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니터들이 의미가 있으려면 회사 측이 어느 정도 수용을 해야 내부적으로도 힘이 나고 제대로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텐데, 내부 비판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치부하고 전혀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다. 내부 구성원 상당수가 지적하지만, (지적하는) 이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하면서 28년 넘게 MBC에서 유지돼 왔던 조직인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보도국 내부에서 찢어버리는 일이 일어날 만큼 MBC는 추락해 버린 상태다”
_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호찬 민실위 간사

“가장 최근 3월 24일 공방위가 열렸는데 파행으로 끝났다. 사측에서 노동조합에다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방위) 전날 조합에서 공추위(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고서를 특보로 만들어, 보도국 3~4층 취재부서에 직접 찾아가 책상마다 한 장씩 두고 온 걸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방위를 함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_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정수영 공추위 간사

민변 언론위원회, 방송기자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총 26개 단체가 참여하는 총선보도감시연대의 일일·주간 보고서에서 매번 거론될 만큼, 지상파의 ‘총선 보도’는 편향성·불공정성 때문에 비판 받고 있다. 보도 관련 지적이 잇따라도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수준의 보도가 매일 계속되는 까닭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내부에서 걸러질 만한 견제장치가 하나도 없나’라고 의문을 가져도 이상할 게 없을 지경이다.

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9층 목련홀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지상파 3사 노조 공추위 간사 합동 토론>에서는 KBS, MBC, SBS에서 각각 ‘공정방송을 위한 감시활동’을 하고 있는 기자들이 나와, 내부 구성원으로서의 ‘자사 보도 평가’와 ‘공정방송 감시활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불공정 보도 사례를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사측의 탄압으로 인해 공정방송 감시 활동 자체가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9층 목련홀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지상파 3사 노조 공추위 간사 합동 토론>이 열렸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3사 공추위 간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자사 보도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정도와 보도의 공정성이 비례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에서 뉴스 모니터링을 맡고 있는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은 총선 보도뿐 아니라 북풍몰이에까지 나선 KBS를 ‘가장 나쁜 보도’를 하는 방송사로, 기계적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고 있는 SBS를 ‘그나마 나쁜 보도가 없는’ 방송사로 꼽았는데, ‘나쁜 보도’에 앞장서고 있는 KBS와 MBC는 그만큼 언로가 차츰 막히고 있었다.

민실위 간사에 보도국 출입 금지 내린 MBC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 이호찬 간사는 “기자회, 민실위원들이 뉴스 모니터를 작성하고 있지만 내부 비판에 대해 (회사는) 정치적이라고 치부한다”며 “내부 구성원들이 뉴스나 회사에 대한 비판을 올렸던 자유발언대라는 공간도 없애고 ‘커뮤니케이션’방으로 바꿨는데,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단이 있으면 글을 그냥 삭제해 버리고 몇 달 동안 게시판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드는 게 MBC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부에서 보면 ‘그때 파업했던 기자들 뭐하고 있느냐’ 하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보도국 내부에도 아직 그 기자들이 남아 있다. 그런데 내부에서 문제점을 얘기하면 그날로 짐 싸고 외부로 인사발령나는 걸 감당해야 해서 주춤해질 수밖에 없다. 이 얘기를 한 번 하고 보도국을 나갈 것인가. 잠깐 참더라도 내 리포트 하나라도 좀 제대로 만들고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리포트를 할까. 그 갈등이 계속 매일 같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들이다. 파업했던 그 기자들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참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호찬 간사는 “노조가 내부 구성원들 의견 모아서 문제제기를 하는데 (회사는) 업무방해라고 하고 민실위 보고서를 찢는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단협(단체협약)이 4년째 없다. 모든 지상파 언론들이 갖고 있는, 노사가 공정방송에 대해 협의하는 회의조차도 단협에서 빼 버렸고, 그전까지는 공정방송 주체에 대해 논쟁했는데 이번에 (회사가) 새로 낸 안에는 ‘공정방송’이라는 문구 자체를 들어냈다. 공정방송에 관해서는 노조와 얘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노조의 공정방송 감시활동을 부정하는 사측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법적 결과가 나와도 MBC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최기화 보도국장은 지난해 9월, 노조 민실위 보고서를 기자들 앞에서 찢는가 하면, 기자들에게 민실위 간사 취재에 불응하라고 지시했고, 민실위 간사와 접촉했을 경우 그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취재 불응 지시 △접촉 내용 보고 등 2가지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으나, MBC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이호찬 간사는 “지노위 결정에 따라 판정 사실을 게시하고 즉각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권고가 있었으나, 강제성을 지니고 있지 않아 (사측은)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노위 거치는 과정에서 (사측 주장으로 인해) 제가 작년 7월부터 보도국 출입이 금지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호찬 간사는 ‘내부 기자들의 비판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 내 분위기’를 민실위 간사로서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다. 이호찬 간사는 “주변에 MBC뉴스를 본다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어쨌든 시청률은 계속 나온다”며 “진실을 보도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야 하는데 이런 ‘기본’부터 흔들리면서 구성원들 사이의 의욕이 저하되고, MBC뉴스에 대한 관심이 내부로부터도 사그라드는 것이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뉴스를 (구성원인) 나도 보지 않는다, 이런 얘기들은 상당히 창피한 이야기”라면서도 “MBC 구성원들이 좀 더 관심 가질 수 있게 노력하고, 구성원 사이에 소통하고 토론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폐쇄적 태도로 노조와의 대화 거부하는 KBS

