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적응장애(정신건강 침해)가 발생한 KT 직원에 대해 법원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이 직원은 KT가 지난 2005~2006년 ‘C-Player 프로그램’이라는 인력퇴출프로그램을 가동할 당시 ‘퇴출명단’에 포함돼 있었고, 이후 부당전보와 부당해고도 겪으며 적응장애를 진단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법원은 이를 산재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판사 강효인)은 지난달 30일 KT 직원 원아무개씨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인정(2013년 11월)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법원은 “비록 원고에게 개인적으로 적응장애의 발병에 취약한 소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원고의 개인적인 성격과 함께 참가인 회사의 위법한 수 차례의 직무변경명령과 전보명령, 부정적인 인사평가, 그리고 이에 따른 법률적 쟁송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원고에게 적응장애가 발생하였다고 추인할 수 있다”며 “원고의 적응장애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사진=미디어스)

KT새노조에 따르면, 원씨는 한국통신 시절 사무직으로 입사했다. 이후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KT는 이른바 ‘학대해고’로 불리는 CP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전, 퇴출자 명단에 원씨를 올렸다. 원씨는 2009년 기술직으로 전직됐고 법원은 부당전직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2011년에는 해고를 당했고 이 또한 소송을 통해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냈다. 2012년 복직했으나, 2개월 만에 정직 징계를 받았고 전북 전주에서 경북 포항으로 인사조치됐다. 또 다시 법적 공방을 통해 가족이 있는 전북으로 돌아왔으나, 그는 업무지원단(CFT)이라는 조직에 배치됐고 인사고과에서 하위를 받아 임금이 삭감됐다.

이 과정에서 원씨는 2009년, 2013년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고 2013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는 원씨의 신청을 불승인했다. 이에 반해 서울행정법원은 직장 내 따돌림과 부당전보, 부당해고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응장애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KT새노조는 8일 “우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KT가 진심으로 반노동, 반인권적인, 가학적 직장내 괴롭힘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지금 당장 KT는 노동자들을 퇴출시키기기 위해 극단적으로 정신적 학대를 가하는 인사를 중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껏 있었던 노동인권 탄압에 대해 전 노동자에게 사과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노조는 이어 “더 이상 KT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받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 내 직장 내 괴롭힘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