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는 11일 오전 8시10분 KBS1TV ‘일요진단’에서 “KBS2나 MBC를 민영화하지 않나 하는 그런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정부로서는 그런 의도가 추호도 없습니다”라며 KBS2와 MBC 사영화 논란을 진화하려 했다.

‘민영화 의도, 추호도 없다’는 국무총리의 발언은 한편으로 ‘믿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현실은 ‘신뢰의 위기’를 넘어 총리의 발언 자체가 하나의 희극이기 때문에 경계의 끈을 늦출 수 없다.

KBS2와 MBC 사영화

▲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미디어스
KBS2와 MBC를 사영화할 계획이 없다면, 한나라당이 발의한 방송법에 ‘대기업의 지상파 소유 지분 20% 허용’을 삭제하는 것이 맞다. 시장에 상품이 없는데 어찌 살 사람의 소유지분을 정하는 법안을 상정할 수 있는지 역으로 묻고 싶다.

한나라당의 방송법이 통과되어, KBS2와 MBC를 사영화하지 않은 채 두고 가면, 새로운 지상파를 만들 것인가?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상황도 시장상황이려니와 주파수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일치한다. 경인방송 OBS의 개국과정과 YTN지상파 라디오 개국 과정에서 구 정보통신부와 현 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 담당자들은 일관되게 주파수가 없다며 시간을 끌고 또 끌었던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주장하는 ‘디지털로 전환 시 채널이 많이 생긴다’는 논리 또한 어불성설이다. 채널의 적고 많음의 문제가 아니라 ‘소유형태’의 문제가 지금의 논쟁거리다. 그런데 주파수와 소유의 문제를 ‘채널의 문제’로 슬쩍 변질시킴으로써 궁핍하나마 반응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한 모양. 하지만 주파수와 소유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MMS를 염두에 둔 듯 채널수 증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무식한 짓이 되는 줄도 모르고….

결국은 뭔가?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진출은 수도권에 존재하는 기존 채널, 즉 KBS1-2, MBC, EBS, SBS, OBS 중 KBS2와 MBC 사영화로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서, 이 상품을 재벌과 조중동에게 팔아넘기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승수 총리의 주장이 ‘희극’이다. 조금만 따져보면 금방 들킬 논리로 ‘추호도 없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일반시청자들을 속이려는 모습이 그냥 사람을 웃게 만들려고 그러는갑다.

집권여당, KBS의 예산권 통제

지난 10일 밤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하나 나왔다. 국가기간방송법에 명시되어 있었던 ‘공영방송의 예산권’을 국회가 가지겠다는 것을 지적하며, 국가기간방송법의 뼈대를 갖고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도 공개하지 않은 ‘공영방송법’의 내용을 비판하자, 황근 선문대 교수가,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것만은 안된다는 것.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악법안에 상당한 이론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황 교수의 주장에 나경원 의원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멀뚱멀뚱’ 보고만 있다.

일본의 NHK가 어떻게 변질되어갔는지를 잘 알고 있는 황 교수가 보인 최소한의 양심발언이라고 평가할 만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예산권을 장악하지 못하는 공영방송법은 애초 한나라당에게는 의미가 없는 법안이다. 인사권과 예산권은 방송장악의 제1요건이다.

인사권을 통해서 최소한 3년의 사장 임기 동안 공영방송을 ‘위에서부터 중간까지는’ 틀어쥘 수 있다. 그리고 예산권을 통해서 매년 공영방송의 목줄을 죌 수 있다. 인사권은 현행 방송법으로도 이미 대통령이 쥐고 있는 실정이고, 나머지 결정적인 통제수단인 예산권만 장착하면 집권당이 할 수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막강해진다. 이를 겨냥한 법안이 공영방송법인데, 예산권을 빼버리면, 굳이 엄청난 저항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공영방송법을 밀어붙일 이유가 없어지는데…. 황 교수의 ‘쇼’였다.

다공영체제 해체로 KBS 고립화

▲ 한승수 국무총리 ⓒ여의도통신
한승수 국무총리는 ‘일요진단’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디어통합, 융합이라고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그렇게 산업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 모든 나라의 입장인데 우리나라만은 칸막이가 돼 있기 때문에 이 칸막이를 없앰으로써 우리나라의 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일으켜 보자 하는 것이 미디어와 관련된 법안의 골자들입니다… 우리도 칸막이를 풀고 정보통신산업을 일으키자는 뜻에서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던 것입니다… 지금 신문이나 기업은 20%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50%, 60% 하는 게 아니고….”

칸막이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금지’조항인 방송법 8조3항과 신문법 15조2항이다. 하지만 이 조항들은 ‘뉴스채널’이냐 아니냐의 문제이지 신문이 방송에 진출할 수 없다는 금지조항이 아니다.

범 삼성가를 보자. 삼성그룹 20%, CJ그룹20%, 중앙일보그룹 20%, 보광그룹20%, 신세계그룹 20%면 100%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 그런데도 굳이 ‘20%’로 지분을 제한했기 때문에 재벌방송이 출현하는것은 불가능하다고 아예 대놓고 사기를 친다.

