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YTN 사장이 보도국장 후보에 올랐던 4명 가운데, 3명 후보를 합친 것보다 많은 표를 얻은 한 후보를 제외하고 보도국장을 임명한 것으로 알려져 노조가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YTN노조는 사장실 점거에 들어갔으며, 오는 19일 아침부터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을 재개하고, 새 보도국장의 지시를 거부하기로 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16일 오후 5시40분쯤 인사를 통해 최종 보도국장 추천 후보에 오른 강철원 현 보도국장 직무대행, 김호성 뉴스1팀장, 정영근 취재부국장 가운데 정 부국장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했다.
YTN노사는 보도국장 선거에 앞서 △회사는 선거를 통해 표출되는 사원들의 의사를 보도국장 임명 과정에 충실히 반영하고 △새로 임명된 보도국장에게 보도국 간부와 사원에 대한 인사 자율권을 보장하며 △노조는 지난해 9월 2일자 인사명령 불복종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YTN노조 “사태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런 선택했나?”
노조원들은 구 사장을 향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을 위해 노조가 최대한 양보해 보도국장 선거를 제안했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사원들의 뜻을 무시할 수 있느냐”며 “YTN사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런 선택을 할 수는 없다”고 성토했다.
노조원들은 또 “선거를 통해 드러난 사원들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는데 이게 반영한 것이냐”며 “구본홍씨가 충분히 우리들의 뜻을 반영했다면 왜 우리들이 지금 사장실에 와 우리들의 뜻이 왜곡됐다고 항의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YTN이 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백번 양보해 보도국장 선거를 제안했는데, 이번 임명은 1등한 사람, 선거한 사람, 나아가 YTN을 다 죽이는 선택”이라며 “보도국을 정상화하고 사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다시 판단해라”고 요구했다.
구본홍 “충분히 뜻 반영해 임명…이런 식의 분란 생각 못해”
구 사장은 “‘이 사람은 경륜이 있어’ ‘이 사람은 다음에 해도 되겠다’ ‘이 사람은 통솔력이 있다’ 등 전체 보도국 시스템에 어떤 사람이 가장 필요한지 나름대로 판단했다”며 “최선을 다해 선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사원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구 사장은 “충분히 납득시키면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해 선택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분란이 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해 노조원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YTN노조는 지난해 9월2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인사 불복종 투쟁이 방통위 재승인에 걸림돌이 되자 재승인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쪽에 보도국장 선거를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구 사장이 사원들이 뜻을 반영하지 않은 채 보도국장을 임명한 만큼 인사 불복종 투쟁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YTN은 방통위 재승인 조건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은 “이제 재승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재승인이 안되면 이건 노조 탓이 아니라 모두 구본홍씨 탓”이라며 “노조가 인사 불복종 투쟁을 계속하면 재승인을 어떻게 설득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구 사장은 “(어떻게 할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YTN노조는 구 사장이 보도국장 인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사장실 점거 △인사 불복종 투쟁 지속 △새 보도국장의 모든 업무 지시 거부 방침을 밝혀, 구 사장이 인사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YTN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