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YTN 사장이 보도국장 후보에 올랐던 4명 가운데, 3명 후보를 합친 것보다 많은 표를 얻은 한 후보를 제외하고 보도국장을 임명한 것으로 알려져 노조가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YTN노조는 사장실 점거에 들어갔으며, 오는 19일 아침부터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을 재개하고, 새 보도국장의 지시를 거부하기로 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16일 오후 5시40분쯤 인사를 통해 최종 보도국장 추천 후보에 오른 강철원 현 보도국장 직무대행, 김호성 뉴스1팀장, 정영근 취재부국장 가운데 정 부국장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했다.

▲ YTN 노조원 50여명이 16일 오후 17층 사장실에서 구본홍 사장을 향해 보도국장 임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송선영
노조원들은 인사가 난 직후 17층 사장실로 가 보도국장 임명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보도국장 선거의 전제 조건인 ‘사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최종 보도국장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보도국장에 임명되지 않고, 그보다 훨씬 적은 표를 얻은 정영근 부국장이 보도국장으로 임명됐다는 것이다.

YTN노사는 보도국장 선거에 앞서 △회사는 선거를 통해 표출되는 사원들의 의사를 보도국장 임명 과정에 충실히 반영하고 △새로 임명된 보도국장에게 보도국 간부와 사원에 대한 인사 자율권을 보장하며 △노조는 지난해 9월 2일자 인사명령 불복종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YTN노조 “사태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런 선택했나?”

노조원들은 구 사장을 향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을 위해 노조가 최대한 양보해 보도국장 선거를 제안했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사원들의 뜻을 무시할 수 있느냐”며 “YTN사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런 선택을 할 수는 없다”고 성토했다.

노조원들은 또 “선거를 통해 드러난 사원들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는데 이게 반영한 것이냐”며 “구본홍씨가 충분히 우리들의 뜻을 반영했다면 왜 우리들이 지금 사장실에 와 우리들의 뜻이 왜곡됐다고 항의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YTN이 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백번 양보해 보도국장 선거를 제안했는데, 이번 임명은 1등한 사람, 선거한 사람, 나아가 YTN을 다 죽이는 선택”이라며 “보도국을 정상화하고 사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다시 판단해라”고 요구했다.

구본홍 “충분히 뜻 반영해 임명…이런 식의 분란 생각 못해”

▲ 노조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구본홍 사장(맨 가운데)이 괴로운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송선영
구 사장은 노조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충분히 사원들의 뜻을 반영해 보도국장을 임명했다”며 인사를 재고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구 사장은 “‘이 사람은 경륜이 있어’ ‘이 사람은 다음에 해도 되겠다’ ‘이 사람은 통솔력이 있다’ 등 전체 보도국 시스템에 어떤 사람이 가장 필요한지 나름대로 판단했다”며 “최선을 다해 선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사원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구 사장은 “충분히 납득시키면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해 선택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분란이 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해 노조원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YTN노조는 지난해 9월2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인사 불복종 투쟁이 방통위 재승인에 걸림돌이 되자 재승인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쪽에 보도국장 선거를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구 사장이 사원들이 뜻을 반영하지 않은 채 보도국장을 임명한 만큼 인사 불복종 투쟁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YTN은 방통위 재승인 조건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은 “이제 재승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재승인이 안되면 이건 노조 탓이 아니라 모두 구본홍씨 탓”이라며 “노조가 인사 불복종 투쟁을 계속하면 재승인을 어떻게 설득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구 사장은 “(어떻게 할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YTN노조는 구 사장이 보도국장 인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사장실 점거 △인사 불복종 투쟁 지속 △새 보도국장의 모든 업무 지시 거부 방침을 밝혀, 구 사장이 인사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YTN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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