KBS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 정수영 간사는 최근 KBS의 내부 상황을 간략히 정리했다. “KBS가 MBC를 닮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측이 노동조합, 기자협회를 대할 때 MBC와 유사한 형태의 모습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노조가 주도하는 ‘공정방송 감시활동’을 부정하려고 하는 시도는 KBS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노사 공정방송위원회를 파행으로 몰아간 원인도, 노조의 권리를 무시하는 회사의 태도 때문이었다. 공방위 전날 새 노조는 보도국 3~4층 취재부서 자리마다 공추위 보고서를 올려두었다. 이 보고서에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뉴스를 하면서 여당의 내분은 일반적인 ‘갈등’으로 보도한 반면, 야당에 대해서는 ‘친노 패권’, ‘운동권’ 등 여당의 언어를 쓰는 KBS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를 두고 사측은 노조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조합으로서 얼토당토 않는 요구니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더니 분위기가 상당히 험악해졌다. 저희는 사측 간부가 한 행동에 문제제기를 했다. 조합원들이 다 있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노보 사진을 찍었다. 마치 범죄 행위 증거물을 채증하듯이. 그러고는 이걸 누가 만든 거냐고 했다. 노보 배포를 두고 위력을 과시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범죄시하고, 조합 가입 및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행위로 봤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공방위가 난장판이 됐고 정회 뒤 속개를 거부하면서 3월 공방위는 파행으로 끝났다”

정수영 간사는 “1월 공방위에서 안건 5가지가 상정됐는데 그 중 4가지를 못 받겠다고 하더라. 그전 6개월 가까이 공방위가 안 열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측 요구를 수용해) 공방위를 열긴 열었다”며 “공방위가 이런 수준이다. 파행되거나 제한적으로 열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 카메라가 <지상파 3사 노조 공추위 간사 합동 토론>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보도국 간부들이 ‘사조직’을 만들어 공정방송 감시활동에 앞장서는 KBS기자협회와 새 노조를 ‘저격’하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정수영 간사는 “보도국장, 글로벌센터장 등 기자 출신 간부들이 망라되어 있는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이라는 단체가 등장했다. 평기자도 수십 명 가입돼 있긴 하지만. 이 조직이 기자협회 뉴스 모니터링과 총선보도감시연대 모니터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한다”며 “보도본부장, 국장 등 사측이 명확히 책임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사조직을 앞세워 입장을 대변하게 만드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어서 저희로선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정수영 간사는 “(취임) 150일 정도 된 새로운 사장(고대영)과 그 사장이 임명한 본부장, 국장, 부장들의 경직성과 독선적인 태도,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자세들이 공방위 활동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문제다. 조합과 기자협회 문제제기를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배척하려는 태도로 마주하다 보니 거기서부터 모든 게 어긋난다. 이 모든 것들의 근원에는 새로운 사장과 뜻을 같이 하는 보도국 간부들의 폐쇄적인 사고방식과 비민주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MBC, KBS 공정성이 얼른 확보돼야 저희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공영방송의 두 축인 KBS, MBC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실’은 이웃 SBS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이하 SBS본부) 이대욱 공정방송위원장은 “입사 초기에 항상 보수적인 스탠스로 욕을 먹다가 지금 ‘진보 언론’으로까지 칭하는 분들이 있는데, 참 어이없는 상황인 것 같다. 10년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솔직히 저희도 더 영역을 넓혀서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음에도, 지상파 3사로 묶여 판단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우리가 너무 이렇게 가면 (KBS-MBC 사이에서) 튀기 때문에 힘들다는 간부들 입장도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욕 안 먹을 정도의 중립, 공정성 그 정도인 것 같다”며 “비판적이고 심층적인 보도는 매우 부족하다. MBC, KBS 공정성이 얼른 확보가 돼야 저희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저희가 좀 더 나으니까 잘하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부끄럽고 자랑스러워하기도 애매한 그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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