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둬라. 제발 좀, 그렇게 놀게 그냥 좀 냅둬라!”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과 전망으로 네티즌 사이에서 ‘영웅’으로 불리던 한 블로거의 구속은 현 정부와 여당, 일부 신문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가히 ‘충격’이자 ‘부끄러운’ 일이었나 보다.

1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을 폐지하라’(최문순 민주당 의원 주최)에 참석한 교수, 변호사,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해외 사례/허위사실유포죄/인터넷 문화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미네르바 석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 1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을 폐지하라’토론회가 열렸다 ⓒ곽상아
미네르바가 구속된 이유는 그가 작년말 다음 아고라에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매수를 금지하는 긴급공문을 전송했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 이에 대해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일명 허위사실유포죄)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문화됐던) 미이라법이 지금 무덤을 뛰쳐나와 붕대를 풀면서 날뛰고 있다” “정부가 신춘문예를 하는 것 아니냐. 모든 책임을 미네르바한테 모는 것은 소설 쓰는 것이다”(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내가 미네르바다”(전응휘 녹소연 이사) “분개할 수밖에 없는 법안이다”(김보라미 변호사) 등의 주장이 쏟아졌다.

발제를 맡은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미네르바 구속사건은 세계 최악의, 소비자·이용자 적대적인 인터넷 이용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네티즌이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사건의 하나”라며 “이용자·소비자의 자유로운 표현행위를 보장하고 이용자·소비자 친화적이며, 이용자·소비자의 익명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정책적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토론회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이다. 사회는 주최측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전기통신기본법은 미이라 법이다. 그런데 지금 미이라법이 무덤에서 뛰쳐나와 붕대를 풀면서 날뛰고 있다. 정부가 신춘문예를 하는 것 아니냐. 모든 책임을 미네르바한테 모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 신춘문예에 내도 바로 탈락할 거다. 소설은 있을 법한 일들을 모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정부와 보수세력에는 디지털 마인드 자체가 없다. 활자매체는 일방적이지만, 온라인매체는 언제라도 복제가능하고 수정가능하고 편집가능하다. 기본 자체가 반(半)제품이다. 여기서 독창성이란 ‘배치’에서 발휘된다. ‘짜깁기’란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능력)로서, 새로운 글쓰기의 경륜이다.

칭찬해야 할 요소를 오히려 ‘돌팔이’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는 그들의 정신에서 오히려 낡아빠진, 그들의 무지와 무능들을 읽을 수 있다. (블로거를) 냅둬라. 제발 좀, 그렇게 놀게 그냥 좀 냅둬라.”

▲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
◇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 “엉터리 불량 소설을 쓰는 것은 검찰·한나라당 만이 아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이 검찰·한나라당이 주는 엉터리 글감에 엉터리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마치 미네르바가 혹세무민하고, 사이비 교주인 것처럼 보도하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구속 사유의 부당성이나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약간의 논란 정도로만 일축한다.”

▲ 송호창 변호사
◇ 송호창 법무법인 정평 변호사 “(미네르바를 직접 만나본 사람으로서 미네르바의 진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언론이나 네티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미네르바 진위가 궁금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본질을 흐리는 주제라는 것이다. 언론이 자꾸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캐내려는 것은, 언론이 자꾸 황색 저널리즘으로 가려는 경향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미네르바 사태의 본질은 그사람이 본인이든 아니든 그것과 상관없이 그런 글을 쓴 것을 이유로 처벌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느냐에 관한 문제다. 이것이 민주주의 발달과정에서 바람직한지 역행요인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중점을 두고 접근하는 게 타당한 것 같다.”

▲ 김보라미 변호사
◇ 김보라미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 “(사회자가 김 변호사를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분’이라고 소개하자 웃으며) ‘분개’를 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1964년 설리번 사건(미 앨라배마주 경찰국 설리번 감독관이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 사건) 때 ‘언론사의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설령 보도 내용이 일부 틀렸다고 해도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되지 않는다’ ‘허위사실도 현실적 악의가 없었기 때문에 보호를 해줘야 한다’와 같은 대담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표현의 행위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 박경신 고려대 교수
◇ 박경신 고려대 교수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허위사실유포죄’를 가진 나라는 없다. 마지막으로 갖고 있던 나라가 캐나다인데, 그 나라에서도 ‘허위보도로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위헌판결을 내렸다. 이름도 어려운데…서인도제도의 ‘안티구아바브다’ 여기서도 허위사실 유포죄의 위헌 판정이 나왔다. (허위사실유포죄는) 세계사에서 증명됐듯이 체제유지를 위해, 비판자들을 제압하기 위한 행위에 남용될 뿐이라서 다른 나라에서는 다 폐지를 하고 있다.

현재 허위사실유포죄가 위헌법률 심판대에 올라와있는 상태다. 헌재에 전화를 하든지 헌재 게시판에 글을 올리든지…허위사실유포죄가 반드시 위헌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보자. 이 토론회가 끝나고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
◇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입수 방식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 수사와 관계된 개인정보를 제공할 때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에 따라, 수사기관들은 다음 등 포털사업자에게 개인정보 제공 요청시 아무것도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이 법률은 촛불정국 때 수사기관이 시민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남용됐었다.

또, 국회에 ‘인터넷 감청설비 의무화’ ‘통신사실확인자료 보관 의무화’ 등을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는데 이게 통과되면 더욱 수사권이 남용되고 개인정보가 함부로 유출되는 만행이 저질러질 것이다.

▲ 전응휘 이사
◇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송호창 변호사에게 최 의원이 직접 만나본 사람으로서 미네르바의 진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는데…내가 미네르바다.

(인터넷 상에서 자유를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에는 인터넷 이용환경에서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위헌적인 2가지 조항이 더 있다.

한가지가 소위 ‘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불법정보의 유통금지 조항)이다. (이 조항은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등에 대해 ‘불법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방통위설치법 제21조 4호 역시 위헌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방통심의위가 방통위설치법 제21조 4호에 근거해 적용하고 있는 불법정보의 대상범위는 무려 50여개의 법률조항을 망라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조항이 우선 합헌적으로 바뀌어야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이 우리나라의 헌법 수준에 맞춰질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진전시키진 못하더라도 더이상 후퇴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이 법들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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