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의해 긴급 체포된 ‘미네르바’가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수감됐지만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이 밝힌 ‘미네르바’의 혐의는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이다. ‘미네르바’가 지난해 12월29일에 올린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는 글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미네르바’의 글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며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미네르바의 다음 아고라 게시물 캡처.

그렇다면 이번 검찰 수사는 미네르바의 ‘허위 사실’ 유포에 화난 재정부의 고발에 따라 이뤄진 것인가. 아니다. 재정부 관계자는 “미네르바에 대해 예전에도 수사를 의뢰한 적이 없으며 검찰에 고발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수사와 자신들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미네르바 구속은 검찰이 인지수사를 통해 이뤄졌다는 얘기가 된다.

고발도 없는 상태에서 수사에 나선 검찰은 과연 어떤 경로로 필명만 알려진 ‘미네르바’가 30대 무직자라는 단서를 찾아냈을까. 독자적으로 골치 아픈 IP추적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을까. 취재결과 검찰은 미네르바의 인적사항과 글을 올린 인터넷 주소(IP) 등 관련 자료를 해당 포털에 요청해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자료 요청 근거는 군사정권시절 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추정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54조 3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으로부터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받은 때에 이에 응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법원의 영장이 없이도 수사기관 등은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의 열람 또는 제출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 조항에는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받을 때 이에 응할 수 있다”고 돼 있지 반드시 응해야하는 의무 사항은 아닌 것으로 돼있다. 이에 대해 다음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검찰의 요청을 무슨 수로 거부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자가 협조에 응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은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며 “영장이 발부될 경우 수사기관은 보통 서버를 압수해 버리기 때문에 사업자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얘기는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고소나 고발 없이도, 또 영장이 없어도 포털을 압박해 회원 개인정보를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에서 어느 누가 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의견을 인터넷 공간에 올릴 수 있을까. 벌써 많은 네티즌들이 정부 비판성 글들을 자진 삭제하거나 토론방을 아예 떠나고 있다고 한다. 수사기관의 요청에 법원의 영장을 강제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은 법전속의 사문화된 법일 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헌법에 명기된 표현의 자유는 어떻게 해야 보장 받을 수 있느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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