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지금 저널리즘의 위기와 시장의 위기를 전례없이 동시에 맞닥뜨리고 있다. 정치/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공공성 수호를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미디어 노동자들과 운동가들은 신문법·방송법 개정법안 등 7대 언론악법 저지 투쟁의 고빗사위에 서있다.

이뿐 아니라 주류 미디어 보도감시와 비평, 미디어 교육, 시청자가 직접 만드는 대안미디어 등 미디어를 본래의 기능으로 바로 세우기 위한 ‘미디어운동 분야’에 대한 관심도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전례없는 위기는 역설적으로 미디어 담론의 전례없는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미디어스>는 한국사회의 미디어운동 분야에서 활동 중인 8개 미디어관련 시민사회단체에게 직접 마이크를 건네보기로 했다. 이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민주언론시민연합·진보네트워크센터·문화연대·언론개혁시민연대·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등이다.

이들은 미디어 현장 곳곳의 소식들과 함께 언론에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마음껏 생생하게 풀어낼 것이다. 이름하여 ‘미디어운동場’. 독자들이 이 운동장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운동’의 진면목을 접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첫번째 주자는 연말과 연초 열심히 달리며 박수를 받았고 지금은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매고 있는‘전국언론노동조합’이다. 편집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 임시국회에서 언론악법을 날치기 처리하려는 걸 막기 위해 벌인 전국언론노동조합 1차 총파업 투쟁이 막을 내렸다. 여야는 재벌과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에게 방송뉴스를 넘기는 걸 뼈대로 하는 신문·방송법 개정안 등 쟁점이 큰 언론관련 6개 법안을 시한을 두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불끈 쥐었던 두 주먹이 풀렸고, 잔뜩 찌푸렸던 미간이 펴졌다. 얼었던 마음이 녹았고,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렸다. 주위에선 “잘 싸웠다”, “고생 많았다”는 격려가 밀려들었다. 심지어 “승리를 축하한다”는 축하 세례도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언론노조가 살짝 들뜬 것도 같다.

문득 곱씹어본다. 우리가 정말 이긴 걸까? 물론 언론악법이 ‘전광석화’, ‘속도전’으로 후다닥 처리되는 걸 막은 것은 이번 총파업 투쟁의 최대 성과다. 언론악법뿐 아니라 금산분리 완화, 집회 마스크 착용 금지, 휴대전화 감청 합법화 등 다른 MB악법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에 저항하는 여론을 이끌어낸 것 또한 큰 성과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싸움은 끝난 게 아니다.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을 뿐이다. 다시 곱씹어본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눈을 감으니 언론노조가 넘어야 할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 그 산들 가운데 눈에 띄는 네 개의 봉우리를 짚어본다.

▲ 지난 12월 3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 저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2차대회’에 참석한 언론인들 ⓒ미디어스
첫 번째 봉우리, YTN 사태 정상화다. 1차 총파업 투쟁 마지막 날인 지난 1월 7일 언론노조 조합원 1천여 명은 YTN 사옥을 둘러싸는 인간띠를 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구본홍씨가 물러나도록 압박을 하는 동시에, 174일째 구본홍 저지 투쟁을 벌이던 YTN 조합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그간 언론악법 저지에 온힘을 쏟느라 YTN 투쟁에 큰 힘을 싣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YTN은 여전히 언론장악 저지 투쟁의 최전선이다. 지금부터 이 최전선 투쟁에 다시 힘을 쏟아 공정방송을 지켜내야 한다.

두 번째 봉우리, 조중동 패악 뿌리 뽑기다. 조중동은 언론악법 관철을 위해 갖은 왜곡보도로 도배했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체통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달려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조중동의 왜곡보도가 위력을 발휘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제 국민들은 저들의 추악한 속내를 너무나도 잘 안다. 지난 촛불항쟁을 거치며 조중동의 정체를 속속들이 알아버린 민주시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위기에 몰린 조중동은 더욱 노골적으로 ‘혹세무민’하려 들고 있다. 되레 미네르바에 ‘혹세무민’의 딱지를 덧씌우려는 게 대표적이다. 시민들이 조중동에 현혹되지 않도록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다해야 한다.

세 번째 봉우리, 언론악법 완전 폐기다.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또 다시 언론악법 처리를 강행하려 할 것이다. 합의를 시도하는 시늉만 잠깐 내다 수적 우위를 내세워 날치기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요즘 추진하는 국회폭력방지법은 야당 의원들을 꽁꽁 묶기 위한 포석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대적인 ‘혹세무민’ 홍보전을 전개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1차 총파업 투쟁에서 작은 승리를 일궈냈듯이 2월 이후 있을 투쟁에서도 언론노동자들이 똘똘 뭉친다면 더 큰 승리를 따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배후에는 든든한 국민들이 있기에 더욱 힘이 난다.

네 번째 봉우리,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의식 다시 세우기다. 조중동은 언론노조 파업을 두고 “밥그릇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맞다. 우린 밥그릇을 위해 파업했다. 하지만 이 밥그릇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처럼 자기들 배만 불리기 위한 게 아니다. 우리의 밥그릇은 언론의 공공성이라는 밥그릇, 언론자유라는 밥그릇, 그리고 없는 자, 약한 자, 서민들의 밥그릇과 나란히 한 상에 놓여있다. 이 상을 통째로 지켜내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이번 파업은 언론노동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했다. 나도 모르는 새, 힘있는 자, 돈 많은 자, 기득권층의 시선에 동화되진 않았는지. 혹여나 그랬다면 언론인으로서의 초심을 다져야 한다. 힘없는 자, 가난한 자, 낮은 곳에 있는 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명을 다해야 한다. 이런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 총파업 투쟁은 무의미하다.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선다. 눈앞에 크고 작은 산들이 펼쳐져 있다. 산이 험할수록 도전심이 더 강하게 꿈틀대는 법.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등산을 시작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전국 150여개 언론사 노동조합과 조합원 1만8000여명이 속한 전국 단위의 산별노조입니다. 분야별로는 신문, 방송부터 인터넷매체, 출판, 인쇄, 광고, 언론관련기관까지 다양합니다. 언론노동자의 권익 향상은 물론 언론자유 및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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