‘칸막이…칸막이’ 하며 신문은 왜 방송을 진출할 수 없느냐며, 떼쓰는 아이들처럼 징징거린다. 하지만 이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시장에서 전문채널을 소유하고 오래 전부터 방송을 해오고 있다.

단지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만 갖지 못할 뿐이다. 뉴스방송은 산업측면에서 봐도, 오로지 한국인 대상 장사다. 한국어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시장이다. 국제경쟁력 제고와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여론장악 여론통제 여론조작의 가능성만 오롯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청와대와 방통위 그리고 한나라당은 ‘뉴스방송’을 재벌과 조중동에게 허용한다는 것이 ‘칸막이 해체’라고 말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칸막이가 있다면 유일하게 ‘뉴스방송’에 대한 칸막이만 있을 뿐인데, 계속 엉뚱하게 국제경쟁력만 운운한다. 한승수 총리 또한 써 준대로 읽고 외웠겠지만, ‘모르면, 말을 하지 말거지… 가르쳐 주면 이해라도 하려는 성의를 갖든지….’

그렇다면 뉴스를 할 수 있는 방송은 몇 개일까? KBS MBC SBS OBS, 그리고 YTN만이 수도권에서 뉴스방송을 할 수 있다. EBS의 경우 교육관련 보도만 하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제외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가을 국회에서 발언했듯이, 민영방송은 통제하기가 쉽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통제하기 어렵다. 특히 KBS와 MBC의 비판수위로부터 조금만 떨어지면, SBS뉴스는 집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아예 KBS를 고립시켜 놓고 KBS2와 MBC를 사영화함으로써 SBS와 경쟁하게 만들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저들은 계산하고 있다.

한편 정치적 보은이라는 측면에서 조중동에게 뉴스방송할 수 있는 방송사를 각각 하나씩 떼어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나올 수 있는 상품은 KBS2와 MBC 둘 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이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진입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 조중동 독식에 대한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해 종합편성 채널 허용 수를 복수로 하고, 다른 신문과 중소기업의 컨소시엄에 하나쯤 떼어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상파는 결코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 12월 31일 제3차 언론노조 총력 결의대회에 참석한 김덕재 KBS PD협회장,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 당선자, 강동구 KBS노조 위원장 당선자, 정조인 KBS 방송기술인협회장(왼쪽부터) ⓒ곽상아
언론장악 3단계 시나리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기본 시나리오는 다음의 3단계를 거칠 것이다.

1단계는 신문법 15조2항, 방송법 8조3항인, 일간지 연합뉴스 재벌 외국인의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 소유 금지 조항을 개악함으로써 이들의 뉴스시장 진출을 합법화시키는 단계다.

2단계는 공영방송법을 제정함으로써, KBS2와 MBC를 사영화시켜, 조중동과 재벌이 살 수 있는 물건을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KBS1의 예산권을 집권여당이 장악함으로써 KBS1을, 일본의 자민당이 NHK를 장악하듯, 완전하게 장악하는 단계다.

3단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를 시장에 내놓고 조중동과 삼성 등 재벌에게 팔아넘겨 본격적인 ‘여론조작의 일상화 제도화’를 구현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을 먼저 허용함으로써 지상파 뉴스 등 시사보도프로그램의 매출을 압박하는 방법, 수신료 인상을 하지 않음으로써 지상파 전체뿐만 아니라 KBS2채널의 조기 사영화를 조건부로 내걸고 MBC를 압박하는 방법, 중간광고 허용을 조건부로 달아 MBC가 스스로 사영화를 선언하게 하는 방법, 한국방송광고공사를 조기에 해체함으로써, KBS2와 MBC의 자진 사영화 선언을 강요하는 방법.

장기집권을 통한 그들만의 리그 완성

그 속에서 수많은 압박전술의 조합들이 나올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KBS1의 고립화와 KBS2와 MBC의 사영화를 통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감시와 비판 기능을 거세하는 것이다. 더불어 친 한나라당 성향의 조중동과 재벌들이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을 장악함으로써, 아침에 조중동 신문이 여론을 끌고, 저녁에 조중동 방송 재벌TV가 여론을 확산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자민당처럼, 한나라당의 장기집권 구조가 형성되고, 한나라당의 계파정치로 한국의 정치 스펙트럼을 좁혀 놓고 한나라당의 나라, 그들만의 리그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제 KBS노조의 몫이다.

다른 방송사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시민단체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라는 거대담론도 아니다. KBS 구성원들이 양심을 갖고 살아 갈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KBS 구성원들이 자율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KBS 구성원의 고용행태가 안정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KBS의 몫이고 KBS 노조의 몫인 것이다. 더불어 함께 질기고 집요한 싸움, 저항의 날이 새파랗게 선 싸움을, 이 지면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제안한다.

<KBS노보 동시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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