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개편 후 주류신문이 메인페이지 뉴스박스 편집을 자체적으로 하게 됐다. 개편 뒤 신문들끼리 제목 ‘낚시질’ 경쟁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그러한 우려가 벌써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현실 변화 속에서 <조선일보>는 어떤지 들여다 보았다.

역시(?)나 ‘1등신문’ <조선일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13일 네이버 상단 뉴스박스 캡처

13일 <조선일보>는 네이버 뉴스박스 상단에 <미네르바에 ‘또라이’ 소리 들은 경제학자의 분노>라는 제목을 뽑아냈다.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이슈 키워드인 ‘미네르바’와 ‘또라이라고 욕먹은 경제학자’를 섞어 제목을 뽑았으니, 클릭을 아니 할 수가 없었다. 필자의 생각만은 아니었는지 문제의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오후 4시30분 현재 11만 히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미네르바에 대한 기사를 관심있게 봐 왔지만, 여지껏 그가 경제학자에게 ‘또라이’라고 말한 적은 들어보지 못했었다.

기사의 원제목은 <[시론] 한 경제학자의 ‘미네르바’ 체험>이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해 8월 한 경제신문에 기고한 글을 인용해 미네르바가 욕설을 해가며 반박했다는 내용이다. 윤 교수는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조선일보에 시론을 기고한 것이다.

아래 글은 자신이 쓴 기고글을 지목, 자신을 향해 미네르바가 쓴 부분이라고 윤 교수가 밝힌 내용이다.

“진짜 대단하시군요. 10년 만에 다 말아처먹고도 아직도 성이 안 찼다는 말인가. 고충은 알지만 오직 수출이다?… 한마디로 미쳤군. 이 또라이는 대가리에 든 사상이 의심스럽군….”

이에 대해 윤 교수는 “단순함 과격함 그리고 약간의 천박함까지 묻어나는 이 글은 바로 최근 항간을 떠들썩하게 한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논객이 쓴 글의 일부”라고 소개하면서 이 글을 뒤늦게 발견한 뒤 “필자는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적절한 대응방법을 찾지 못한 채 분에 못 이겨 혼자 씩씩거렸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지난 소회를 털어놓았다.

▲ 13일 윤창현 교수 조선일보 기고글. ⓒ조선닷컴 캡처(13일 오후 4시30분)

이어 윤 교수는 미네르바의 행위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하는 것은 사람들로 가득 찬 음식점에서 테이블 사이를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애들을 두고 '뛰어놀 자유가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또 “니트(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nor Training)족은 고용, 교육, 훈련 셋 중 어느 쪽도 아닌 상태에 있는 그룹이다. 둥지족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독립하지 못한 그룹이다”고 설명한 뒤 “미네르바는 이러한 니트족이나 둥지족이었던 셈”이라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 미네르바를 만나 그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꼭 한번 듣고 싶은 심정인 것 또한 사실”이라고, 미네르바의 ‘의도’에 관심을 보이며 글을 마쳤다.

하지만 미네르바를 탓하기 전에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는 ‘미네르바 사건'을 두고 “사태가 이렇게 되도록 경제 전문가들은 뭐 했냐”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고 본다.

윤 교수의 비평은 니트족을 들먹이며 “미네르바=백수, 전문대졸”이라는 시선을 강조하기 보다는, ‘피해 당사자’로서 그동안 침묵했거나 사람들에게 ‘눈높이 교육’을 잘 하지 못한 ‘경제전문가’로서의 반성이 선행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번 글로 인해 인터넷에서 윤 교수도 미네르바 못지 않은 ‘11만’이 넘는 조회를 기록하면서, 해당 글에 '반발'하는 니트족들로부터 과거 미네르바가 했던 ‘욕’보다 더 엄청난 ‘욕’을 듣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