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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 말대로 방송은 무서운 것이다[기자수첩]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다시 묻는다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4.07 19:02

“방송이 그래서 무서운거야. 이XX(비프음)야”

개그맨 장동민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6일 MBC <라디오스타>에서 ‘개그여행사’ 사업을 접었던 사연을 이야기하며 “경기가 안 좋아지니까 (사람들이)여행을 안 가서 접게 된 것”, “그런데, 유상무가 방송마다 나와서 ‘필리핀 여행 간다고 여행객 받아 놓고 눈 떠보면 제주도에 내려 주고해서 망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웃잖아요. 하지만 그걸 믿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거에요”라면서 특유의 버럭, 호통 개그를 선보였다. 방송이 그래서 무서운 거야… 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건 아이러니하게도 장동민 스스로 방송에서 하차해야할 이유를 보여줬다고 말할 수도 있다.

4월 6일자 MBC '라디오스타'

최근 장동민은 한부모가정을 조롱하는 개그를 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된 방송 프로그램은 지난 3일 방영된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다. 어린이로 설정된 장동민과 조현민은 이혼 가정 아이가 선물을 자랑하자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네”, “듣겠어. 쟤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 갈라섰는데”라고 놀려댔다. 또, “넌 얼마나 좋냐. 네 생일 때 선물을 (부모님)양쪽에서 받잖아. 재테크야”라고도 말했다. 명백한 한부모가정에 대한 조롱이며 이혼가정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개그다.

이혼가정의 아이들은 부모의 불화와 이혼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아를 부정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른들이 어떤 경우보다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충청도의 힘’은 오히려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장동민의 ‘방송이 그래서 무서운 거야’라는 말은 그래서 부적절한 개그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 상황에 써야 옳다.

장동민 씨, 방송은 무서운 것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장동민의 소속사는 “본인이 사려 깊게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성추행을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작가와 상의한 대본대로 한 것인지 장동민 씨가 직접 애드리브를 한 건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장동민 스스로의 입장은 따로 없다. 과연, 그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개그를 선보인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장동민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을 드러낸 건 처음이 아니다.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가 대표적 사례다. 장동민과 유상무, 유세윤 이른바 ‘옹달샘’ 멤버들이 함께 한 팟캐스트에서 그들은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 “개X년”,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들한테 머리로 안 돼” 등의 여성혐오 발언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냈다.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에 대해서는 “살기 위해 소변을 음용했다”며 “소변 먹는 동호회 창시자”라며 조롱했다. 장애인의 신체적 특징을 과장해 흉내 내면서 비웃기도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장동민은 JTBC <마녀사냥>에 출연해 모델 한혜진을 두고 “색다른 매력이 있다”면서도 “나랑은 맞지 않는다.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고, (남자가 싫어할) 모든 걸 갖췄다”고 발언했다. 팟캐스트에서 보여줬던 여성에 대한 인식이 본 모습 그대로라는 심증을 갖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장동민이 불쌍하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2015년 4월 28일. 개그맨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과거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를 통해 했던 발언들이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물론 장동민은 사과(?) 했다. 단지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커질 때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삼풍백화점 생존자에 대한 조롱이 언론을 통해 더 큰 문제가 되자, 그때서야 고개를 숙였다. 자숙기간은 없었다. 오히려 장동민은 그의 활동 영역을 더욱 넓혔다. <코미디빅리그>를 통해 여성혐오 발언을 소재로 개그를 선보이여 바판받은 건 이런 까닭이다. ‘사과’ 기자회견이 아닌 ‘면피’ 기자회견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옹달샘을 두둔하는 여론도 꽤 높았다. “하차는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생계를 위해 일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아예 일리가 없는 주장이라고 할 순 없다. 한 번의 실수를 근거로 해서 TV에서 하차하라고 주장하는 건 다소 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동민의 사례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의 개그는 일관되게 사회적 약자 폄훼의 코드를 담으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을 하면서 사죄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그의 인식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번 tvN <코미디빅리그> 사태는 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tvN 그리고 MBC, 장동민 쉴드 방송?

