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각 잡고 웃음사냥에 나섰다. 우선 인력과 물량의 씀씀이가 평소와 비교가 안 되게 컸다. 블록버스터까지는 아니어도 멤버 다섯이서 오밀조밀하게 하던 수준은 분명 아니었다. 단지 문제 하나를 내기 위해서 대세 걸그룹 여자친구를 모두 출연시킨 것도 놀라웠는데, 이어서 마술사 최현우 개그맨 양종철, 정성호, 김학도, 안윤상 등까지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쳤다.

또한 게스트로 출연한 양세형과 지코 역시 게스트를 넘어 정규멤버 이상의 활약을 보인 점도 주목할 부분이었다. 정형돈의 복귀가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무한도전>은 임시라도 충원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양세형과 지코의 활약은 의미가 있었다. 그렇다고 또 다시 식스맨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무한도전>이 암암리에 인턴 찾기에 나선 것은 아닐까 싶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특집

어쨌든 헬리콥터 몰카로 시작된 퍼팩트 센스는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를 더해갔다. 그렇지만 여전히 압권은 또 헬기 몰카였다. 스튜디오에서 시각, 청각, 후각 등의 감각을 키우기 위한 코너들이 끝난 후 제작진은 유재석을 다시 한강 노들섬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전보다 훨씬 보강된 장비들이 유재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풍기도 한 대 더 준비되었고, 승합차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좀 더 길게 해줄 기중기와 안전을 위한 대형 에어쿠션까지 한눈으로 봐도 그 자체로 대박인 준비태세였다.

그러나 유재석은 정말 치를 떨 정도로 치밀하고 엄청난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김태호 피디는 유재석에게 바람을 잡아달라고 부탁하며 시뮬레이션을 하자고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승합차를 타는 정도라면 전혀 무서울 것도 없고, 무엇보다 다른 멤버들을 속이기 위한 시뮬레이션이라면 없던 의욕까지 생기기 마련이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특집

그런데 유재석을 태운 차는 기껏 마련해둔 기중기를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교관들에게 이끌려 간 곳은 승합차가 아닌 진짜 헬기였다. 그러나 유재석의 상상 속에는 그저 승합차에 타는 것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유재석을 완벽하게 속인 김태호 피디의 바람잡이였다. 유재석 바로 옆에 탑승해서 진짜 헬기의 진동을 승합차 흔들기라고 속이는 등 심리전을 펼쳤다.

두 번은 속지 않는다는 유재석은 또 속았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채 진짜 같다는 감탄을 할 뿐이었다. 그래서 고도 3,500미터 상공에서 안대를 벗겼을 때 오는 충격과 공포는 훨씬 컸을 것이다. 솔직히 헬기를 타본 적이 없어서 그 공포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생각지도 못한 까마득한 높이를 갑자기 확인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끔찍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교관은 지난번처럼 스카이다이빙 콜을 외쳤고, 기겁한 유재석은 일단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본의 아니게 다음에 하겠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엉겁결에 나온 말이지만 <무한도전>이 어떤 곳인가. 말을 하면 그대로 시행하는, 말이 곧 현실이 되는 예능이 아니었던가. 유재석이 그랬다면 이후 똑같이 몰카에 당할 박명수와 정준하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겁쟁이 무도 멤버들이 스카이다이빙을 하게 됐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특집

유재석도 그랬겠지만 정말로 같은 몰카를 두 번이나 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두 번째는 몰카보다 심리학이었다. 무도가 했으니 예능심리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미 한 번 당한 몰카를 보강하기 위해서 쓰지도 않을 엄청난 장비를 준비하고는 진짜 헬기에 태운 것은 정말 의표를 찌른 필살기였다.

누가 봐도 감탄을 금치 못할 <무한도전>의 미친 몰카지만 여전히 숨은 복병은 박명수라 할 수 있다. 언제나 <무한도전>의 몰카는 박명수가 속아야 완성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예능 본좌 <무한도전>다운 몰카 퍼레이드였고, 재미는 두 말할 필요 없이 최고였다. 이렇게 되고 보니 같은 몰카를 세 번 하지 않을까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이번 퍼펙트센스는 한번에 다 보기 아까울 정도로 퍼팩트한 예능이라는 사실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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