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맹비난으로 시작된 대통령의 새해 첫 라디오연설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안처리 시급’ 등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주장을 그대로 대변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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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연설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로 손수 원고 표현을 다듬으면서 ‘밀어붙이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공공의 자산인 방송전파가 당파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애초 대통령라디오 연설 도입 직전, 일각에서는 야당의 반론권 실종 등을 들어 ‘일방적 방송 우려’ 등의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의제는 연설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다”며 “그런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한나라당이 강행하려는 미디어법이 ‘경제살리기’라는 명분과 달리 특정세력의 방송 진출을 통해 유리한 목소리를 증폭시키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이번 대통령 라디오연설은 명분과 실제가 다른 정부의 속임수 미디어정책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면서 “위험한 대통령 방송연설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청와대는 정례방송의 주된 목적이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이해를 구하고 잘못된 부분에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라고 선전했다”면서 “그런데 정파의 이해관계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특정한 입장을 내세우는 데 방송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도 “국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만든 라디오방송인데, 이를 통해 행정부 수반이 정파적인 공세를 하는 것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또 정 교수는 일부의 야당 반론권에 대해 “이렇게 정치적으로 방송을 이용하면 야당에도 반론권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지만 그럴 경우 각 당의 정파적 입장을 대변하는 반론 방송들이 계속 이어지게 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방송을 이용한다면 당연히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벤치마킹했다는 미국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노변정담’은 어떠했을까. 당시 뉴미디어인 라디오를 통해 1933년부터 1944년까지 11년 동안 모두 30여차례 진행된 ‘노변정담’의 경우 대공황 상태에서의 뉴딜정책 방향 등을 설명해왔다.

이경형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정당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루즈벨트의 노변정담이었다”면서 “대통령이 답답하니까 그랬더라도, 국민을 상대로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범주에 속하느냐를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 이듬해인 1989년 6월 5일 시작해 1년간 ‘대통령 국정 주례방송’이라는 제목으로 한번에 10분씩 23회까지 진행되다가 종료된 사례가 있다. 당시 청와대에서 녹음해 방송사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경형 교수는 “당시는 권위주의가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기라 대학가 시위 등 사회적 갈등이 많아서 자제를 호소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회수를 거듭함에 따라 알맹이가 없는 ‘들으나 마나’한 방송이 되어버려서 국민들의 흥미도 끌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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