방송사의 잘못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tvN은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힘’ 사태와 관련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편함을 느꼈던 시청자들께 사과한다”며 “장동민, 조현민 등 연기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제작진이 더 깊게 생각하지 못한 잘못”고 전했다. 문제가 된 ‘충청도의 힘’ 코너 폐지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CJ E&M 등 방송사들이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된 참사이다.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 사태 당시 tvN 뿐 아니라, 종편 JTBC 그리고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까지 장동민 하차 여론에 호응하지 않았다. tvN <코미디빅리그>는 특히나 유료방송 채널(PP)이라는 이유로 여성외모를 비하하거나 과도한 선정성에 집착해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tvN은 눈을 감아왔다. 개그의 소재라면 무엇이라도 ‘괜찮다’는 저열한 인식이 그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MBC 예능 <라디오스타> 또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옹달샘 멤버들이 이른바 ‘완전체’로 지상파에 출연한 것은 사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 논란과 사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했다. 유상무의 ‘선행’ 얘기가 나오면서 상황은 예정대로 흘러갔다. 유상무는 “저희가 (시청자들로부터)질책을 받았었다”며 “갚으며 살겠다”고 말했다. 평소 이런 생각을 꾸준히 해왔고 이미 SNS 등을 통해 실천도 하고 있다는 훈훈한 이야기였다. 이날 방송은 그야말로 장동민을 최대 수혜자로 만들어 줬다. 현재 교제중인 가수 나비가 함께 출연한 것 역시 이런 판을 이미 깔아놓은 걸로 보는 편이 옳다. 나비는 장동민이 ‘의외의 자상함’을 가졌다고 말하며 다정다감한 모습을 한껏 드러냈다. 이후 방송에는 옹달샘의 우정과 장동민이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 유재석과의 미담 스토리들이 줄이어 등장했다. 장동민이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사회적 약자를 조롱해 논란이 된 바로 당일 방송에서 이렇게 했다는 것은 ‘쉴드’ 방송이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4월 3일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힘' 코너 중

개그는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라 했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한부모가정은 56만 가구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들의 자녀를 포함하면 15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결코 평온치 못하다. 한부모가정 3가구 중 1가구(28.0%)는 ‘차상위 또는 저소득’에 포함돼 있었다.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42%가 저소득층이다. 그리고 그 비율은 급증(2012년 18.2%->2015년 28.0%)하고 있다. 생계와 양육을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한부모가정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여전하다. TV 개그프로그램의 소재가 될 정도(?)가 아닌가.

‘개그’라는 건 관객을 웃게 하기 위해 하는 대사와 몸짓을 뜻한다. tvN <코미디빅리그> 그리고 ‘충청도의 힘’, 장동민을 보고 한부모가정들도 웃을 수 있었을까.

이 같은 인식은 비단 한부모 가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동민과 방송사들이 쉽게 개그 소재로 사용하는 장애인 그리고 여성, 동성애 코드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장동민은 지금이라도 본인의 개그 그리고 방송 등 전반에 대해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장동민은 이미 ‘방송을 하면서 사죄하겠다’라고 했지만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제 다른 사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일 위안부 협상 이후, 일본 아베총리는 "더 이상의 사죄는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후보(왼쪽 세번째)가 6일 대구지역 20대 총선 후보들과 6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에서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시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대구 수성갑)가 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자신의 선거 사무소 앞에서 '새누리당의 오만함을 사죄드린다'는 피켓을 세워두고 시민들에게 절을 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장동민의 tvN <코미디빅리그> 폄훼, 조롱 개그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사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중요한 건 방법이 아니라 진정성이다. 최근 주위를 둘러보면 사과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한일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일본 아베 총리는 “사과했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대구-경북선대위원장 최경환 의원은 대구 시민들을 향해 사죄의 큰 절을 올렸다. 같은 날, 대구 수성 갑 김문수 후보 또한 새누리당 공천 파문에 대해 사죄의 절을 올렸다. 이 언론매체는 이를 백배사죄 ‘행사’라고 규정했다. 선거철 쇼라는 얘기다. 장동민의 여성혐오 파문과 한부모가정에 대한 조롱, 또 다시 나온 사과를 보고 그들의 사과를 떠올린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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