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통을 자랑하는 KBS의 유일한 매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가 폐지 위기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제작진과의 논의도 없이 일방으로 추진되고 있는 폐지 움직임에, “<미디어 인사이드>가 공영성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니만큼 재고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폐지 위기를 맞은 KBS 매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

<미디어 인사이드> 제작진은 7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미디어 인사이드> 폐지 재고를 요청했다. 제작진은 “<미디어 인사이드> 폐지 논의가 이미 한 달 여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고 하지만, 실무 제작진은 이번주 초 직접 확인 요청을 하기 전까지 그 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듣지 못했다”며 “폐지 재고 요청을 드렸고 편성 쪽에서도 재논의했지만 현재까지는 폐지되는 안이 유력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폐지 진행 수순을 모르고 있다가 4월 편성표가 넘어오지 않아 편성 부서에 문의했다가 뒤늦게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물론 내외부의 비판이 있는 것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비평을 더욱 충실하게 하라는 비판이지,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필요 없다는 비판은 아니다”라며 “<미디어 인사이드>는 시청률이나 비용 등의 경쟁력으로만 평가해 존폐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 KBS 공영성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언론의 정파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언론학자들의 진단 △종편의 여론집중도가 높아지는 현상 등을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균형 있게 분석해 시청자들에게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해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매체비평프로그램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그것은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해야 할 역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디어 환경이 격변하고 있는 지금, 이용자들의 ‘미디어 격차’ ‘디지털 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새로운 미디어를 이해하고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공영방송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라며 “<미디어 인사이드>는 KBS 내부 구성원들을 위해서도 더욱 필요하다.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저널리즘의 원칙과 취재 윤리, 그리고 잘못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을 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부분 개편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은 만큼 폐지 논의를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아직은 남아있다고 믿고 있다. <미디어 인사이드>가 KBS의 공영성 강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고 지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미디어 인사이드>는 2003년 <미디어포커스>로 시작해 이후 <미디어 비평>을 거쳐 현재의 프로그램명으로 13년째 방송되고 있다. 자사를 포함해 ‘매체’를 ‘비평’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이명박 정부 원년인 2008년 가을 개편에서 KBS는 <미디어포커스> 폐지 의사를 비쳤고, 제작진과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이름을 <미디어비평>으로 일방 변경해 논란이 인 바 있다.

현재 <미디어 인사이드> 방송 내용은 중앙대, 한국외대, 숙명여대 등 유수 대학 언론 관련학과 수업 부교재로 쓰이고 있으며, KBS 또한 2013년 매체비평 프로그램 10주년을 맞아 한국언론학회와 토론회를 공동 주관해 <미디어 인사이드>의 매체비평 성과 및 전망을 짚어보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은 “<미디어포커스>(<미디어 인사이드>의 전신)는 KBS가 활발하게 꽃피웠던 시절의 대표 프로그램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공영방송에서 가진 유일한 매체비평 프로그램이라는 의의도 있다”며 “회사에서 어떤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명분과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미디어 인사이드>가 문제라면 이를 개선해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거나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폐지 이후) 예정돼 있는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일도 안 남기고 폐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들었다. 폐지 논의가 있더라도 일단 제작진하고 상의를 해야 정상적인 조직 아닌가. 그 프로그램에 매달려 있는 AD, 작가들은 어떡하나. 그들에게는 생활이고 삶인데… (절차가) 비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반노동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편 KBS 측은 “4월 25일로 예정된 프로그램 부분조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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