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과잉의전’이 화제가 됐다. 한겨레 기사를 보면, 황 총리는 일요일 저녁 8시 서울역 플랫폼까지 관용차를 타고 들어왔다. 그리고 세종시 공관이 있는 충북 오송역으로 갔다. 삼부요인의 경우, 경호상의 이유로 이런 의전을 해온 경우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날은 공식일정이 없었고 오송역에서는 또 걸어서 역밖으로 나갔다는 점에서 과잉의전 논란이 일었다.

4월 2일 나는 서울역에서 또 다른 의전을 목격했다. 코레일 직원 둘이 달라붙어 KTX 열차 입구에 리프트를 대고 휠체어를 탄 시민을 플랫폼에 내려주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전혀 훈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코레일 직원들의 수고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 KTX는 비장애중심적으로 설계됐다. 코레일은 열차를 리모델링했는데 좌석을 더 집어넣기만 하고, 시민들이 오르내리는 출입문과 플랫폼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코레일은 태울 수 있는 승객의 수와 속도에만 관심이 있었다.

(사진=미디어스)

코레일에 물어봤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시민이 리프트를 사용하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는 열차가 몇편이나 편성돼 있나?” 답은 “리프트를 이용하지 않으면 어렵다. KTX 말고 다른 열차는 확인해야겠지만 비슷할 것 같다”였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 정거장마다 리프트가 있으니 그걸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배려와 도움을 원하는 게 아니다.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저상버스라고 하지만 들어가보면 휠체어가 있을 만한 공간이 없다. 엘리베이터와 리프트가 있는 지하철역이더라도 플랫폼과 열차 사이 간격 때문에 휠체어가 움직이기 힘들다. 지방자치단체는 허구헌날 보도블록을 교체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은 뚝뚝 끊겨 있다. 장애인단체들은 아직도 이렇게 말한다. 제발 좀 예산을 투입하시라! 모든 시민과 고객이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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