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는 거의 블랙홀이라 할 수 있다. <태양의 후예>의 우산에 갇힌 수목의 타 드라마들은 부진하다 못해 좌절할 지경이다. 분명한 것은 그 드라마들이 그 정도 낮은 시청률에 그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태양의 후예>가 잘되고 있다는 반증이지만 동시에 지나친 쏠림현상은 뭔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6일 방영된 <태양의 후예> 13화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해성병원 의료팀이 아니 강모연이 우르크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어서 유시진도 돌아와 이제 우여곡절 많았던 재난지역에서의 격정이 아닌 연애의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 로맨스를 다지게 될 것이 때문이다. 그것은 드라마 좀 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전개였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시청자들을 맞았다. 상상할 수도 없는 PPL폭탄이 곳곳에서 터진 것이다. 드라마 한 편에 이토록 많은 PPL이 등장한 것은 기억에 없다. 거의 모든 장면에 PPL이 개입됐다. 너무도 노골적이었고, 지나쳐서 드라마 흐름을 방해했다. 어찌나 PPL이 많았던지 유시진이 평양에 가서 먹은 냉면마저 PPL인가 싶을 정도였다.

이해가 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우르크 상황에서는 간접광고를 할 것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고, <태양의 후예>가 누리는 인기와 화제성을 감안한다면 제작자로서는 너무도 아까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도가 지나친 PPL에 대한 변명은 되지 못할 것이다. 정도를 지키며 드라마 완성도를 해치지 않은 수위를 지켰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실망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의 후예> 시청률은 소폭이지만 또 올랐다는 사실이다. 특히 구원커플 서대영과 윤명주의 차안 키스신은 분당 최고 시청률을 차지한 순간이었다. 그 장면 역시 PPL이 의심되는 것이어서 과연 구원커플을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확신이 흐려졌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그나마 구원커플의 키스와 함께 얼마가지 않아 찾아온 결별 상황이 아마도 <태양의 후예> 시청률을 굳건히 지켜주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만저만 아쉽고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위 말하는 서브 커플로 짧은 커트 속에서 생각보다 너무도 큰 설렘의 주인공이 된 두 사람의 첫 키스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당분간 비교대상이 없는 이 뜨거운 드라마의 완성도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사실이다. 요즘 드라마에서 PPL은 피할 수 없는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PPL에 지배당할 정도라면 옥에 티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작품에 대한 실망은 물론 시청자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해야 한다.

▲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방송이 끝난 후 어떤 시청자는 ‘한 시간짜리 CF를 본 기분’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태양의 후예> 13화의 PPL은 폭격 수준이었다. 광고의 후예니 PPL의 노예니 하는 비아냥거림도 들려온다. 지금까지 <태양의 후예>가 쌓아온 수준 높은 드라마의 격을 깎아내리는 잡음들이다.

또한 이것이 13회에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크다. 그렇다고 해도 <태양의 후예>의 인기가도에는 흔들림은 없을 것이다. 인기와 성공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겨우 PPL로 작품이 이만큼 흔들린다는 것은 아쉽고 슬프기까지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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