택은 그의 어머니를 통해 현실적인 상황을 재확인하게 된다. 금산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명함 하나만으로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약자를 위해 과감하게 그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무모한 용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이은조와 같은 변호사가 존재하기는 한다.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고 약자의 편에 서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균형을 맞춰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반갑고 고맙게 다가온다.

우리 곁에도 조들호가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일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이다. 홀로 분투하던 조들호는 누구보다 정의감이 뛰어난 이은조까지 가세하며 제대로 된 팀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불가능한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를 갖췄다.

정 회장의 편에 서서 법을 악용하는 신 검사장의 아들 검사 신지욱과, 비록 이혼을 했지만 여전히 조들호를 잊지 못하는 금산의 장해경까지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분명한 기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악랄한 재벌과 그에 기승하는 권력자들, 그 거대한 악에 맞서는 힘없는 자들의 분투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스타들이 즐비한 다른 드라마가 아닌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조들호와 같은 이들이 많아지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화적인 상상력이 발휘되고 어설픔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동력은 매력적이다.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게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는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그래서 흥미롭고 강하다. 박신양이라는 절대 강자의 연기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이 드라마가 보여줄 시원하고 통쾌한 갑들에 대한 반란은 앞으로도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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