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의 시작은 분명 대박의 기운이 돌았다. 첫 방송 이후 3회까지 <대박>은 미세한 부침을 겪었지만 분명 월화드라마 1위를 차지하며 잘될 성 싶은 나무가 되나 싶었다. 그러나 4회부터 시청률은 점점 가라앉고 있다. 심지어 장근석이 생 독사를 씹어 먹고, 갯벌에 목만 내놓은 채로 갇혀 생존에 몸부림치는 충격적인 장면들이 있었음에도 결국 월화드라마 꼴찌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SBS 월화드라마 <대박>

<대박>은 장차 영조가 될 연잉군에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형이 있다는 나름 개연성 있는 상상에서 시작한 드라마이고, 그 과정에서 보인 숙종 최민수의 파격연기는 흥미를 넘어 흥분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런 최민수에 가려졌지만 사실은 그때부터 <대박>의 불안요소는 자라고 있었다.

최민수, 전광렬 등 연기로는 흠잡을 수 없는 대가들이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드라마 초반의 분위기를 잡아갈 때 그 흐름을 깨는 것은 숙빈 역할을 맡은 윤진서의 어색한 연기였다. 그렇지만 그 어색함을 견딜 정도로 숙종과 이인좌의 보이지 않는 대결이 힘을 가졌다. 그러나 불안했다.

그리고 마침내 연잉군의 형이자 이 드라마를 진짜로 끌어갈 대길이 성장하면서 윤진서의 역할은 대폭 줄어들게 됐고, 불안요소는 사라지나 싶었다. 그러나 윤진서를 대신할 아니 그를 뛰어넘는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담서 역의 임지연이었다. 담서는 왕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여자라고 설명할 정도로 위험하고 처절하고, 결정적으로 신비해야 할 캐릭터였다. 그러나 임지연은 그 캐릭터를 소화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케미의 실종

SBS 월화드라마 <대박>

<대박>은 야사도 생각지 못한 파격적인 상상력으로 숙종 이후를 다루는 드라마이다. 과거 이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드라마 <동이>가 있었기에 어쩌면 많은 제약이 따랐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숙종과 숙빈 최씨의 만남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면서 이 드라마의 기대치는 매우 커졌다. 사실은 아닐 수 있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일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등장인물들 간의 케미스트리가 없었단 점이다. 드라마는 특히 인물들의 케미가 너무도 중요하다. 6회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했으나 그들 중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커플이 없다. 사건 전개와 속도는 느리지 않고 오히려 빠른 편이지만 인물들의 케미가 없다보니 무미건조한 사건의 나열로 그치고 마는 것이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

장근석이 보인 6회의 생고생 퍼레이드는 사실 시청률을 대폭 끌어올려야 했다. 그러나 그런 사건들이 또 다른 인물과 얽혀 제3의 결과물을 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저 장근석 1인쇼로 끝나버렸다는 것은 몹시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 과정에 설임(김가은)과의 짧은 케미가 발생했지만 더 발전시키지 못하고 훌쩍 한양으로 올라와버렸다.

이제 <대박>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장근석과 여진구의 케미라 할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이 드라마는 이 둘에게 달려 있었다. 그것을 살리지 못한다면 대박이 아닌 쪽박이 될 수밖에는 없다. 형제지만 누구는 왕의 아들로, 누구는 도박꾼의 아들로 살아야 했던 두 형제의 기구한 운명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로맨스가 안 되면 브로맨스라도!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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