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이 긴급 안건으로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을 승인해달라는 안건을 상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안건과 관련된 논의·의결은 차기 회의로 연기됐지만, 여야 추천 6대 3 구도의 방문진에서 결과는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공영방송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이 ‘MBC녹취록’ 사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던 여당 추천 이사들은 북한 주민을 위한 시청확대 지원사업은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은 7일 정기 이사회에서 당초 예정된 보고 및 의결 안건이 끝나자, 추가 안건이 있다고 <방문진 2016년도 사업 추가 결의건>으로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 승인의 건을 제출했다. 해당 안건은 고영주 이사장을 뺀 나머지 여당 추천 권혁철 이사와 김광동 이사, 김원배 이사, 유의선 이사, 이인철 이사들이 공동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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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추천 이사들, “북한 주민 시청확대는 방문진의 당연한 공적책무이자 법적 의무”

이 가운데, 김광동 이사는 “한반도 북부지역의 2천300만 우리 민족은 지난 몇 십년간 봉건적 전체주의적 체제이면서도, 극도로 고립된 독재체제 속에서 최소한의 생명권과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노예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도 이제 체제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국제사외와 대한민국이 접근과 지원활동도 전개되고 있으나 통제된 사회구조로 인해 차단되거나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안건 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조사 결과에 의하면 막기 어려운 외부의 방송전파와 CD, USB 등 저장매체를 통한 드라마와 음악, 뉴스 등 한국의 방송콘텐츠가 북한 주민들에게 비밀리에 수용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고 그것이 그들의 극한적 상황을 바꾸려는 의지와 행동을 취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광동 이사는 “방문진에서도 북한 지원과 관련해 ‘북한 나무심기 지원사업’에 약 8억3000만원, 평양에서의 ‘뉴욕필하모니 공연 지원사업’에 2억 원 등 총 10억3200만원의 집행을 통한 대북관련 사업을 추진해온 바 있다”면서 “그러나 그런 지원방식은 폐쇄적인 독재 체제에서 인권과 자유의 억압 속에 신음하는 북한 일반주민들에게 의미 있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대중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방식으로의 한국 방송물의 시청 확대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동 이사는 “국제사회는 물론 KBS와 극동방송 등 방송사 및 사회단체(열린북한 외)와 탈북단체(자유북한 외)들도 북한 주민의 방송 시청 확대를 위한 사업을 전개해 왔지만 매우 부족하다”며 “따라서 방문진에서도 주어진 공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사업추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과 국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을 사업 근거로 들었다.

또 다른 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북한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적 권리를 보장받아야할 주체”라며 “법에 따른 알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국회도 북한인권법을 통해 북한주민들에 행복추구권을 확인해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인권선언> 19조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방통위도 북한주민들에게 정보접근권에 대해 노력해야한다고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면서 “방송콘텐츠 시청확대는 방문진의 당연한 공적책무이자 법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공모사업을 통해 적절하고 경험이 있는 탈북자 단체 등과 KBS와 MBC 등 방송사에 대해 지원하자는 그런 취지이지만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명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은 당일 안건을 제출, 의결할 것을 종용했다.

“또 하나의 갈등” 우려에 이인철 이사, “북한 민주화 안 좋게 생각하냐” 딴소리

그러자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며 “문화적 이해를 돕기 위한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에 앞서서 정치적 판단이 이어야 한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남북 간 또 하나의 갈등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숙지할 시간도 필요하고 충분한 논의를 한 후에 결정하자”고 의결 보류를 제안했다.

하지만 여당 추천 고영주 이사장은 “이게 무슨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냐, 동포얘기인데”라면서 “앞으로 어느 단체와 기관에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모를 통해 검토되어야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소식을 전해주는 것은 바람직한 거 아닌가”라고 발의자 여당 이사들과 입장을 같이 했다. 권혁철 이사 또한 “방문진이 해야 할 역할을 고민했을 때 이 사업을 지원하는 건 타당하다”며 “오히려 방문진이 지금까지 뭘했냐는 판단이 든다”고 동조했다. 이인철 이사는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 사업은)시급한 문제다. 정치적 차원이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는 컸다. 이완기 이사는 “한국방송 콘텐츠를 남북이 공유하려면 정부 간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면서 “이 사안은 매우 불순한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그동안 대북 선전물 ‘삐라’와 대북방송 등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 않느냐. 북한에 정부를 주는 것도 좋지만 남북 간 서로 화합을 위해 고려해야할 부분들이 있다”고 재차 의결에 반대했다. 유기철 이사 또한 “이념을 떠나 화해와 협력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남북 간 대치국면”이라며 “KBS와 극동방송, 시민단체들이 다 하고 있는데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까지 나서서 해야 할 사안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방문진이 (북한의)타깃이 될 수도 있다. 시급성 차원에서 시간을 갖고 의견수렴을 받아야 한다”고 동조했다.

그렇지만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은 시종일관 꼬투리를 잡으며 의결을 종용했다. 이인철 이사는 “북한 민주화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느냐”, “대한민국 사람에만 인권이 있냐”고 딴소리를 냈다. 김광동 이사는 “북한 주민들이 독재에 신음하는 걸 전제하지 않는다는 말이냐”고 몰아붙였다.유의선 이사 또한 “야당이 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했다. 권혁철 이사는 “불순하다뇨”라고 꼬투리를 잡았다. ‘북한 주민들이 신음하는데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물음에 여당 추천 이사는 “구원을 해야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결국, ‘다수의 횡포’ 논란이 벌어지면서 차기 이사회로 안건이 연기되며 회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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