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남은 기아 팬들에게는 아쉬운 선수다. 참 잘하는 선수이지만 주전이 될 수 없었던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선수였다. 백업 선수로서 박기남만 한 선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고의 가치를 보인 그는 후배들을 위해 은퇴를 선택했다. 그 자리를 이제는 서동욱이 대체할 예정이다.

서동욱 채태인 영입으로 인한 연쇄 이동, 친정 기아에서 새로운 가능성 피워라

서동욱은 13년 만에 기아로 돌아왔다. 2003 시즌 기아의 선수로 시작했던 서동욱은 엘지로 트레이드가 되었다. 그렇게 다시 넥센으로 트레이드되었던 그가 13년이 흘러 다시 기아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 여정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었지만 그는 아직 주전선수로서 꽃을 피우지는 못했다.

넥센이 서동욱을 무상 트레이드로 기아로 보낸 것은 의외로 다가오기도 한다. 트레이드라는 개념에는 보상이 당연하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서동욱을 기아로 보낸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넥센의 상황을 보면 서동욱이 설 자리는 좁다.

삼성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채태인을 영입한 넥센으로서는 서동욱의 활용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트레이드를 검토했었다는 서동욱은 채태인으로 인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동욱은 프로 첫 팀이었던 기아로 가고 싶다고 피력했고, 넥센 측은 기아와 소통을 통해 그를 아무런 조건 없이 보내기로 결정했다.

넥센에서 KIA로 가는 서동욱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출을 하게 되면 서동욱은 팀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넥센으로서는 올 시즌 연봉을 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동욱이 야구를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랐다는 염 감독의 말이 더 그럴 듯하게 다가온다.

과거 선수를 팔아서 팀을 운영하던 넥센의 이미지는 여전하다. 하지만 좋은 성적으로 인해 네이밍 계약만으로도 팀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선수를 이용해 돈벌이나 하는 구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던 듯하다. 이런 여러 상황에서 무상 트레이드라는 재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 같다.

넥센으로서는 더는 설 자리가 없는 선수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타팀에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최소한 넥센이 소속 선수들을 아무렇게도 처리하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니 말이다. 얼마 전 한화 선수 은퇴와 비교해 봐도 넥센의 선택은 반갑게 다가온다.

기아로서도 서동욱을 영입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물론 주전은 아니지만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 수비도 가능한 서동욱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선수다. 특히 기아가 신인 선수들을 키워내고 있는 과정에서 빈틈은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지난 시즌에서도 알 수 있듯 신인들로 팀을 한 시즌 운영할 수는 없다.

넥센에서 KIA로 가는 서동욱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김주형과 김민우가 유격수와 2루수를 담당하고 있다. 아무런 문제없이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즌 내내 이런 모습을 꾸준하게 이어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유격수 자리를 김주형이 계속 하기는 무리다. 더욱 타격에 특화된 김주형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가 기아로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내야 자원이 많을수록 경우의 수를 만들기 싶다.

안치홍과 김선빈 키스톤 콤비의 가을 복귀가 가능하지만 그건 가을의 문제다. 그 전까지 팀의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며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기아는 서동욱이 그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중요한 피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동욱이 얼마나 잘해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통산 타율이 2할 3푼 대라는 점과 장타력도 월등하지 않다는 점에서 자칫 잘못하면 계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로서 열정을 키워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한 서동욱은 최소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낼 준비가 되었다고 본다.

박기남은 팀이 원하는 어떤 일이라도 다 맡아 수행했다. 수비 역시 가리지 않고 모든 빈 곳을 채웠고, 몸이 부서질 정도로 치고 달렸던 선수다. 서동욱에게서 박기남을 발견할 수 있다면 기아로서는 좋은 영입이 될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도 빈자리를 채워내는 역할을 서동욱이 해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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