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등 제2금융권은 악독한 채권 추심과 상대적인 고금리 때문에 비난을 받아왔다.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장점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문제 때문에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 지상파방송사들이 대부업체 광고를 받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업체가 드라마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시청자에게 아주 따뜻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11일 입법예고하기로 의결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17도 미만 주류, 대부업의 가상·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방통위의 논리는 분명하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과 대부업법(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은 주류와 대부업의 방송광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반면 방송법 시행령은 주류와 대부업의 간접·가상광고까지 전면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법과 방송법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개별법과 방송법의 규제를 맞춰야 한다는 게 방통위 주장이다.

법률은 이렇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광고내용의 범위)에 따르면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7도 이하 주류 광고를 내보내서는 안 된다. 대부업법 제9조(대부조건의 게시와 광고)를 보면, 대부업체에 대한 방송광고는 평일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금지된다.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금지다. 반면 방송법 시행령 제59조2(가상광고)와 3(간접광고)은 방송광고의 허용시간을 제한받는 상품 등에 대한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방통위는 개별법의 규제에 따라 방송광고 허용시간에는 간접·가상광고 포함 모든 방송광고가 가능하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헌 방송광고정책과장은 미디어스에 “개별법과 방송법이 충돌하고, 방송법 시행령의 위법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개별법과 방송법의 충돌을 이유로 규제완화를 한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17도 미만 주류의 방송광고를 허용하는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다. 대부업체 광고의 경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허용된다(토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방통위의 규제완화로 17도 미만 주류와 대부업체는 기존 허용시간에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도 내보낼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김재홍 부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다른 정부부처가 관할하는 개별법이 주류와 대부업체 광고를 허용했다고 하더라도 “방송은 사회적 책무, 공공성의 문제다. 방송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방통위가 다른 부처보다 앞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법과 다른 개별법이 충돌한다면, 방송의 공익성을 기준으로 개별법을 개정하도록 방통위가 타 부처를 설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최성준 위원장은 “다른 부처의 의견을 듣고 법률적 측면의 논의를 하도록 하자”며 “시간적 제약이 있으니 일단 입법예고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규제완화는 대부업체가 지상파에 진출할 기회일 수 있다. 지상파의 경우, 대부업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탓에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는데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를 집행하며 반응을 살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대부업체는 오후 10시 이후 편성되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와 예능에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를 의뢰할 수 있게 됐다. 최성준 위원장이 최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방송광고 규제를 추가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통위는 보건복지부와 의료광고 규제완화를 협의 중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