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자 조선일보에는 ‘야, 표결 방해 않고 항의만… 우리와 너무 다른 일본국회’라는 제목의 기사가, 중앙일보에서 ‘프랑스도 ‘그린 뉴딜로 불황 탈출’’이라는 기사가 각각 실렸다. 두 신문의 제목은 해외 사례를 통해서 한국의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그 욕망을 내비치고 있다.

조선일보, ‘민주주의’ 뺏기게 생겼는데 구경만?

조선일보는 “야, 표결 방해 않고 항의만… 우리와 너무 다른 일본국회”라고 했다. 그것도 1면 상단에 상자기사로 다뤘다. 일본 예산위원회 회의장의 상황을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집권 자민당 소속인 에토 세이시로 예산위원장이 2008 회계연도 2차 추경예산안 표결을 선언하는 순간 민주당 등 야당 소속 예산위원 대여섯 명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나갔다”며 “이들은 위원장석과 2~3m 가량 떨어진 자리에서 항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안되죠’, ‘심의를 충분히 해야죠’ 위원장을 향해 삿대질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한국 국회 모습에 익숙한 기자의 눈에는 ‘항의’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 1월 14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일본에서 이날 처리된 것은 ‘정액급부금’이라고 했다. 집권당이 경기진작을 위해 국민 1인당 1만2천엔(약 18만원)씩 총 2조엔을 나눠주는 정책으로 야 3당 의원들은 이 돈을 고용이나 복지 분야로 돌려야 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조선일보의 다음 문장은 아이러니하다. “정액급부금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70% 가까운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정책이다”라고 “야당이 반대하고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을 여당이 강행 통과시키는 데도 이런 정도의 ‘충돌’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조선일보는 ‘일본국회’처럼 가자는 거다. 국민들 70%가 반대하는 법안이라도, 그리고 야3당이 모두 반대하더라도 ‘큰소리’ 내지 말라는 말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을 보라며.

이를 한국의 국회상황을 대비해서 풀어보면 이러하다. 상황은 똑같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안을 포함한 MB악법을 상정하고자 했다. 이 법안들은 실제로 국민들 70% 가까이 반대했고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에서도 반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속적으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고, 날치기를 우려한 야당의 선택은 점거였다. 조선일보의 논리대로라면 직권상정되고 신문·방송 겸영과 대기업 방송진출 허용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법안’들이 날치기 통과되더라도 뒤에서 조용히 피켓만 들고 있어야 했다는 말이다.

조선일보는 두 나라 상황을 동일한 비교선상에 놓았지만, 정작 법안 내용에도 큰 차이가 있다. 일본국회의 경우 ‘정액급부금’은 ‘복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싸움이었던 셈이다. 설사 여기서 지더라도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없다. 그에 비해 한국의 경우 MB악법이라 칭했던 법안들은 ‘민주주의’에 해당하는 문제였다. 더 얻는 싸움이 아니라 어렵게 이뤄왔던 것을 ‘뺏기느냐 뺏기지 않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선택했어야 할까.

‘y=3x+1’이란 함수가 있다고 치자. x값에 따라서 y값은 달라진다. 이러한 함수의 원리를 조선일보가 모르지 않았을진대 일본국회, 법안을 무리하게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하고자 했던 조선일보의 과욕을 어찌해야할까.

▲ 1월 14일자 중앙일보 17면

중앙일보, 프랑스‘도’ 경기침체 계획으로 ‘그린 뉴딜’ 한다고?

이날 중앙일보 17면에 실린 “프랑스도 ‘그린 뉴딜로 불황 탈출’”이라는 기사의 요지는 “프랑스 정부가 ‘그린 산업’을 집중 육성해 경기침체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프랑스‘도’”라는 중앙일보 기사 제목이다. 이명박 정권의 녹색뉴딜 정책에 대한 ‘긍정’을 전제한 기사이다. 한마디로 “프랑스‘도’ 한다는데…”라는 모양새다.

이명박 정부는 6일 ‘녹색뉴딜’사업에 4년간 50조를 투입해 일자리 96만개를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안을 보면 여전히 한반도 대운하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18조, 경부·호남 고속철도 조기 개통 등 철도 교통망 투자 확대에 9조6천억 원을 투입한다. 또 대체 수자원 확보 및 친환경 중소댐 건설도 포함되는 등 주로 ‘건설사업’에 치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정부가 발표한 96만개 일자리 중에 96%가 건설·단순일용 비정규직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 정책은 철저히 경제정책에 불과하다. ‘뉴딜’ 앞에 붙은 ‘녹색’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중앙일보가 이야기하고 있는 프랑스의 ‘그린 뉴딜’정책도 이러할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1월9일자 글로벌동향브리핑 ‘프랑스, 환경보호를 위한 법안 발표’ 내용을 보면 중앙일보가 ‘그린 뉴딜’이라 지칭한 경제정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브리핑 내용을 살펴보면 중앙일보가 언급한 프랑스 법안은 ‘National engagement for the environment’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법안이다. ‘그린 뉴딜’과는 차이가 난다. 법안 내용 역시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과는 차이가 났다. 브리핑을 통해 밝혀진 프랑스의 환경보호법안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대한 대응 △생물다양성(biodiversity) 보호 △에너지 효율(energy efficiency) 개선이라는 3대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다.

KISTI는 “법안이 채택되면 2012년까지 기존의 건물 개축시 에너지효율 규격을 부과하게 되고, 개인 자격으로 자가발전(microgeneration) 장치를 설치하는 일이 허용될 것이며, 제초제의 사용은 괄목하게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또 “장기적으로 소비재의 CO₂ 라벨링 의무화도 실시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프랑스 정부가 ‘그린 산업’을 집중 육성해 경기침체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라고 말한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프랑스 법안은 말 그대로 ‘환경보호’를 위한 법안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정책이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중앙일보 보도에는 없었지만, KSTI 브리핑에 따르면 프랑스 법안은 “비정부 환경단체의 하나인 France Nature Environment가 법안을 반기면서, 경제 회복을 위한 기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안이 신속히 채택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진정한 환경 부활(Green revival)을 구축하기 위한 법적 도구가 불완전하다고 평가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부문에서 모기업의 책임이나 그린워싱(Greenwashing) 문제 등, 기업들의 환경 거버넌스가 보다 가까이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차이는 정책의 추진 부처에서도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의 총괄은 ‘기획재정부’ 담당이다. 부처간 중복사업 조정과 연계사업간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재정조정·지원체계운용을 기획재정부가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그린 뉴딜’이라고 이야기했던 프랑스의 ‘환경보호를 위한 법안’의 추진 주체는 ‘환경부’이며, 광범위하게 구성된 ‘환경그르넬(Grenelle de l’environnement)’에서 협의된 내용이라고 했다.

중앙일보에게 x값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녹색뉴딜’ 정책이 신속하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순간 프랑스의 ‘환경보호를 위한 법안 발표’가 ‘그린 뉴딜’정책으로 둔갑한 것이다. 함수라는 것은 ‘변수’가 묘미라는 것을 중앙일보가 모르지 않았을진대,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 정책을 무리하게 프랑스의 환경보호 법안에 대입하고자 했던 중앙일보의 과욕 또한 어찌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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